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퍼도 진심을 담은, 나만의 값진 결혼식 장식
결혼식까지 남은 시간은 어느덧 한 달 남짓.
본격적으로 예식장 꾸미기에 돌입해야 할 시점이 되자, 비로소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예식 세브시간 짜기
예식 식순 짜기
예식장 꾸미기 ***
물론 우리의 결혼식은 소박하고도 정겨운 작은 예식이기에, 눈앞에 펼쳐질 황홀한 자연 풍경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이 특별한 날에 조금은 더 ‘결혼식다움’을 더하고 싶은 욕심도 피어났다. 그래서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우리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만큼만 더 공간을 꾸며보기로 했다.
그 시작은, 단연 ‘꽃’이었다.
야외 결혼식이라면 으레 생화로 아름답고 우아하게 장식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생화 장식에 들어가는 비용은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잔디 마당 한가운데에 메인 무대 역할을 할 공간에만 이라도 ‘조화’ 센터피스를 두기로 했다.
테무에서 처음 주문해 본 조화 센터피스는 실제로 수령해 보니 솔직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화면 속 아름다움과는 다르게, 실물은 조화 특유의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풍겨서 결국 그대로 반품을 결정하게 되었다.
그 뒤로는 고심 끝에 조화 전문샵들을 둘러봤지만, 마음에 드는 센터피스는 대략 30cm 크기가 일방향 기준 10~15만 원을 훌쩍 넘겼다. 최소 필요한 양인, 10개로 계산하면 작게는 150만 원에서, 여유롭게 20개로 계산하면 많게는 300만 원까지.. 결국 이마저도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미친 척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다.
테무의 도움으로 한 송이당 평균 500원대의 조화들 중,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나은 것들을 골라 담았다. 저렴한 건 300~400원대, 비싼 건 800~900원대까지 — 데이지, 모란, 수국, 장미, 민들레 등 다양한 종류를 ‘화이트’ 계열 중심으로, 약간의 그린톤과 살구빛, 분홍빛을 포인트로 구입했다.
생화 장식에는 보통 물기 흡수가 가능한 초록빛의 ‘오아시스폼’을 사용하는데, 조화를 활용하는 만큼 나는 30센티짜리 흰색 ‘공예폼’을 선택했다. 막상 받아보니 그냥 스티로폼이어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찾아보니 스티로폼도 종류에 따라 밀도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다행히 내가 선택한 것은 꽃꽂이에 적합한 밀도였다.
하지만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처음엔 스티로폼에 꽃을 균형 있게 잘 꽂는 것조차 버거웠고, 어떤 위치에 어떤 꽃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높낮이를 다르게 주고, 색의 조화를 고려해 균형 있게 배열하는 건 더욱 어려웠다.
그렇게 처음 만들어낸 센터피스는… 꽃들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없애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꽃으로 빼곡히 채워버린 탓에 다소 답답한 인상을 주는 결과물이 되고야 말았다.
비록 계속된 엉성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하루에 하나씩만 제대로 만들어보자”— 는 마음으로 묵묵히 작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매일 꽃을 꽂다 보니 손에 익기 시작했고, 점점 자신감도 생겼다. 그렇게 집 안은 온통 꽃으로 가득한 작은 공장처럼 변해갔지만, 그 모습마저도 내겐 꽤나 흐뭇하게 다가왔다.
작업 속도는 점차 빨라졌고, 만든 센터피스는 실제 잔디 마당에 하나씩 놓아보며 높이나 크기를 조정해 나갔다.
꽃들만 꽂으니 다소 밋밋해 보여서 중간엔 초록 잎사귀(한 송이당 100~200원대)를 함께 꽂아보기도 했지만, 내 미숙한 솜씨로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라 과감히 생략했다.
그렇게 차근차근 완성해 낸 30cm 센터피스, 총 20개!
시작할 땐 가능할까 반신반의했지만, 결국 내 손으로 모두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비록 전문가의 손길만큼 정교하진 않았지만,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졌다. 내 노력과 시간이 켜켜이 담긴 이 작은 꽃 장식들이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할 날을 빛내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벅차올랐다. 게다가 비용도 재료비 약 24만 원만 들었으니, 업체에서 구입했을 때보다 비용도 1/10 이상 아낄 수 있었다.
# 조화 재료비(공예폼 포함) = 24만 원
센터피스 제작을 마치고 나니 자신감이 붙어, 혼주석과 툇마루 기둥 등 예식장 주변도 더 꾸미고 싶어졌다.
그렇게 남은 꽃들을 조합해 만든 미니 꽃다발로 혼주석과 툇마루 기둥 등을 꾸미고 숙소로 들어오는 골목길의 기와 위에도 수국 장식을 달기로 했다. 어떻게 고정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배우자가 ‘집게’ 아이디어를 냈고, 조화 수국 두 송이를 글루건으로 집게에 붙여 기와에 간단히 고정하는 방식으로 완성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화동바구니도 직접 만들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쇼핑몰을 둘러봤지만, 사진을 보니 “이 정도라면 내가 만들 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취미로 만들었던 라탄 바구니 두 개에 조화 꽃잎을 글루건으로 하나씩 붙이고, 손잡이엔 리본끈을 둘러 예쁘게 마무리했다. 손잡이가 없는 바구니엔 머리띠를 손잡이 대용으로 붙이고, 리본으로 감싸 마치 처음부터 그런 디자인인 냥 완성했다.
혹시 라탄 바구니가 없다면 깊이가 있는 둥근 접시에 머리띠를 붙여 손잡이를 만드는 방식도 충분히 활용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나처럼 테무에서 조화를 구입해 직접 만들고 싶다면, 다양한 종류의 꽃을 소량씩 먼저 시도해 보길 추천한다. 테무는 업체마다 같은 사진을 쓰면서도 실제 제품 퀄리티는 다른 경우가 많아, 반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보니, 개인적으로는 데이지, 모란, 피오니, 수국처럼 크기가 큰 꽃이 작업에 훨씬 유리했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적은 수로도 센터피스의 형태를 쉽게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작은 꽃들만 사용하면 훨씬 더 많은 양이 필요했다. 그래서 큰 꽃으로 전체 크기와 중심을 잡고, 그 사이사이에 민들레나 장미, 안개꽃 같은 작고 섬세한 꽃들을 더해 완성하는 방식이 훨씬 수월했다.
물론 그저 일반인인 내가 만든 이 조화들은 전문가의 완성도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날을 스스로 준비해 가는 과정이라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의미였다. 내 손끝에서 시작된 이 모든 작업은,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었고 이로 얻은 경험으로 내 자신도 또 한 번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어설퍼도 괜찮았다.
내가 만든 결혼식이란 말처럼, 이 조화 센터피스와 장식들은 우리의 이야기와 참 잘 어울리는 작품이 되어주었으니까.
웨딩 비용
하객 식사대접비 : 331.2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슈즈 등 구입비 : 48.1만 원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가족)+헬퍼 : 139만 원
웨딩반지(신랑신부) : 165만 원
웨딩촬영비 : 40.8만 원
청첩장제작비 : 1만 원
혼주한복(대여) : 45만 원
부케/부토니아/헤어피스/코사지/장갑 : 7.2만 원
# 조화 재료비 = 24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