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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받던 우리아이, 국제학교에선 평균이라구요?

영국교육에서 진짜 중요시하는것.

by 아미

아이는 분명 잘하고 있는데, 성적표는 왜 이렇게 나올까요?


"이게 다 무슨뜻이에요?"

"솔직히 좀 실망했어요."

"시험도 안보는데 이 등급은 어떤 기준인거에요?"


성적표 시즌이 되면 국제학교를 다니는 한국 학부모님들에게 종종 질문을 받습니다.

저는 이곳 두바이에 소재해 있는 국제학교 초등과정에서 클래스 담임교사로 일하고 있는 유일한 한국국적 교사이자 초등학생 두명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교사이자 엄마의 시선으로, 국제학교 성적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점수도 등급도 없는 성적표, 그게 뭔데요?


영국 커리큘럼을 따르는 국제학교의 성적표에는 A, B, C 같은 등급이나 중간·기말 점수가 표시되지 않습니다.

대신 다음과 같은 용어들이 등장합니다.

Working Towards: 학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단계

Expected: 해당 학년 수준에 도달한 평균 단계

Greater Depth: 기준을 넘어서 깊이 있는 이해를 보이는 단계


처음 보면 헷갈립니다.
'기준이 뭔지', '어떻게 나눠지는 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이 성적표가 단순히 시험 점수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pected’가 평균이라면, ‘Greater Depth’는 뭔가요?


Expected는 학년 기준에 맞는 수준입니다.
즉, 교과 과정의 기대치에 도달했다는 의미이며, 부족하다는 뜻이 전혀 아닙니다.

반면, Greater Depth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는 문제 풀이 능력 외에도
그 풀이 과정을 설명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영어 과목에서는 문장을 단순히 잘 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어휘 선택, 문장 구조, 표현 방식에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단순히 ‘선행학습을 했는가’, ‘백점을 맞았는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선 늘 우수했던 우리 아이, 왜 ‘Expected’일까요?


부모 입장에서 가장 당황스러운 부분이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수학 선행도 했고, 독서도 많이 했고,
한국 학교에서는 항상 우수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왜 여기선 평균일까?”

가장 큰 이유는

'교사 재량(Teacher's judgement)''
국제학교에서는 시험 점수 하나로 성적이 결정되지 않습니다.
단원마다 소규모 평가나 관찰 과제는 존재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평소 수업 시간의 태도, 이해도, 표현력, 참여도입니다.


여기서 한국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던 아이들이 의외로 Working Towards나 Expected를 받는 이유가 드러납니다.


1. 언어 장벽

아이 스스로 알고 있는 내용이 많더라도, 영어로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그 능력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알고는 있는 것 같은데, 확신이 없다”
“설명할 때 단어 선택이 제한적이고, 표현이 모호하다”
이런 판단이 쌓이면 '평균 수준'이라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 조용한 성격

또 어떤 아이들은 성격이 내성적이거나 조용해서 수업 시간에 토론에 참여하지 않고, 속으로는 “나 이거 다 아는데…”라고 생각하며 외부로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제학교에서는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교사는 적극적으로 손을 들고 발표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전달하며, 과제에서 확장된 사고를 보여주는 학생을 더 깊은 이해(Depth of Understanding)가 있다고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교사 역시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하려 노력하고, 학년 선생님들이 모여 가이드라인과 루브릭에 따라 서로의 판단의 근거를 제시하고 성적을 평가합니다.


하지만 수십 명의 아이들을 동시에 가르치며 매 수업마다 각 아이의 잠재력과 배경지식, 성격적 특성까지 모두 완벽하게 파악하여 평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모두 완벽하게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ㄴㅡㄹㄴㄴ일만ㅇㄹㅁ;ㄴㅇ리ㅏ먼ㅇㄹㅁㄴㅁㄴㅇㄹㅁㄴ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그러나 그 또한 아이의 성장 과정 속에서 스스로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제학교의 성적표는
‘아는 것’보다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지금 이 시점의 태도와 사고의 깊이’를 중심으로 평가됩니다.

그래서 부모가 보기엔 충분히 뛰어난 아이라고 느껴지더라도, 국제학교 성적표에서는 Expected 혹은 Working Towards로 나올 수 있습니다.


교사의 판단 오류라기보다는,
국제학교 시스템의 평가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더 잘 표현하고 스스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도록
일상 속에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지원 방법입니다.


시험 점수가 아니라 수업 태도가 중요한 이유


성적표에서 함께 등장하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ATL, Attitude Towards Learning, 즉 ‘학습 태도’입니다.

이는 아이가 수업에 얼마나 집중하고, 얼마나 능동적으로 생각하며 참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국제학교는 조용히 앉아있는 아이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아이를 더 높게 평가합니다.

아무리 머릿속으로 알고 있어도 표현하지 않으면 ‘깊이 있는 학습’으로 보지 않습니다.
이는 영어 실력이나 성격의 차이로 인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기간에 바뀌는 부분이 아닙니다. 평소 수업 시간의 진지한 태도와 습관에서 비롯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 성적표는 비교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성적표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성적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의 우리 아이의 위치’를 보여주는 과정 중심 평가입니다.

초등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지금 Expected라고 해서 부족한 것도 아니며, Greater Depth가 목표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 성적표를 계기로
“내가 알고 있는 우리 아이”와
“교사가 보는 우리 아이” 사이의 간극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수업 태도, 친구 관계, 학교에서의 모습 등 집에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을 교사가 짚어줄 수도 있습니다.

성적표는 ‘판단의 기준’이 아니라 부모와 교사, 그리고 아이가 함께 방향을 맞춰가는 소통의 시작점이 되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Greater Depth는 아이의 지금 상태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일 뿐입니다.
그것을 목표로 조급해지기보다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키워주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자연스럽게 아이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힘이 언젠가 성적표에도 반영될 날이 올 것입니다.

성적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그렇게 믿고 응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다음 이야기

국제학교에 보내면 모두 글로벌 인재가 될까요?


수업은 영어로, 친구들은 다국적, 커리큘럼도 세계적.
하지만 국제학교 졸업이 곧바로 글로벌 인재로 이어지는 걸까요?


다음 글에서는 국제학교 졸업 후의 현실과,
진짜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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