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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시케 May 29. 2021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흩어진 나를 모아 온전함에 이르는 삶의 길


우리는 자신을 잘 모른 채 살아갑니다.



1. 제가 하면 다를 줄 알았습니다.


커피숍에서 커피를 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커피가 든 종이 잔에 덮개를 씌우는 점원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입이 닿는 입구 부분도 손으로 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직원의 손에서 물기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에 다음에는 덮개를 따로 달라고 해서 제가 씌우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덮개를 받아 든 저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무심결에 점원과 같은 방식으로 덮개를 씌우고 있더군요.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실수라면 저도 쉽게 빗겨갈 수 없다는 것을요.




2. 제가 더 많이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남편과 함께 집안일을 얼마나 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하다가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저는 분명 제가 훨씬 더 많이 했다고 느끼는 영역에 있어서도 남편이 스스로 많이 했다고(또 때로는 저보다 더 많이 했다고) 평가하고 있더군요.



그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 일에 대해서는 과대평가를 하기가 쉽다는 것을요. 제가 쓰레기를 몇 번 버렸는가에 대해서는 ‘제가 했기에’ 더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3. 제가 어떻게 걷는지 몰랐습니다.



어떤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저는 항상 친언니의 걸음걸이가 조금 엉거주춤해 보여서 그렇게 걷지 말라고 잔소리를 자주 하곤 했었지요, 그런데요, 어느 날 뒤에서 누가 따라와서는 '너 OO 동생 맞지?' 그러는 거예요. 깜짝 놀랐지요. 아니, 얼굴도 안 보고 어떻게 저를 알았냐고 다시 물었지요. 그랬더니 그분이 언니 친구래요. 제가 언니와 걷는 품새가 너무 비슷해서 뒤에서도 알아봤다나요,”



그러니까 그녀는 언니가 걷는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자신이 어떻게 걷는 지는 볼 수 없었던 것이지요.


그분도 그렇게 알게 되셨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자기 안에 갇히기 쉬운가에 대해서요. 나라는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나 자신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와 함께 어디든, 언제든, 삶의 모든 순간에 함께 하는 사람이지만 또 그러기에 볼 수 없는 내 모습이 있기 마련이지요.


이 모든 상황들은 우리가 얼마나 우리 자신의 모습을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가를 보여줍니다. 인식의 한계와 좁은 시야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서는 물론 타인에 대해서 오해하고 엇갈리는 마음이 많지요.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고 판단하는 모든 것이 파편화되어있고 아무리 크고 넓게 보려고 한다고 해도 결국엔 부분을 쥐고 있음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우리를 겸허하게 하기도 하지만 또 때로는 우리 마음을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나를 보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 자기 이해와 자기 통합의 시간이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마음을 밝혀주는 마음 습관들


모든 사람이 이런 이해의 한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이 참 많지요. 우리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거울과 사진에 의존하지 않고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유일한 사람이기까지 하니까요.


내가 나의 모든 면면을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됩니다. 우리는 다만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다음 네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Black spot(깜깜한 영역):

나도 모르고 남도 모르는 나


Blind spot(눈먼 영역):

나는 모르고 다른 사람은 아는 나


Bright spot(밝은 영역):

나도 알고 다른 사람도 아는 나


Secret spot(비밀 영역):

나는 알지만 다른 사람은 모르는 나



우리 마음의 모든 영역이 밝은 영역으로 전환될 수는 필요는 없지만 눈먼 영역과 비밀의 영역을 조금 더 밝은 영역으로 전환 시킬 때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소통이 더 쉬워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상담실에서든 상담실 밖에서든 자신을 돌아보고 돌보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이 얻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통찰은 이런 ‘어두운 영역’과 ‘비밀의 영역’을 다루는 면이 많았습니다.



1. 자기 개방 : 나를 더 많이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인씨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기를 힘들어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 나은, 더 많은 자기표현을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저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몰랐던 저를 새롭게 알게 됩니다. 어쩌면 표현은 제 이야기를 듣는 사람을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을 위해 하는 것인 것 같아요. 말할수록 더 분명한 저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 자기 수용 : "나에 대한 피드백을 더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습니다."



나인씨는 언젠가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했습니다. 비판도 칭찬도 더 열심히 듣지요. 전에는 사람들의 칭찬도 으레 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였고 비난 받을까 봐 솔직한 이야기를 듣는 것을 두려워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관계가 ‘거울’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거울이 비춰주는 자신의 모습을 더 잘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는 좋은 거울의 다독임과 목소리를 통해 자신을 더 굳건히 세우기로 했습니다.



3. 자기 사랑: "나와 더 많이 친해지기로 했습니다."


다인씨는 올 한해 목표를 ‘나와 친해지자’로 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삶을 살면서 정말로 친해져야 할 사람인 자기 자신과 그렇게 친하게 지내지 못해서, 그래서 마음의 부침이 더 컸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친한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세상 사는 것이 든든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 자신과 더 친해진다는 생각은 더 큰 힘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온전한 나를 찾아가는

삶의 여정을 계속 해나가기로 합니다.


오래전에 유행하던 노랫말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었습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아.”


‘나’라는 한 사람 많에 얼마나 많은 ‘내’가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가사에 공감을 했던 이유는 나라는 사람이 나 스스로에게 조차 잡히지 않는 여러 면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어쩌면 우리는 평생 동안 쉽게 흩어지기 쉬운 우리의 마음 조각들을 모으고 또 모으기를 반복해 나갈 겁니다.


삶은 온전한 나를 만들어 가는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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