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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학교에서 왕따라구요?

내 아이는 내가 지킵니다.

by 아미

비싼 학비를 내고 다니는 국제학교는 왠지 모든것이 핑크빛일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영어로 수업하고,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런 환 환경에서는 ‘학교폭력’이란 단어가 어울리지 않아 보이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우리아이가

예쁘고, 잘생기고, 골고루 잘먹고, 키도크고,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고, 배려도 있으며, 유머도 있고 어른들에겐 공손하고 친구들에겐 인기많은 아이가 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아이는 존재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학교폭력은 그 아이의 어떤 결함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일이라는것이죠.


국제학교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났을 시, 학폭 대응체계의 시스템에 대해서 미리 알아두면 좋습니다.


국제학교에서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국제학교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학교에는 Safeguarding Policy (세이프가딩)라는 학생 보호 시스템이 있습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아동 보호 지침’ 과 같은 개념입니다.


이 시스템은 꽤 정교하게 짜여 있습니다.

누가 보고를 해야 하고,

누가 대응을 맡고,

어떻게 기록하고 추후 관리할 것인지까지,

하나하나 단계가 정해져 있죠. 매년 교사와 학교에서 일하는 모든 스탭들이 트레이닝을 받고 시험을 보며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자격요건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일하는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하고요.


실제로 어떤 절차가 진행될까요?


보통은 이렇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아이든 교사든, 혹은 부모든 누구나 학교에 보고할 수 있어요.
보통은 담임 선생님에게 말하지만, 사실 더 정확한 담당자는 DSL(Designated Safeguarding Lead)입니다.
이 분들이 바로 그 학교의 ‘학생 보호 책임자’입니다.
아이들의 신체적, 정서적 안전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반드시 정기적으로 특별연수를 받습니다.

보고가 들어가면, 학교는 그 내용을 기록하고 조사를 시작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한 뒤 필요하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상담이나 학부모 미팅이 열리기도 하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문서화되어 보관됩니다.
혹시라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을 때, 이전 기록을 근거로 더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그럼 부모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 부모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겪은 일을 감정적으로만 반응하지 않고, 차분히 정리해서 기록해두는 것이에요.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아이가 어떻게 느꼈는지

메모하고 정리해서, 학교 담임과 세이프가딩 리드에게 이메일로 보내놓는것을 추천합니다.

이후 일어날 모든일은 문서화된 증거싸움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혹시 구두로만 미팅을 했다면, 그 대화 내용을 정리해서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 요약드립니다”라는 메일을 보내두는 것도 좋아요.

기억은 흐려지지만, 기록은 남거든요.


그리고 학교와 이야기할 때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죠?”보다는
“지금 상황이 걱정되어 이렇게 정리해보았습니다. 대응 절차에 따라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ㄷ 때가 많습니다.


시스템이 있다고 다 해결되진 않지만....


솔직히 말해, 시스템이 있다고 해서 모든 상황이 매끄럽게 처리되지는 않아요.
학교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 대응 속도나 민감도가 다를 수 있고요.
부모 입장에서는 “도대체 뭐가 진행되고 있는 거지?” 싶을 정도로 답답할 때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국제학교에는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 창구를 알고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를 보호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거예요.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 그 ‘좋은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건 결국 우리 부모의 몫입니다.

쓸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막상 그런 순간이 왔을 때
“이럴 땐 어디에 말해야 하지?”가 아니라
“이건 safeguarding 쪽에 이야기해야 할 문제야”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훨씬 덜 외롭습니다.내 편이 있다는 것,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알고, 움직여 주어야 합니다

.

그리고 한 가지 더, 가해자 아이들에게도 우리는 가르쳐야 합니다.
지금 그 행동이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고, 상처를 주고 있으며,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는 것을요.



✍️다음 글에서는
제가 근무하고 있는 국제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제 딸이 직접 겪었던 학교폭력 사례를 바탕으로,
학교의 실제 대응과 그 후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아주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경험담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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