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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에세이] 고민 한 두름

| 거뜬한 사색의 유희

by 암시랑


사색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당한다'라고 표현한 작가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전시된 마음>, <공허 한 거리>, <첨벙하고 고요해지면서> 등을 썼다.


작가의 연배를 가늠할 순 없지만 스물이 자유를 가진다고 배웠다니, 의아했다. 나는 스물은 책임이 막중해지는 나이라고 배워서 좀 쫄았던 기억이 있는데. 부모의 지원이 줄고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피곤한 그때가 스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스물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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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의 첫 독립출판 에세이집으로, 블로그에 8년간 써온 단상과 군 시절 공책·여행 기록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삶의 여러 시기를 관통하며 사색 당한 고민들 60여 편을 담았다. 생선 굴비 엮듯 자신만의 고민을 시기마다 촘촘히 엮었다.


가슴속에 품어 왔던 것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며 퇴사를 결행했다는 작가와는 반대로 나는 퇴사하고도 가슴속에 품어 왔던 것들 어느 것 하나 해내기 쉽지 않은 현실만 확인하고 다시 복직을 결심한 상황이 조금 슬펐다. 생각, 을 많이 해서 뭘 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냈다. 그래서 스물일곱의 작가의 문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시절의 문장에는 그저 그 시절이 담겨 있을 뿐, 그 시절 최고의 생각이 담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나는 책을 낼 용기가 생겼다."


에세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짧은 문장은 시처럼 튀어 올라 놀랐다. 그것도 청춘의 언어라고 했지만 오십을 훌쩍 넘는 내게도 와닿는 그런 말들이. '떨어지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사람. 그 사람의 물건들도 자꾸만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감각적인 문장은 얼마나 좋은가.


담담하기도 하고 애써 거른 듯 문장은 절제되어 일상이 시적으로 읽힌다. 청춘의 '고민'을 자연스럽게 풀어 놓아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겐 위로가 되기도 하겠다. 27살에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인생 내공은 어찌 쌓았을까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가 그 비싼 깡통을 타고 날아오를 정도로 행복하게 만든 여인을 추적하게 되니 장르가 바뀌는 느낌도 든다. 부디 해피엔드이기를. 외롭지 않기를.


고독을 즐기기 위해 산으로 간다는 작가가 안나푸르나를 오른 이야기를 읽으며 산티아고를 생각했다. 무작정 걸을 수 있는 그 길 위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고독할까. 어쩌면 안나푸르나를 오르는 고독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나도 언제고 그 진한 고독을 즐기러 가고 싶다는 바람이 일었다. 거세게.


이 책은 거창하고 대단한 삶의 통찰을 이야기한다기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빈번하고 사소한 고민들을 공감하게 한다. 그 고민들을 차곡차곡 엮으면서 그렇게 우린 나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가볍게 꺼내 읽는 것만으로 거뜬한 사색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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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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