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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어울리는 생화 탐험기

처음 마주한 식물들, 작은 풀조차 소중했던 탐구시간

by amy moong


조화 센터피스를 준비하던 중, 그 곁에 생화를 살짝 곁들이면 얼마나 풍성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연의 숨결을 가까이에서 느끼길 원하는 우리였기에, 조화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을 생화로 보완하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른 것이다.



— 가을과 어울리는 생화, 탐험의 시작


그리하여 우리는 약 한 달 남짓, 어떤 생화가 우리 예식과 가장 잘 어울릴지 고민하며 식물 탐험을 시작했다. 특히 결혼식이 가을에 열릴 예정이기에, 계절감 있는 식물들에 더욱 눈길이 갔다. 마치 식물 탐험가라도 된 듯, 매일 산책길이나 들판에서 만나는 풀과 꽃들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하나하나 후보에 올려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한 ‘강아지풀’

처음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식물은 놀랍게도, 너무나 익숙한 ‘강아지풀’이었다.

그간은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쳤던 흔한 식물이었지만, 가을이 되자 눈에 띄는 자색 강아지풀이 왠지 모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평소에 보던 연둣빛의 귀여운 강아지풀과는 달리, 이번에 발견한 종류는 훨씬 크고 줄기도 단단하며 자줏빛을 띄고 있었다.


여성스럽고도 고급스러운 인상을 주는 이 강아지풀은, 버려진 땅 한 켠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이 자색 강아지풀을 나중에 몇 가닥 활용해 보기로 했다.


자색 강아지풀


강아지풀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금빛을 띄는 금강아지풀, 짧고 통통한 갯강아지풀, 벼 이삭처럼 고개를 숙인 가을강아지풀 등 종류가 무척 다양했다.


다양한 강아지풀


그리고 참고로 강아지풀은 보호종은 아니지만 사유지나 도심공원에서 채집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 자연을 아끼는 마음으로 유의하길 바란다.



은빛의 낭만, 억새와 갈대

두 번째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은 식물은 ‘억새’와 ‘갈대’였다.

‘가을’의 상징이자, 특유의 낭만적인 분위기가 예식장의 분위기를 한층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줄 거라 생각했다.


처음엔 억새와 갈대의 차이를 몰랐지만, 알아갈수록 그 고유의 아름다움이 달랐다. 보통 물이 많은 곳에 아래로 처져 있는 짙은 갈색의 식물은 ‘갈대’, 산이나 들에서 바람에 날리며 은빛이 위로 퍼지는 건 ‘억새’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원했던 건 은은한 빛을 머금고 하늘을 향해 솟는 ‘억새’라는 걸 알게 되었다. 갈대는 쓸쓸한 분위기의 가을이 떠오른다면 억새는 반짝이는 은빛처럼 낭만적인 가을이 그려졌다.



그런데 실제 논길에 있는 억새들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강아지풀처럼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생김새도 다양했다. 멀리서 볼 땐 로맨틱했지만 가까이에선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억새 역시 보호종은 아니지만 대규모 군락지나 생태공원에서는 채집을 삼가야 한다는 점도 함께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브라운 소시지, 부들의 존재감

억새와 곁들일 식물로, ‘부들’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이 식물은 배우자가 소개해준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는데, 시골에서는 꽤 익숙한 식물이었다. 마치 소시지를 닮은 독특하고 묘한 생김새가 주는 강렬한 존재감은 단번에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짙은 브라운 컬러도 억새와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부들은 습지식물로 관리 지역에 있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아는 지인분이 키우던 것을 나눠주셔서 사용할 수 있었다.



단아한 매력을 지닌 설악초

마지막으로 마음에 담은 식물은, 하얀 테두리가 연둣빛 잎을 감싸고 있던 ‘설악초’였다.

어느 날 길가를 걷다 우연히 마주친 이 꽃 앞에서 우리는 동시에 외쳤다 — “오, 저거야!”


단정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품고 있어 우리의 결혼식과 참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다만 꽃인 만큼 쉽게 시들어버리기에, 예식에 가까운 시점에 준비해 보기로 했다.



참고로 일부 야생 설악초는 종에 따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역시도 주의가 필요하다.



— 준비의 마무리, 조화와 라탄 화병


이처럼 다양한 생화들을 후보로 두면서도, 혹시나 아무것도 구하지 못할 상황을 대비해 ‘조화 팜파스’를 테무에서 미리 구매해 두었다. 그리고 생화를 꽂을 수 있는 라탄 소재의 화병도 함께 준비했다.


조화 팜파스와 라탄 화병


# 조화 팜파스 = 2.7만 원

# 생화용 화병(6개) = 3만 원




이번 결혼 준비를 하며 뜻밖에도 식물에 대한, 특히 강아지풀과 갈대, 억새에 관한 소소한 지식을 쌓게 되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치던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도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마다 다른 표정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아주 사소해 보이는 식물 하나마저도 귀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던, 참 특별한 시간이었다.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웨딩촬영비 : 40.8만 원

청첩장제작비 : 1만 원

혼주한복(대여) : 45만 원

부케/부토니아/헤어피스/코사지/장갑 : 7.2만 원

조화 재료비 : 24만 원


# 조화 팜파스 = 2.7만 원

# 생화용 화병(6개) =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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