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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Sep 12. 2024

시나리오 아니 시놉시스부터 쓰기로

오랜 영화 만들기의 꿈은 글쓰기부터 시작.

시나리오 아니 시놉시스 로그라인부터 쓰기로.

모든 대단한 영화의 시작도 작은 A4지 한 장부터 시작된다는 거를 알면서도 내내 미뤄왔는데

오랜 영화계 지인이 오랜만에 부산 와서 아침부터 소주 한잔 하면서 꽤나 의미 깊은 나름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사실 작은 이야기라도 아니 그 작은 이야기의 디테일을

잘 살리면 이야기가 되고 그림이 되고 시나리오가 갖춰지고 영화가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내내 그 시작이 잘 되지 않았다.







올해 초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할 때도 방콕에서부터 함께 영화 만들자며 이야기 나눈 친구도 있었고

실제로 치앙마이에서는 캐스팅을 두 번이나 하면서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그게 의도대로 잘 되지 않아서 뭔가 하나가 되면 하나가 어그러지고 그런 일들이 계속되면서 아..

이리 힘들 일인가? 하면서 결국 포기하게 되었는데 사실 영화라는 게 어렵게 여기면 한도 끝도 없이

어렵지만 정말 마음먹으면 아이폰으로도 찍을 수 있는 게 영화라서







참으로 신기했던 건 치앙마이에서 영화를 찍겠다고 작정했을 때 마주했던 친구들이 모두 다 과거에

그러니까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할 것 없이 단편 영화나 비슷한 종류의 창작물 제작의 경험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끼리끼리 어울린 건지 아니면 그저 만나진 친구들이 그런 경험이 있는 친구들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소한 공통점이 얼마나 큰 힘이 되고 함께 만들어나가면 재밌겠다는 확신을 주던지

아... 그래서 내가 여행을 하지. 아.. 그런 즐거움을 아는 이가 나의 친구라서 함께 여행을 해서 기쁘다.

하는 생각을 했는데,







오래전 함께 작업을 했던_ 작업이라 해도 영화는 아니었고 광주에서 미술 관련 다큐를 찍을 때 함께

일한 촬영감독이었는데, 이번에 제작사를 차렸다면서 누나가 시나리오 아니 시놉시스랑 로그라인만

써도 제작에 힘을 보태겠노라며 이야기를 해줘서 얼마나 든든하고 고맙던지.

그러고 돌아보니 우리가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더라... 하고 돌이켜보니 10년 전 이맘때 프랑스에서

영화를 찍을 때였다고. SNS 상에서 종종 사진도 보고 서로 좋아요! 도 투척하고 하다 보니 그렇게

오래되었는지 몰랐을 뿐이고. 서로 여전해서 좋다며 인사말을 나누면서도 믿어지지 않는 10년이라는

세월이라니.






얼마 전에도 내가 프랑스에 간 게 벌써 10년이나 지났다고. 2년 전에 파리행 비행기를 예약하고도

유럽 체류가 3개월 가까워져서 어쩔 수 없이 항공권을 버리고 결국 귀국한 게 너무나도 아쉬웠는데

이리 세월이 흘렀을 줄이야. 그때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합류해서 한국 독립영화 찍는 현장에서

헬퍼로 잠시 체류했는데 그때 정말 혓바닥이 돋을 정도로 무리해서 일하면서도 힘들었기 때문에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고 그 기억들이 있기에 아직도 그때 그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반갑게

만날 수 있고 또 엊그제 만난 거처럼 아침부터 대선 한 잔 마실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던지. 그리고 그 친구가 아이폰이 아니라 어른 카메라로 제대로 촬영해 주겠다고 하니 정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거 마냥 든든하고 진심으로 고마웠다.


치앙마이에서 만들려던 영화의 시작은 정해져 있었는데... 그 시작은 대충 이러하다.

https://brunch.co.kr/@ana9/100



실제로 내가 경험한 여행의 일부를 재현하고 싶었고 어느 특별한 하루의 이야기이고 그 시작이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여행이 사랑으로 사랑이 인생의 한 페이지로 잘 만들어질 거 같아서 그리 하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를 촬영 감독에게 말해주니 그 역시 그 시작만으로도 분명히 재미난 이야기로 발전할 수 있고

적절한 배우 캐스팅만 되면 바로 이야기가 develop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해줘서 정말 큰 용기를 얻게 되었고

그런 그림이 그려지고 희망이 보이는 듯 긍정적인 칭찬으로 들려서 뭔가 실체가 보이는 듯한 미팅을 한

기분이 들었던 순간.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유튜버 하는 친구들도 늘 나에게 하는 말인데 아나이스 야 말로 유튜브에 딱인데 하면

정말 잘할 텐데 하는 이야기를 그에게도 들었다. 누나는 한마디로 어떤 누나만의 아우라가 있어서

자기만의 분위기를 잘 살려서 유튜브 할 거 같은데 할 생각 없냐고... 내가 촬영 잘해줄 수 있는데.






사실 이런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들었지만 꾸준하게 할 자신이 없어서 아직 제대로 시작 못하고 있었는데

진짜 제대로 다시 시작해봐야 하는 건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정말 마음을 제대로

먹어 봐? 하는 용기를 얻는 간만의 술자리 랄까? 뭔가 고마웠다.





정말 이렇게 브런치에 어제의 만남을 기록하는 거뿐 아니라 시나리오의 시작 시놉시스

그 A4지의 한 장부터 쓰는 내가 되기를 바라며...

영화 제작의 꿈은 멀지 않았다며.

기다려!

그리고 이 시작의 한 장의 로그라인을 좋아해 줄 최애 배우의 출연을 상상하면서 그의 출연을 격하게 반기는

나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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