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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개 뮤직 Apr 09. 2016

제2의 벚꽃 연금을 찾아서

벚꽃 연금 찾기 대회의 승자는?

올해도 어김없이 음원차트에 “벚꽃엔딩”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제2의 ‘벚꽃 연금’을 노리는 노래들이 하루에 몇 곡씩이나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으로 봐서는 '봄노래'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준비했다. 일명 ‘제2의 벚꽃 연금 찾기 대회’. 안정적 노후를 위한 작곡가들의 이 피 말리는 대결에서 누가 연금 수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살펴보자.



달콤 상큼 짜릿- 벚꽃 축제

제목부터 대놓고 벚꽃엔딩에 도전장을 내놓는 곡. '벚꽃엔딩'을 검색하다 보면 우연히 자동완성 추천에 같이 뜨지 않을까 해서 선정한 제목 같다. 음악은 달달한 봄노래의 전형이다. 게다가 아티스트명은 달콤 상큼 짜릿. 봄 냄새가 풀풀 난다. 봄에 제대로 한 탕 해보겠다는 마음인 듯. 안타깝게도 봄이 가면 벚꽃과 함께 아마 이 분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것 같다.

연금지수- 1만 원.



꼬/우주- 우연히 봄

작년 봄에 나온 곡이 올해도 차트에 올라왔다. 꽃 향기로 연인 간의 풋풋한 사랑, 설렘을 표현하고 있다.  남녀 듀엣곡이다. 사실상 봄노래가 갖춰야 할 모든 조건을 다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양산형 봄 곡의 표준. 그래도 언어 유희라도 (우연히 봄에서 봄은 spring과 see 둘 다 의미한다) 있어서 조금이라도 차별성을 두려는 노력에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름 멜로디도 중독성 있다. 내년에도 차트에 오를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과열된 봄노래 시장에서 이 년째 버티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었다.

연금지수- 2만 원.



범준- 봄비

 봄 음악의 '본좌'이자 4월만 되면 가요계가 봄 타령하는 이 사단을 만든 주범. <장범준 2집>의 분위기가 봄 그 자체이기 하지만, 그중에도 <봄비>라는 제목의 곡이 눈에 띄었다. 예상과는 다르게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슬픈 노래다. 비에 본인의 심정을 빗대어 표현한 시적인 가사가 인상적이다(유부남이 이런 가사를 써도 되는지 싶긴 하지만). 봄이라는 특성이 크게 살아나진 않지만 워낙 노래가 좋기에, 그리고 장범준이기에, 봄마다 용돈벌이 정도는 될 법하다.

연금지수- 3만 원.



준이 귤이- 봄비가 내려

 처음 들어보는 아티스트지만, 가사를 보니 둘이 커플인 것 같다. '귤이 항상 사랑해/내 품에 널 안고서/언제나 우리 둘이 함께해'. 달달하다 못해 아주 사랑이 터져 넘쳐난다. 제대로 염장질이다. 소주를 부르는 노래. (안타깝게도 정식 유튜브 링크가 없다. 음원 사이트를 검색해 보자.)

소주지수 - 5잔.



릭남/웬디- 봄인가 봐

아까 들은 노래가 다시 재생되는 줄 알았다. 이쯤 되면 거의 알고리즘에 대입하는 수준이다. 반반하고 어린 남녀 한 쌍 갖다가 대충 봄, 향기, 벚꽃을 가사에 넣으면 너도나도 봄노래 뚝딱이다. 그래도 무려 벚꽃을 영어로 'Sweet cherry blossom' 바꿔 부르는 파격적인 시도까지 했다.(...) 제발 그만 듣고 싶다.

연금지수- 1만 원.



10cm- 봄이 좋냐??

벚꽃엔딩을 비롯한 수많은 봄노래들의 안티테제. 가사 내용은 봄노래들에게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치켜드는 듯하다. 필자의 심경을 100% 대변하기도 한다. 러블리하고 '봄봄'한 노래 사이에서 나름 블루오션을 공략해 지금 음원차트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태 봄만 되면 가요계에서 소외받은 상당수의 수요층(한 마디로 솔로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 나름의 돌풍을 불고 있기에, 앞으로 10cm의 연금 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내년부터 이런 봄 테마의 시니컬한 노래로 한 탕 하시려는 분들이 홍수같이 쏟아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데...

연금지수-5만 원


본래는 한 10곡 정도 비교하려 했지만, 이쯤 되니 그 노래가 그 노래 같고 사실상 봄노래를 전부 다 들은 기분이라 여기서 마무리 짓겠다. 몇 년 전 닭강정 집들이 히트치자 너도나도 다 닭강정 집을 차려서 50미터마다 강정 식당 하나씩을 볼 수 있는 기적을 목격할 수 있었다. 지금 가요계의 봄노래 열풍은 딱 그런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이 나라에서 왜 아무도 사업을 안 하려 하는지 잘 알 것 같다). 기사를 작성 중인 오늘 (2016.04.06) 멜론 메인에 걸린 음원 중 반이 봄노래다(김용-‘봄날의 구름이 피어나’, 어쿠스틱 콜라보-‘나에게 너무 슬픈, 봄 사랑’, 투빅-‘네 거 내 거’).


이쯤 되면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의 일부로 가요계에서 선동 가요를 내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국민들의 감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대중가요에서 획일화된 감정만 주입시킨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안타깝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팔리는 것을. 봄노래가 사라지기 전에 지구 온난화로 봄이 사라지는 것을 기대하는 편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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