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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Jul 09. 2020

프롤로그

 

서른아홉 살 되던 해 9월, 결혼을 했다. 결혼은 30세가 되던 해부터 꿈꿨는데 진정한 사랑을 찾겠노라고 수많은 소개팅과 선팅 그리고 어긋난 사랑들의 결과 마흔을 3개월을 앞두고 결혼을 했다. 아니 해냈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눈이 높았다거나 조건이 까다로웠기 때문이 아니었냐고 묻는다. 내 사랑 찾기에는 조건이 없다고 이야기하곤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사랑을 찾겠다는 나의 목표 자체가 매우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었을지 싶다. 서로의 스펙을 비교하며 짝을 찾는 머리로 하는 사랑이 아닌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랑을 원했고, 결혼이 목적인 연애가 아닌 뜨겁고 강렬함이 가득한 연애를 원했다. 그리고 그 사랑 이야기가 결혼이라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랐다. 그렇게 나는 까다로운 조건들을 내세우는 나이 많고 눈만 높은 철없는 여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나의 30대, 연애는 하려고 하면 할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더니 일은 하면 할수록 앞으로 쑥쑥 뻗어나갔다. 덕분에 연애 경력은 초라해져 가고 내 분야에서 경력은 화려해져 갔다. 서로 사랑하는 방법을 까먹어갔지만 나를 사랑하는 능력은 점차 증가했다. 남들 보기에는 싱글을 즐기는 당당한 여성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나의 침대 밑에는 외로움이 먼지처럼 조금씩 쌓여 커다란 먼지 뭉치를 만들고 있었다. 30대 후반이 되자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하고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드라마 같은 만남을 여전히 꿈꾸면서도 홀로서기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기적처럼 내 반쪽이 나타났다. 


 보통 드라마의 해피엔딩처럼 여주인공이 극적으로 마지막에 사랑을 쟁취하고 결혼에 골인하면 '그래서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게 이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될 줄 알았다. 아니 결혼으로 남들보다 시간을 배로 쓰고 수많은 밤을 고민했으니 더 이상의 걸림돌은 없길 바랐다. 그냥 주변인들처럼 결혼 이후의 일상들을 가지게 될 줄 알았다. 자연스럽게 아이를 임신하고 키우며 지금과는 다른 색깔의 삶을 가지겠구나 했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내 마음만 청춘이었고 몸은 정직하게 늙어가고 있었다. 좋은 것, 맛있는 것을 먹고 요가, 필라테스, 발레, PT 등 몸에 좋다고 하는 모든 운동을 하며 건강하게 나를 지켰다고 생각했지만 내 난자는 정직하게 차곡차곡 나이를 먹어가고 있었다. 남자 찾기에 정신이 팔려 정작 난자에는 신경을 못 쓰고 있었던 것이다. 


 사랑을 찾기 위해 기존에 했던 고민들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고된, 그리고 레벨업이 된 인생 문제를 만났다. 반쪽을 찾아서 이렇게 저렇게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고 끝이 날줄 알았던 내 이야기는 이렇게 마흔한 살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며 다시 시작한다. 20대 때 취업을 준비했던 취업 준비생 (취준생)의 마음가짐으로 마흔한 살, 임신 준비생 (임준생)으로 다시 인생의 출발선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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