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철도 전문가의 은퇴 이야기
놀라운 일이다
공감하는 끄덕임, 무릎을 치는 새로움, 깊게 파인 나이테, 사랑의 두근거림, 깊은 눈물, 시원한 웃음이 솔깃하게 끌어당긴다. 하는 일도 경력도 다양하다. 교사, 의사, 법률가, 형사, 소방관, 농부, 학생, 항해사, 가정주부, 해외거주자 그리고 은퇴자 그들이 들려주는 삶에 조각들은 다채로움과 흥미로 가득하다. 프로작가의 언어는 아니다. 화려하지도 완벽하지도 않다. 소재도 다양하다. 지구상에 모든 이야깃거리는 빠짐없이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의 세상이기 때문이란다. 브런치스토리이다.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된 건 2년 전이다. 회사 블로그 나 브런치스토리에 짧은 글을 기고하는 사내 칼럼니스트에 선발되어서다. 전문 작가로부터 3시간 정도 교육 그리고 초고에 첨삭 지도등이 있었다. 총 4편의 글을 쓰는 것이다. 또한 홍보팀 담당자로부터 브런치 나 블로그에 대한 오리엔테이션도 이어졌다.
전문 작가의 교육은 글쓰기의 기본인 목적과 특성, 제목 찾기, 소제목 뽑기, 글의 첫머리와 마무리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인기 주제어와 썸네일 이미지에 대한 팁도 있다. 예를 들어 여행, 요리, 육아, 귀농, 메타버스 그야말로 섹시한 주제라고 한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준 것은 한글 맞춤법 사이트이다. 글쓰기의 두려움이 한결 가벼운 시작이었다.
첫 글을 탈고 후 재능을 미처 발견 못한 나를 자학하고 부모님을 원망한다. 눈길 한번 주지 않던 SNS 주소록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고 닦달을 한다. 혹시라도 미처 찾지 못한 지인이 있을까 지인에 지인까지 살살 눈웃음을 보낸다. 뿌듯한 자신감과 달리 빤히 바라보는 내가 안쓰러워 던지는 몇 안 되는 웃음이 전부였다. 그간 머리를 쥐어짠 4편의 칼럼은 떠밀리듯 잊히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을 한다.
카페 콤마 여의도
반년정도 남은 계약직에서 자발적 퇴사를 한다. 백수? 실업자? 정년을 마쳤으니 은퇴자라 하자. 은퇴자의 수칙에 따라 집 근처 걸어서 5분 거리의 카페 콤마 여의도로 향한다. 학교 강당 반 크기의 넓은 공간으로 1층과 2층으로 다양한 크기의 테이블과 소파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마루가 준비되어 엎드려 책을 볼 수 있다. 북카페답게 인기 베스트셀러, 유명작가의 추천 작품들이 서고에 비치되어 글쓰기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음악과 소음, 무엇보다 젊음이 있어 좋다. 커피 한잔뿐인 테이블에 의미 없는 대화에도 깔깔거리는 그들이 귀엽다. 가끔은 옆테이블의 대화나 통화를 엿듣는 것도 흥미롭다. 여의도라는 특성인지 주식이나 투자에 대한 대화도 있다. 그리고 연예기획사 관련 대화도 곁들을 수 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 젊은 직장인들의 수다로 온 카페 안이 시끌벅적하다. 10여 명의 남녀 청춘들의 동호회 모임도 보인다. 어쩌면 편안히 들려오는 커피 한잔의 소리도 좋은 글의 소재가 되리라.
서울 국회도서관
좀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서울 국회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도서관중에서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카페 컴마와는 또 다른 매력은 고요함이 있다. 돋보기안경을 연신 처 올리며 독서에 열중인 시니어세대가 주류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개별 책상과 의자 그리고 다인용 테이블은 항상 여유롭다. 재수 좋은 날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도 차지할 수 있다.
[서울 국회 도서관] 여의도 국회의사당 내 도서 및 입법조사를 위한 의정활동 지원기관
국회입법조사처 정문을 열고 들어서면 1층엔 넓은 홀과 국가전략정보센터 열람실이 반긴다. 건물 2층엔 사회과학 도서와 열람실, 3층엔 인문. 자연과학 도서와 열람실, 5층에 정기 간행물과 열람실이 있다. 의정관엔 디지털정보센터의 디지털 자료 열람실도 이용가능하나 조금 외진 곳이라 내 시선에서 멀리 있는 편이다. 도서 자료도 풍부하다. 국내외 680만 권의 출판도서는 물론이 거와 주간지 월간지 정기간행물 그리고 석사 박사 논문 자료도 쉽게 접할 수 있다. 국회도서관 장기열람증을 발급받는다면 국회 입법조사처 직원인양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안성맞춤 글쓰기방이라 할 수 있다.
도서관 구내식당에서는 은퇴자도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보편적인 점심도 해결할 수 있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도서관 뒤편의 산책로는 꽉 막힌 글머리를 찾을 수도 있는 마법의 길이다.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끝지점엔 성산대교와 쭉 뻗은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강변서재] 카페가 있다.
[강변서재] 국회 사랑재 옆 2층 건물로 북 카페임. 공휴일 휴무
왜 쓰지
! 급할일도 없다.
! 기억을 글로 옮기고, 적절한 문구를 생각해 본다.
! 실감 나는 묘사도 해본다.
! 이리저리 지나온 삶의 구조를 짜 맞추어본다.
! 몽롱한 기분이 좋다.
언제쯤일까? 마지막 글은 파랗게 돋아나던 나에 봄날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건설 노동자가 중동 건설현장에 묻어둔 눈물과 땀방울을 끄집어낼 것이다. [라스 타누라], [우쓰마니아], [얀부], 김 씨 아저씨, 정 씨 아저씨 많은 것들이 나를 부른다.
[라스 타누라 Ras Tanura] ARAMCO 원유수출 기지가 위치한 사우디 아라비아 동부 도시
[우쓰마니아 Uthmaniyah] ARAMCO 최대 천연가스 플랜트가 위치한 사우디 아리비아 중부 도시
[얀부 Yanbu] ARAMCO 원유수출 기지가 위치한 사우디 아라비아 서부 도시
[ARAMCO] Arabian Amenrican Oil Company
어쩌면 그 글을 심기 위해 이리저리 글밭의 고랑을 다듬고 있다. 한 알 한 알 심어진 글들은 숲이 되어, 내가 생명을 다한 별처럼 끝없는 여행을 떠난 후에도 다시 뭉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될 것이다. Time to take of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