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수천편의 글이나 말보다 더 잘 보여주는, 통역이나 번역이 필요 없는 보편적인 언어입니다."
- 세바스티앙 살가도-
고성능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제 전 국민이 사진작가인 시절이다. 한 달 월급으로도 살 수 없던 디지털카메라 성능이 지금은 손바닥 안의 스마트폰이면 가능하다. 사각진 요술램프는 인간의 눈의 영역을 넘보는 광각, 표준, 망원 렌즈도 장착한다. 더구나 인물사진, 풍경사진, 꽃사진, 주인님이 오케이 할 때까지 쨍한 뽀샵처리도 한다. "내가 이렇게 훈남이었나?" 뻔히 주인을 배려한 스마트한 기계덕인줄 알지만, 그래도 헛웃음은 나온다.
여러 대의 필름 카메라가 내손을 거쳤지만, 내 애장품은 [미녹스] 소형 필름 카메라이다. 손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성 그리고 왠지 카메라의 에르메스 [라이카]와 비슷한 분위기이다. [앙리 브라송]의 라이카처럼, 장비에 연연하지 않는 고매한 사진작가인양 자랑삼아 들고 다니는 것도 시들하고, 필름카메라의 단점인 기다림의 미학도 지쳐간다.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함성이 절정에 이를 때, 가격도 착한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가 출현한다. Early Adopter인 내가 뒤질 수는 없다. 신기술에 매료된 심장은 곧 다가올 시련도 잊은 채, Full frame body와 빨강테 24-70mm Zoom 렌즈를 질렀다. 아내 핸드폰에 발송된 실시간 해외신용카드 사용내역은, 사진가의 꿈을 위태롭게 하는 거대한 시련이었다. 그럴듯한 셀프 명함을 만들 수 있다면, "사진가 아문선" 나는 이런 명함을 준비할 것이다.
[앙리 브라송] "결정적 순간"이라는 명언을 남긴 위대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풀 프레임] 디지털카메라의 이지지 센서의 크기가 35mm 필름과 동일
디지털카메라는 찰~칵 셔터 소리와 동시에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고 , [히스토그램]을 통해 노출도 가늠한다. 작가의 눈높이에 차지 않으면 즉각 삭제하고 초점, 노출 그리고 화각을 변경하면 된다. 이런 인스턴트 정보는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될 카메라 지식을 디지털 속도로 체득할 수 있게 한다. 아날로그 카메라 선배님들의 필름 한 자루를, 손톱만 한 메모리로 저장할 수 있다. 뛰어난 사진가의 조건인 다작을 위해, 찍고 또 찍고, 셔터 누르는 것도 지루하면 연사 기능으로 하면 된다.
[히스토그램] 수평축은 색조범위, 수직축은 이미지 내의 픽셀수로 이지미지의 노출을 표시함
지금도 몇몇 대학에서 평생교육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중, 사진가 과정이 인기이다. 집에서 멀지 않은 그리고 사진학과가 꽤 알려진 중앙대학교 사진 아카데미에 등록한다. 벌써 15년 전쯤 이야기다. 중앙대의 경우 초급반, 중급반 그리고 연구반, 총 2년 과정이다. 초급반은 주간과 야간 2개 반으로, 각 30명 정도의 다양한 직업군의 예비 작가들이 수강한다. 세대별로는 40~50대, 직업별로는 학생, 회사원, 최고경영자, 의사, 교사 그리고 가정주부 등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을 갖춘 분들이다.
2007년 인사동 라미에르갤러리_중앙대 사진아카데미 사진전 초급과 중급과정은 사진이론과 배병우, 구본창, 최봉림, 조세현 , 성남훈 작가의 특강 그리고 우리를 들뜨게 하는 출사와 평가이다. 커리큘럼도 참 흥미로운 과목이 많다. 인물사진, 정물사진, 풍경사진, 조명을 이용한 누드 사진, 야경사진, 접사사진, 아날로그 필름의 현상 인화이다. 연구 과정은 사진 비평가나 교수들을 초청 좀 더 예술에 가까워지는 교육에 집중한다. 사진 전시회 기획, 작품 준비, 디스플레이 및 운영에 대한 교육과 실습도 이어진다.
카메라 또는 컴퓨터에 저장된 사진 file 은 사진이라고 할 수 없다. 네거티브 형태의 필름을 사진이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디지털 기호로 기록된 사진파일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작가가 의도하는 모습으로 인쇄된 최종 결과물이다. 이과정이 [Re-touching] 그리고 [Digital printing]이다. 또 다른 전문 영역으로 대부분의 프로 작가의 경우, 포토샵 전문가 그리고 프린팅 lab에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Re-touching] 카메라 제조사 또는 아도비사의 포토샵을 이용 원본 파일 보정작업
[Digital printing] 잉크젯 방식의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진 출력
Re-touching 그리고 프린팅에 대한 관심으로, EPSON사에서 주관하는 여름 CAMP도 참가한다. 3박 4일간의 Re-touching을 위한 포토샵 그리고 엡슨 대형 프린터를 이용한 Printing에 대한 이론과 실습이다. 특히 벨벳파인아트지, 향상된 매트지, Premium SemiGross 사진용지, Ultra Smooth 지 등 다양한 용지에 마음껏 출력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중앙대 사진 아카데미 과정 후, [사력]이 9단인 작가가 모여 "아우라 9"를 결성한다. 직업도 다양한 건축가, 사업가, 의사, 교수 그리고 회사원으로 결성된 사진그룹이다. 나름 삶에 철학이 분명하고 색깔 있는 사진작품을 열망하는 분들이다. 목표는 정기적으로 사진전시회를 갖고 좀 더 삶에 워라밸을 찾자는 것이었다. 일 년간 개별 사진작업을 하고 비평가를 초청, 사진 비평을 한다. 그리고 2~3년 주기로 전시회를 갖는다.
[사력] 사진아카데미 은어로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능력
사진 전시회는 광화문 광 갤러리를 섭외한다. 주당 300~500만 원 하는 대관료가 없고, 인사동이나 삼청동 타 대관 갤러리 보다 관람객이 많다. 사진 전시는 수요일 저녁 6시쯤 개관식을 하고, 다음 주 화요일 오전 철수한다. 그룹 전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텔링을 고려하여 주제나 액자 그리고 디스플레이를 결정한다. 남성 작가의 경우 다큐멘터리를, 여성작가는 사진 미학적인 작품을 선호한다.
아우라 9 그룹 사진작업과 더불어, 해외출장이나 철학적 관심사를 주제로 개인 작업을 한다. 10편의 포토 에세이를 모은 "사진은 무엇을 말하는가"를 브런치 북에 만들었다. brunch.co.kr/@amunzen
2017 광갤러리_아우라 9 사진전
글은 보이는 글, 사진은 말을 걸어오는 사진이 좋다고 한다. 어쩌면 수필과 사진, 이 두 관계는 일란성쌍둥이이다. 서로 동일한 유전체를 갖는다. 다만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사실과 체험에 대한 철학적 해석을 텍스트 또는 이미지로 말하기 때문이다. 좋은 수필과 사진의 조건을 주관적으로 비교해 보면,
통일성: 한 접시에 두 가지 음식을 담지 마라. 사진은 인식과 해석을 통해 하나의 주제를 담아야 한다.
일관성: 냉수에도 차례가 있다. 사진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네모난 프레임으로 따내는 작업이다.
완결성: 작은 허점이 전체글을 망친다. 사진작업뿐 아니라 보정, 프린팅, 액자, 전시에도 집중력이 필요하다.
경제성: 최소한의 단어를 사용한다. 사진은 뺄셈의 미학이다.
명료성: 글이 난해하지 않다. 사진은 하려는 이야기가 상투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시각화되어야 한다.
균형: 서두, 본문, 결미의 분할이 바르다. 황금분할이 안정적이나, 사진은 틀을 깰 때 시각적 강렬함이 생긴다.
20년 지기 내 친구 디카는 중고시장 거래도 안 되는 구닥다리 모델이다. 내일 은퇴를 선언해도 섭섭하지 않을 그 친구는 얼마 남지 않은 거친 호흡으로, 찰~칵 사각 모양의 시공간을 자를 것이다. 신기한 것, 특이한 것, 이상한 것, 나만 아는 것을 찍고자 하고, 이를 쫓아다니는 형편없는 사진작가다. 시대를 뛰어넘는 창의성도, 예술적 미학도, 사회적 시사성도 없다. 그래도 "나는 사진가 아문선이다." Time to take off
참조문헌
느림보의 수필창작강의 _이방주
수필창작의 이론과 실기_이철호
한 장의 사진 미학-진동선
사진과 텍스트-김우룡
중앙대 사진아카데미 12기 교육자료
엡슨 2006/2007/2008 여름캠프 교육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