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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문선 Dec 12. 2023

손톱 다듬는 남자

어느 철도 전문가의 은퇴 이야기

발현악기인 클래식 기타에서 음색은 축구에서 빠른 발만큼 중요하다. 다양한 음색과 풍부한 표현력을 갖고 있는 클래식 기타도 다른 악기에 비해 음량이 작으며 지속성이 약하다. 멀리까지 음을 전달하고  아름다운 음색을 위해서는 올바른 탄현이 필요하다. 기타의 기본 주법인 [알 아이레] 또는 [야포얀도] 같은 주법을 능숙하게 구현함은 물론이거니와 기타 현을 스쳐 지나가는 손톱은 궤적을 따라 파리가 낙상할 정도의 매끄러운 관리가 요구된다. 기타의 고급진 음색과 강약을 위해  클래식 기타 초보인 나도 손톱을 다듬는다. 밀고, 광내고.... 쓰윽 쓰윽 

 

[알 아이레 Al Aire] 하나의 현을 퉁긴 후 다음 현에 손가락 끝이 닿지 않도록 들어 올리듯 친다 

[야포얀도 Apoyando] 현을 눌러 붙이듯 퉁기고 다음현에 손가락 끝이 닿게 친다


photo by pixabay

클래식 기타와 인연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파견된 중동 건설 현장에서이다. 건설현장의 숙소란 8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군 생활관과 비슷한 환경이다. 같은 숙소의 내 또래의 친구가 클래식기타를 연주해서다. 이듬해 출국길에 교재와 기타를 구입 독학을 시도했지만 "참 쉽죠" 그 꿈은 사우디 아라비아 사막 어딘가에 잠들었다. 


40년이 훌쩍 지난  2020년 여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꼼짝없이 묶인 태국에서 그 꿈은 다시 깨어 낳다. 중고시장에서 [1800 Baht]에 구입한 스즈키 기타와 유튜브 SKY 채널이 길잡이가 되었다. 참고로 난 악보는 고사하고 음표의 종류도 모르는 음맹이다.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TAB 악보]의 안내에 따라 지판을 누르고 유튜브의 시연에 따라 연습하는 수준이다.  간신히 몇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시점에 이제 큰 물에서 놀아야겠다는 야망으로 클래식 기타 동호회를 찾았다.


[1800 Baht] 태국 화폐단위로 약 7만 원

[TAB 악보]  음표로 직접 보여주는 오선보와 달리 연주자의 손가락 사용법에 기초한 악보 체계


프로와 비슷한 초보의 아우라

입회를 위해서는 오디션 연주를 해야 한단다. 그래 나의 필살기 [사랑의 로망스]를 흥에 겨워 연주를 한다. 물론 중간중간 음이 끊기고 박자도 맞지 않는 부분은 있지만 환영의 박수를 받고 앙코르곡까지 마친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명언이 하나도 틀리지 않다. 나도 이제 기타 합주단원이라는 자만감은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동호회의 활동은 크게 개별연습, 개인 발표 그리고 합주 연습이다. 개인 발표에 나선 선배연주가들의 기량에 기가 죽고 만다. 부끄러움에 도망치고 싶었다. 


그날 이후 집 근처 클래식 기타 학원을 찾았다. 학원에서도 지도 수준을 가늠할 한곡 연주를 주문한다. 사부님은 웃기만 한다. 슬그머니 어린이 기타 교본을 추천한다. 그리고 오선지에 열심히 도레미파... 계명을 익히는 훈련을 한다. 그렇게 나의 피나는 클래식 기타의 역사는 다시 시작한다.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으로 [어린이 기타 교본]을 마치고 [카르카시 교본]으로 넘어간다. 이제는 쉬운 악보는 독보 가능하다. 소품곡이기는 하지만 몇 곡 나름 연주 도 한다. 앞으로 몇 년 카르카시를 마칠 때쯤이면 [트레믈로] 기법도 익힐 것이다. 그럼 우리 모두의 명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내 손 안에서 날아다닐 것이다.  


[어린이 기타 교본] 클래식 초보자를 위한 기타 입문서 (김명표 역 편)

[카르카시 기타 교본] 이태리 마테오 카르카시가 지은 세계적인 기타 교본 (김명표 역 편)

[트레몰로 tremolo] 구슬을 굴리 듯한 탄현으로 클래식 기타에서 가장 매력적인 주법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프란시스코 타레가의 트레몰로 주법으로 완성된 대표 연주곡 


photo by pixabay

클래식 기타는 인간이 가장 듣기 편안한 주파수의 음역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보드라운 손끝살과 완만한 곡선의 손톱에서 만들어진 신비로운 음파는 울림통을 거처 내 심장을 두드린다. 심장의 변화된 박동수는 오감으로 전해오는 알파파와 공명을 일의 키며 나를 섬세하게 어루만진다.


한적한 미술관의 한구석에서도, 바람소리 작은 암자에서도, 종소리가 예쁜 시골교회에서도, 갈대가 많은 호숫가에서도 나는 나를 위해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고 있을 것이다. Time to take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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