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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 moong Jun 20. 2020

하필 너무 완벽했던 날

행복함과 미안함의 눈물

리스본을 도착하고 몇 일이 지난 후 한국에서는 조카 돌잔치가 있었다.

난 또 조카 돌도 못 챙겨주는 나쁜 고모일 뿐이었다.


조카 돌잔치가 있던 날 친오빠가 연락와서 말했다. 

조카가 무언가를 집어들었는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그래서 내 생각이 나더라고.


그 카톡을 받게 되었던 날

하필 난 산타루치아 언덕을 찾았고

하필 그 곳의 모든 것이 그냥 완벽했다.



하늘이 파랬고 

파란 하늘 속 하얀 구름은 너무 예뻤고

따스한 햇살은 내리쬐는데

바람은 살랑살랑 기분 좋게 불었고

그 앞에 펼쳐진 파란 바다와 빨간 지붕들은 너무 평화로웠고 

거기에 감성돋는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감성터지는 기타소리와 버스킹 연주소리까지 한 데 어우러지자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진 공간 속에서 가만히 서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뭔가 모르게 너무 가슴이 벅차서 몇날 몇일을 그냥 계속 이대로 있고 싶었다.


그동안의 일들이 스쳐지나가며 

그냥 이순간이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그냥 나도 모르게 그렇게 눈물이 났다.


나는 정말 이 곳에서 너무 행복한데

나만 이렇게 행복한 거 같아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너무 행복한데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는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합쳐져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올라왔다.

그냥 내 가슴 속에서 밀려오는 뭔지 모를 그 뭉클함에 내 감정을 쉽게 주체할 수 없었다.


행복해서 흘리는 눈물

그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 채 그렇게 한동안 난 눈물을 훔치며 그 곳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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