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을 완성해 간다는 것, 우선순위부터 차근차근
처음에는 그저 꽃 몇 송이만 놓아두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 속 작은 욕심들이 조용히 피어났다. 하루에도 몇 가지씩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그중에서도 꼭 해보고 싶은 것부터 하나하나 시도해 보았다.
어쩌면 필수적인 준비는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꼭 마련해야 할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 바로 하객들의 좌석이었다. 비록 협소한 공간이지만, 오신 분들이 편히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제대로 마련해드리고 싶었다.
하객들의 좌석으로는 툇마루와 봉당을 염두에 뒀었는데, 툇마루는 그대로 앉아도 괜찮았지만, 시멘트 바닥의 봉당은 방석이라도 하나 있어야겠다고 느꼈다.
고민 끝에, 한옥의 정취와 잘 어우러지는 ‘라탄’ 소재의 방석을 선택했다. 직접 앉아보며 적당한 크기를 가늠해 보니, 40cm는 조금 넉넉하고 30cm가 가장 적당하다는 결론이 났다.
그렇게 툇마루에는 얇고 편안한 라탄방석을, 봉당에는 높이 6cm 정도의 두툼한 라탄 방석을 준비했다.
나는 테무에서 구입했는데, 동일한 상품임에도 가격이 날마다 달라지므로 저렴할 때 넉넉히 사두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처음에는 1만 원에 구입했던 걸, 그다음엔 7천 원에, 마지막에는 5천 원에도 구매했으니까 말이다.
# 라탄방석(툇마루용) 15개 = 6만 원
# 라탄방석(봉당용) 21개 = 14만 원
꽃 다음으로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건 아마도 ‘처마 장식’이었을 것이다. 꽃 외에 예식장의 분위기를 어떻게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한옥이라는 구조 자체를 활용해 보기로 했다.
한옥의 처마에 무언가 하늘하늘한 장식을 더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엔 한지 같은 무언가를 생각했지만,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야외 결혼식 사진 속 아치에 매단 하얀 천이 인상 깊었고 이 천을 처마에 매달면 참 멋스러울 것 같았다.
그렇게 테무에서 여러 종류의 흰 천을 주문해 보았다.
실제로 받아보니 쌩 화이트, 따뜻한 노란기가 도는 웜톤 화이트, 살짝 차가운 하늘빛이 감도는 쿨톤 화이트까지 저마다 색감이 달랐다. 같은 색상이라도 업체마다 미묘하게 색감이 다르니 직접 받아보고 결정하는 걸 권하고 싶다.
두께와 길이도 다양했는데, 우리는 폭 75cm, 총길이 8m의 웜톤 화이트 천을 총 12개 정도 구입했다.
# 처마장식용 천 = 9만 원
사실 처음에는 야외 결혼식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아치’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식장을 하나하나 꾸며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인 무대의 형상이 머릿속에 그려졌고, 그 공간을 표현할 구조물로 ‘아치’가 필요해졌다.
처음에는 긴 나무를 구해 논에 박아 아치처럼 직접 만들어볼까도 생각했지만, 테무를 살펴보던 중 다양한 철제 아치를 발견했다. 원형, 사각형, 아치형 등 여러 모양이 있었지만, 우리는 부드러운 곡선이 아름다운 아치형을 선택했다.
가격도 2~3만 원대였지만 마침 할인을 받아 1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었는데, 이건 기둥 아래에 물을 채워 지탱하는 방식이었다. 직접 설치해 보니 바람에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고 충분히 사용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물론 장미덩굴용으로 많이 쓰이는 사다리형 아치가 더 튼튼해 보이긴 했지만, 결혼식 분위기에는 조금 무거운 인상이 들어 선택하진 않았다.
# 아치 = 1만 원
사진에 진심인 우리는, 예식장 곳곳을 우리의 사진으로 꾸미고 싶었다.
웨딩 테이블에 몇 장의 웨딩 사진만 놓는 방식이 아니라 연애 시절의 가볍고 소소한 커플사진까지도 하객들이 둘러볼 수 있게 꾸미는 걸 상상했다. 하객분들이 먼 길 오신 만큼, 예식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구경할 거리가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입구 쪽 흰 벽과 부엌의 책 선반을 전시 공간으로 삼았고, ‘찍스’라는 어플을 이용해 4*6 사이즈로 사진을 인화했다. 여러 인화 서비스를 이용해 봤지만, 개인적으로 해당 어플이 사용도 직관적이고 30장까지는 20원으로 가장 저렴한 데다 총알 배송까지 되어 가장 편리했다.
다만 입구에 놔둘 큰 포스터용 사진은 찍스에서는 인화가 불가해 다른 인쇄소에 맡겼다. 우리가 제작한 청첩장 1, 2부의 각 메인 컷을 60*90cm 크기로 인화해 영화 포스터처럼 세워 두기로 했었는데, 커다랗게 인화하고 보니 정말 우리 결혼식을 주제로 한 영화 포스터인 냥 멋있었다.
처음에는 ‘폼우드에 부착해 무심한 듯 놔둘까?‘— 하고 생각도 했지만 잘못 붙이게 되면 사진이 보기 안 좋게 울 수도 있을 것 같아 포기했고, 다행히 지인분께서 같은 사이즈의 액자를 빌려주셔서 좀 더 고급스럽게 비치할 수 있었다.
# 입구용 포스터(2장) = 6만 원
# 장식사진 인쇄 = 3천 원
# 장식사진 스탠드(부엌용) = 5천 원
1부는 짧은 절차였기에 별도의 안내문은 필요 없었지만, 2부는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되는 긴 예식이었기에 간단한 순서 안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배우자가 직접, 간단한 식순과 도우미 소개가 담긴 2부 안내문을 정성스레 제작했고, 이를 ‘찍스’ 어플을 통해 단면 무광으로 인쇄해 본식 당일 하객 좌석 위에 비치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지만, 오신 분들이 예식의 흐름을 이해하고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작은 배려이지 않았을까? 그들이 더 편하게 예식을 즐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우리처럼 긴 예식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이런 소소한 안내 하나가 분위기를 한층 더 부드럽게 만들 수 있음을 전하고 싶다.
# 안내문 인쇄 : 9천 원
그렇게 작은 아이디어들이 차곡차곡 쌓이자,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예식 공간이 조금씩 ‘우리다운 얼굴’을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여전히 ‘조금 더’라는 속삭임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멈추지 않고, 다음 단계로 한층 더 나아가 보았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웨딩촬영비 : 40.8만 원
청첩장제작비 : 1만 원
혼주한복(대여) : 45만 원
부케/부토니아/헤어피스/코사지/장갑 : 7.2만 원
조화 재료비 : 24만 원
조화 팜파스 : 2.7만 원
생화 화병 : 3만 원
# 라탄방석(36개) = 20만 원
# 처마장식용 천 = 9만 원
# 아치 = 1만 원
# 사진장식 = 6.8만 원
# 2부 안내문 인쇄 = 9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