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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y 11. 2020

왜 눈물이 나지?

퇴사 후 맞이하는 첫 아침의 온도




어느덧 바깥공기가 차갑게 물들어버린 12월의 어느 날

나는 그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길다면 길었던 나의 7년 간여 정의 끝을 즐길 준비를 마쳤다.


더 이상 올 일 없는 내 사무실 자리를 정리하고

더 이상 사용할 일 없는 내 사무용 컴퓨터를 포맷하고

언제 또 볼지 모르는 내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언제 또 올지 모르는 퇴근길을 운전하며

정말로 '끝'이라는 것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지금 아침인가?"


저절로 떠지는 눈을 다시 스르르 감으며 포근한 이불속을 잠시 동안 떠나지 않았다.


여느 때였다면 무거운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기나긴 한숨과 함께 시작했을 월요일의 아침.

특별할 것 없던 한 주의 시작인 평범했던 월요일 아침이 오늘은 여느 때와 달리 알람시계 조차 울리지 않는 평화롭고 고요한 아침으로 변해있었다.


부스스한 머리를 한 채 거실로 나가 냉장고에 들어있는 색이 고운 빨간 사과 하나를 집어 들어 여유로이 입에 물며 하아얀 요거트 위에 견과류와 베리 몇 개를 동동 띄운 후 커피 한잔을 들고 탁자 앞에 앉아 창문 밖을 내다본다.


퇴사 후 첫날 아침이라고, 어디 한번 분위기 잡아보겠다고, 블루투스 스피커에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을 띄운 채 커피 한 모금을 넘겼더니 그냥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은 채 내 눈가에는 눈물이 고인다.

 

무언가 뭉클한 이 기분은 도대체 뭘까.


여태껏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고작 32년 살았지만 32년 살아온 내 인생에서 이런 오묘한 기분은 처음이다.

나름 퇴사 유경험자인데 이번에는 이 퇴사라는 것이 나에게 다가오는 무게감이 남달라서일까.


내 눈에 고인, 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눈물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인 걸까.


기쁨? 슬픔? 행복함? 화남? 두려움?

어떠한 감정 하나로 딱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기 전의 답답함도,

그렇다고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안도감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맞이한 이 순간이 나에게는 너무 벅차서, 나도 모르게 너무 감격스러워서,

그저 이러한 기회를 나 자신에게 주게 되어서,

이러한 선택을 내가 하게 되어서,

그럴 수 있었던, 그렇게 되어버린, 그러한 일련의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함과 가슴 벅참.

그리고 그에 따른 약간의 불안함과 두려움까지.

그 모든 것들이 한 데 뒤엉켜 만들어낸  복잡 미묘한 감정이 나를 감싸버린 것이다.


여자 나이 서른둘, 몇 주 뒤면 곧 서른셋.

퇴사를 고민할 때만 해도 나는 이 나이가 그저 골칫덩어리로만 느껴졌다.

만약 내 남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싶다면 그 도전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의 나이이자,

만약 도전하여 실패하게 된다면 당분간은, 어쩌면 오랫동안은 남들보다 뒤처지는 삶을 살게 될 것만 같은 '불안'한 나이.


하지만 퇴사를 하고 난 후 나는 이런 내 나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마냥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은,

그 '애매함'이 주는 조금의 가능성과 희망을 품은 설레는 나이.


이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마냥 불안하지도, 두렵지도 않다.

오히려 내 미래가 예전처럼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내 미래의 모습이 열려 있어서,

그래서 지금부터 내가 새롭게 그려나갈 수 있어서 가슴이 벅차다.

 

그래, 이 나이를 최대한 즐겨야지.

그래,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야지.

그래, 더 가치 있는 나 자신이 되어야지.

오직 이러한 생각들 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또 되뇌고 되뇐다.

그렇다고 너무 욕심부리진 말자.

대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보자.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조금씩 따뜻하게 물들어가던 오늘의 온도를 나중에도 꺼내어 느끼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잘해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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