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평

[소설] 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 부서진 삶, 가장 솔직한 문장들

by 암시랑

본명 쓰시마 슈지. 고리대금으로 부를 축척한 집안을 평생 부끄러워 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도쿄제국대학에 입학해 좌익 운동을 했다. 1930년, 연인과 함께 투신자살을 기도했지만 연인만 죽었다. <역행>, <만년>, <사양>, <인간실격>을 썼고 1948년, 자전적 소설 <굿바이>를 쓰다가 연인과 함께 투신자살했다. 그의 나이 39살이었다.


출판사 리텍 콘텐츠의 네 번째 <문장의 기억>은 바로 이 '다자이 오사무'다. 부제가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이다. 역시 암울하군,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실격>을 읽고 "'침대 깊숙이 몸이 가라앉는 것 같다'는 느낌과, '인간관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응하고 싶지 않음으로 그들과 얽히는 게 싫어 피해버린 '요조'라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적었었다. 2016년에 읽었으니 또렷한 기억은 없는데 표현을 보니 어지간히 암울했나 보다.


그리고 그의 문장을 다시 복기하면서 뒤표지의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다. 나에게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이 도무지 짐작되지 않는다."라는 그의 말이 가슴을 방지턱을 넘을 때처럼 덜컹거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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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본 전후 문학의 거장, 다자이 오사무를 '비극적 삶의 작가'로 소비하지 않고 자기혐오, 인간 소외, 삶의 모순을 예리하게 포착하며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 문장을 엮어낸다. 단순히 작가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인간 내면에 대한 시대의 성찰을 따라가며 엮어낸다.


끝도 없는 자기부정과 고독, 인간관계의 실패, 그리고 그럼에도 끝내 놓지 못한 글쓰기에 대한 집착이 그의 문장을 역자의 해석을 담아 엮었다. 작가의 심연에 발을 조금은 적셔볼 수 있달까.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을 마주하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떠오릅니다." 14쪽, 프롤로그


곱씹는다. 도대체 그의 문장이 어떻길래, 또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은 도대체 어떤 건지, 보일까 눈을 감고 읽어본다. 그의 작품 전체가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독의 흔적'이나 '애초에 인간이기에 흔들리는' 것들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탐색하게 된다.


"몰락은 종말이 아니"라는 역자의 말에 조금 흔들렸다. 실패가 너무 흔하게 발견되는 세상에서 실패가 몰락이 되지 않고 자신을 성찰하며 다시 살아내야 한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공감을 하지 않을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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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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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쪽, 나약한 자의 삶은 누가 위로할 것인가-인간실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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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쪽, 가장 인간다운 가치, 신뢰와 신념-달려라 메로스


특히 <인간 실격>처럼 자신의 복잡한 가족사나 시대상을 자기 고백적 문체는 인간 이기의 상처와 이중성을 관통하면서 현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그의 통렬하고 진솔한 이야기가 위로를 건네는 건 아닐까.


그는 태평양 전쟁이 끝난 후 남겨진 인간들의 황폐한 내면과 삶의 모순을 통해 삶에 대한 고요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다자이의 문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친절한 안내서가, 기존 독자에게는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을 제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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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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