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를 키우는 여덟 살
어쩌다 먹는 라면은 우리 집 특별식. 이 맛있는 걸, 자주 주지 않은 내 탓에 아이들에겐 라면이 아주 귀하다. 오늘은 귀한 음식을 먹는 날. 나는 먹고 싶은 라면 2개를 사 오라고 했다.
집 앞에 있는 슈퍼, 한참 후에나 돌아온 아이들 손에는 여전히 2천 원이 있었다. 왜 빈손이냐 물었더니, 먹고 싶은 라면이 종이컵으로 없다고 한다. 엄마는 컵라면을 부탁한 적이 없는데..? 다시금 슈퍼로 간 아이들.
다정히 손 붙잡고 돌아와서 내민 '스낵면' 한 봉지. 왜 한 개뿐 이냐는 질문에 규가 "아.... 맞다." 하고는 쑥스러운 미소를. 또다시 슈퍼로 - 이번에는 빨리 갔다 올 거라며 동생을 집에 있게 하고 혼자 갔는데.
나라라도 구한 듯한 얼굴로 돌아온 아들 녀석.우렁차게 내민 건 '비빔면' 한 봉지. "도대체 왜 다른 라면을 사 온 거야?? 두 라면은 끓이는 방법이 달라서, 냄비를 두 개나 써야 한다고! 왜 이렇게 사 왔어?! 대체 슈퍼를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하는 거야??!!"
궁금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닦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는 질문을 퍼부었다. 그것도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땀 뻘뻘, 눈물이 덩글 덩글. 온 얼굴에 홍수 난 아들 녀석이 겨우 입을 벌려하는 말.
나는 '사랑'의 '사'자도 모르는 멍청한 어른.이런 나를 엄마라고 아껴주는 너한테 몹쓸 짓을 하다니.
... 엄마가 우리 아들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