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나의 난자와 그의 정자가
자궁이 아닌 실험실에서 만나
한 몸이 되었을지라도
나는 실험관 시술을 하는 게
아니라오
난임 온라인 카페에서 글을 읽다가 ‘실험관’이란 단어를 보자마자 기분이 팍 상한다. 내가 비록 국문과도 아니고 내 맞춤법도 네이버 띄어쓰기에 의지하는 수준이지만 이 단어의 실수는 묘하게 신경을 건드린다. 실험관이라고 하는 순간 실험실 원통 모양의 유리관에 들어있는 흰쥐가 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단어에 대한 실수는 생각보다 흔해서 인터넷 검색창에 ‘실험관 시술’이라고 치면 글들이 꽤 나온다. 이는 나의 신경만 건드린 건 아닌가 보다. 많은 난임 동지들은 댓글로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험관이라고 맞춤법을 고쳐주거나 혹은 대놓고 글을 남겨 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끼리 이러지 말자며 말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의학적인 정식 명칭은 체외 수정 및 배아 이식 In Vitro Fertilization-Embryo Transfer, IVF-ET이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시험관 시술은 몸 안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수정 과정을 인체 밖에서 인위적으로 이루어지게 해서 임신을 유도하는 시술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이 시험관 시술과 인공수정 차이점을 헷갈려하는데 두 시술을 차이는 수정이 몸 밖에서 되느냐 몸 안에서 되느냐에 있다.
시험관 시술은 보통 과배란 유도, 난자 채취, 난자와 정자 수정, 배양, 배아 이식, 그리고 착상의 과정을 거친다. 단기 요법과 장기 요법이 있는데 시험관 시술을 받는 당사자의 몸 상태에 따라서 이는 결정된다. 단기 요법은 생리를 시작하면 2-3일째에 병원에 가서 주사나 약 복용을 시작해서 여러 개의 난자가 자라도록 유도한다. 적정 사이즈로 자라난 난포가 2개 이상 관찰되면 배란 유도 주사를 맞고 35시간 후 수면 마취나 부분마취를 실행해서 난자를 채취한다. 배란 유도부터 이식까지는 약 2주 정도 시간이 걸리고 이 단기 요법 안에서도 과배란 주사의 용량에 따라 저자극 요법과 고용량 요법으로 나뉜다.
장기 요법은 체외 수정하기 원하는 달의 바로 전달에 생리 예정일 7-10일 전에 여성호르몬을 낮추고 생리를 유도하는 주사를 매일 맞으면서 시작된다. 그렇게 해서 생리가 시작되면 2-3일째 내원해서 여러 개의 난자가 자라도록 추가로 다른 주사를 맞는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주사 맞는 용량은 난포의 성장 속도, 개수 그리고 환자의 몸 상태에 따라 결정이 된다. 이 과정은 약 4주의 시간이 걸린다. 단기 요법이든 장기 요법이든 만약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보통 2-3개월 이후에 다시 시도하는 것이 좋다. 이 2-3개월의 기다림이 성질 급한 사람들에겐 정말 고통이다.
과배란을 해서 얻는 난자의 개수는 사람에 따라 다른데 운이 나쁘다면 그렇게 고생했어도 한 개도 채취 못할 때가 있다. 그렇게 나온 난자는 남편의 정자와 수정을 시키고, 3일 또는 5일 배양을 한 후에 이식을 하게 된다. 여기서 또 신선 이식과 냉동 이식으로 나뉜다. (휴, 정신없다) 신선 이식은 채취를 하고 바로 3일이나 5일 후에 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쭉 채취부터 이식까지 바로 진행되는 것이 시험관 사이클의 정석이다. 냉동 이식은 많은 난자 채취로 복수가 차거나 피검사 수치가 안 좋을 때, 환자의 컨디션이 안 좋거나 혹은 1-2개의 적은 난자 채취로 이식 성공 확률이 낮을 때 이루어진다. 채취와 함께 배양된 배아를 냉동시켜 그다음 달이나 다다음 달에 이식 일정을 잡고 진행한다. 신선이 성공 확률이 높은지 냉동이 높은 지는 선생님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식 소요 시간은 약 5분 이내. 시술이 끝나면 병원에서 약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고 귀가하면 된다. (우리 병원은 끝나고 나오면 빵과 두유를 줬다) 그리고 2주 정도 후에 첫 번째 피검사를 실시한다. 만약 임신이 확인되었다면 임신의 안전한 유지를 위해 임신 9-10주까지 주사나 (여기서 무시무시한 돌 주사가 등장, 요즘엔 배 주사도 나옴) 질정, 약을 복용한다.
나는 (글만 봐도 정신없는) 이 수많은 선택 갈래 중에 난소 기능 저하 (난저)의 문제로 시험관 단기 요법에 저자극 그리고 냉동 시술을 진행 중이다. 난저이기에 아무리 주사를 맞고 약을 먹어도 한 번의 채취에서 얻을 수 있는 배아는 0-2개쯤. 그리고 나이가 많아 이식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최대 3개의 배아를 넣어 진행해야 한다. 작년 한 번의 이식 실패 이후로 2-3개월마다 조금씩 일 년 동안 모으며 두 번째 이식을 기다리는 중이다.
나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험관 아기 시술을 진행하며 매우 힘들어한다. 약물이나 주사로 인한 몸의 피로, 채취나 이식 시 그리고 그 이후에 느끼는 신체적 고통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여러 시술 단계를 거치며 점점 희박해지는 확률 속에서 오랜 시간 버텨내야 하는 정신적 고통이 있다. 그리고 실패를 마주할 때마다 아픔을 바로 털고 일어나야 하는 일도 버겁다. 그래도 먼 미래에 오늘을 돌아봤을 때 후회가 없도록 힘을 내어 오늘 하루도 잘 버티고 있다.
추신. 난자 체취 아니죠. 채취죠! 난자에선 냄새 안 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