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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 이름때문에 낚였다.

국제학교 = 글로벌 인재 찍어내는 공장?

by 아미

국제학교에서 자란 아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을까?


“아이 영어 잘하죠?”
“국제학교 나오면 외국대학 가는 거예요?”
“글로벌하게 자라면 확실히 다르지 않나요?”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이야기를 하면 돌아오는 질문들, 국제학교에 대한 학부모로서의 기대도 다르지 않을것입니다.
그 속엔 ‘국제학교 = 글로벌 인재의 지름길’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부모이자 교사로서, 또 국제학교를 실제 경험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정말 그럴까요?
국제학교 = 글로벌 인재는 무너지지 않는 공식일까요?

그런데..... 글로벌 인재는 무엇인가요?


‘글로벌 인재’의 진짜 의미


요즘 ‘글로벌 인재’라는 말을 자주 들지만, 그 정의는 매우 추상적이죠.
단순히 영어를 잘하고 외국 문화를 접했다고 해서 글로벌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추상적인 글로벌 인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할 줄 아는 사람,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사람,

언어 이상의 공감력과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어디서든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


그러나 불행히도 이런 역량은 단순히 비싼 학비를 내고 보내는 국제학교 커리큘럼만으로 길러지는것은 아닙니다.


국제학교, 환경은 다르지만…


해외에 소재해 있는 국제학교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고, 영어로 수업하며 당연히 글로벌한 환경과 문화 속에 노출됩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곳 두바이는 특히나 여러 인종이 공존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에서 한평생을 사신 저희 아버지는 방문할때마다 눈이 휘둥그레지시며 '완전 인종시장 같다' 고 신기해 하시거든요. 매년 저희반 교실에도 20명남짓한 학생수에 국적만 15개 이상입니다. 게다가 게중엔 이중국적자도 있어서 사람수보다 국적수가 더 많을때도 있죠.


실제로 이곳에서 나고자란 딸은

'엄마, 알라가 뭐야? 야스민이 그러는데 알라는 모든걸 다 알고있대!' (무슬림)

'에카가 그러는데 크리슈나가 이 세계를 다 만들었대' (힌두)

이런 살아있는 경험을 토대로 종교에 대해 저와 이야기해보기도 하고


우크라이나 친구집에 부활절 점심에 초대되어 계란을 깨며 그 해의 운을 점쳐보기도 하고

좀 더 커서는 무슬림의 라마단 기간에 대해 관심을 보이며 친구를 따라 금식을 해보기도 하는등,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라고 있습니다.


국제학교 커리큘럼도 너무 멋지게 흘러갑니다.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 토론식 수업, 발표 등은 아이들에게 큰 자극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 그 안에서도 아이들 사이엔 편 가르기, 언어 장벽, 정체성 혼란 등 보이지 않는 도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꽤 많은 아이들은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단 같은 한국 친구들과만 몰려 다니고, 수업때, 시험때, 공부를 하기 위해서만 영어를 하니 실상 영어는 늘지 않고 한국만 그리워하다 한국으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학교시간 이후엔 집에와서 한국 티뷔를 보고, 주말에는 한국교회를 가서 시간을 보내죠.
또 어떤 아이는 ‘나는 한국 아이도 아니고, 외국인도 아닌 것 같아’라며 혼란을 겪기도 합니다.


글로벌 인재는 ‘환경’보다 ‘경험’에서 자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제학교는 분명 좋은 토양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 어떻게 성장하느냐는 전적으로 아이와 부모, 그리고 교육 환경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진짜 우정을 쌓게 도와주는 부모의 역할

문화 차이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해주는 가정의 분위기

아이가 실패하거나 좌절했을 때, 다시 일어서는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경험들

이런 과정들이 쌓여야 비로소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게됩니다.


엄마이자 교사로서의 결론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글로벌 인재가 된다는것은 절대반지같은 깨지지 않는 공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두바이에 20년째 거주하면서 이곳에서 어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국제학교 교육을 받은분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대기업에 취직해 일을 하시거나, 같은 한국분들하고만 어울리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또한 국제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국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요즘 한국 컨텐츠 시장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이 과연 그렇게 비판받을만큼 안좋은걸까, 라는 생각도 하게됩니다.


결론은 어느곳에서, 어떤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든, 그 안에서 아이 스스로 성장의 방향을 잡아간다면 국제학교를 나와야 글로벌 인재에 가깝게 클 수 있는것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영어 단어, 언어의 유창함보다 더 중요한 태도, 관계, 사고 방식을 더 많이 들여다보고 응원해주어야 합니다.


진짜 글로벌 인재는,
영어가 유창한 아이가 아니라
세상과 공감하고 연결될 줄 아는 사람이다.


✍️다음글에서는

국제학교 아이들에게 '이중언어'는 축복? 또는 숙제?

부모와 아이 모두가 부딪히는 이중언어의 현실과 고충을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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