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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May 11. 2020

엄마, 나 다녀올게

새로운 삶을 위한 첫 번째 여정




'퇴사'라는 문턱을 넘고 난 후 2주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갔고 어느새 나의 새로운 삶을 향한 첫 번째 여정이 시작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그 여정이 시작되기 전 날밤 왠지 모르게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설렘 때문인지, 긴장감 때문인지, 두려움 때문인지 구분조차 되지 않은 채 늦은 새벽녘에서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출국 당일 아침이 밝았고 나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캐리어를 끌고 집을 나선다. 일 년에 평균 세 번 이상은 해외로 나돌아 다녔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느낌이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여느 때와 같이 "엄마 나 다녀올게."라는 평범한 끝인사를 건네며 현관문을 나섰지만, 엄마의 표정 또한 예전 같지 않다. 조심하고 매일 연락하라던 엄마의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과 걱정스러움이 가득 묻어나 있다.


짐의 무게감도 예전 같진 않다. 여행을 할 때만큼은 군더더기는 다 빼고 무조건 가볍게 다니는 것을 추구하던 나인데, 이번에는 하나하나 뭐가 다 그렇게 욕심이 나던지.

이것도 챙겨야 할 것 같고 저것도 챙겨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하나둘씩 넣다 보니 짐은 갈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사실 현지에서도 다 구입 가능한 것들인데도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가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었다.


그렇게 한 손에는 10킬로그램짜리 보조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23킬로그램짜리 캐리어를,

등에는 3킬로그램에 가까운 백팩을,

그리고 가슴 앞으로는 힙쌕과 카메라를 짊어진다.


지난 10여 년 간 해외 각 국을 여행하며 짊어지고 다녔던 짐의 무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예전보다 훨씬 더 커진 캐리어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아진 가방의 개수는 마치 앞으로의 나의 여정과 그 속에서 내가 헤쳐나가야 할 것들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그래서일까, 35킬로그램이 넘는 짐의 무게가 유난히도 더 무겁게 느껴지고 왠지 모르게 정말 한국을 떠나는 느낌마저 든다.


퇴사를 결정한 후 내가 '선택'한 나의 새로운 삶을 향한 첫 번째 여정은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아웃 티켓 없이 여행하기'라는 목록을 지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이번 여행은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시작으로 몇몇의 유럽 국가와 중남미 국가, 마지막으로 미주 국가까지 다녀오는 것이 나의 일차 계획이자 목표이다.


이번 여행은

퇴사 후 하게 되는, 나의 새로운 삶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점
열정과 용기, 자신감으로 가득했던 9년 전의 나를 다시 찾아볼 수 있는 추억여행이라는 점
(나는 9년 전 일부 남미 국가와 미주 국가를 여행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참 감사하게도 나의 오래된 친구 한 명과 이 여정의 시작을 함께 한다는 점
(나에게는 오래된 소중한 친구들이 몇몇 있는데 그중 나와 비슷한 시기에 퇴사를 하게 된 친구가 앞으로의 여정의 일부를 함께 하자는 나의 제안을 참 고맙게도 받아들여 주었다.)

이 세 가지 이유 덕분에 나에겐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공항에서 만난 친구와 나는 서로를 보며 웃음이 터져버렸다. 영락없는 장기 여행자 포스로 나타난 우리의 모습이 낯설기도,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설레기도 한 우리의 감정을 웃음으로 대충 감춰본다.


그렇게 한참을 낄낄대던 우리는 비행기에 올라타며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이 말을 가슴속으로 외치고 또 외쳐본다.


Enjoy our youth
우리의 청춘을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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