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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ais Ku Jan 23. 2022

어머니 따라서 절에 가는 날 괜스레 예민해지는 건 …

절에 가는 날

어머니 따라서 절에 가는  괜스레 

예민해지는  기분 탓이겠지요?


그건 절에 가는  예민해진다기보다는 

어쩌면 저랑 어머니가 너무 합이 맞지 

않기에 벌어지는 일일 텐데, 어머니도 저도고집세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성향이라

다른 모녀들과 달리 (동생들하고 어머니는 잘 지내는 걸 보면 )

특히 저 와는 더 안맞는 거죠.



여하튼 렇다 하여 모녀 인연을 끓을 도 없고 당장 떨어져 살 수도 없는 처지라

가끔 그리 멀지 않은 범위 내에서 종종 따라나서곤 합니다. 그것은 


어머니 차를 운전해드리고 싶어서 이기도 하고. 어머니와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내고 싶어서입니다. ‘








저희 어머니는 모태신앙이라 할만한 독실한 불교신자입니다. 외할머니보다 시어머니의 영향인지 친할머니도 쌀집을 하시면서도 그리도 절에 열심히 다니셨고, 거기에 편승하시듯 저희 어머니도 전국의 온갖 

절은  다녀오시고 (강원도나 외국의 절도 섭렵하여서) 유명한 법륜 스님과 인도까지 다녀오신 적도 있습니다. 불교 혹은 스님들 신봉자 이신 어머니라 해도 과언이 절대 아닙니다.








저희 가족의 본가였던 동래의 절은 물론 

해운대로 이사 오면서  앞의 ( 오피스텔 내에 위치한 곳도  이라 해야겠지요? )

그리고 해운정사 양산의 통도사까지 

어머니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없습니다.


사진 위의 저곳은 해광사 해운대에서 송정 지나서 기장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바닷가 근처의 절인데 출사하는 분들에게는 부산 일출 장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인지  역시 절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지기도 하고 절밥을 

좋아하는 지라 친구와도 종종 가고 여럿이 통도사 암자 투어  적도 있고. 혼자서도 발길 닿으면 가곤 하는데 그래도 제일 자주   가족들과  텐데, 어머니의 운전기사 노릇 하며 효도라도  하려고 따라나서면 어김없이  싸우게 되고 말다툼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곤 서로  상하고  해도  말까지 해버리고요.









저희 집은 딸만 셋인 집안인데ㅡ 동생들은 벌써 시집가서 아들 하나씩을 낳아서 조카들도 있는데 저만 아직 싱글인지라  불효하는 마음이라 불편한 마음은 한가득이나 되도록이면 서로가 부딪히지 않는 선에서 지내려고 하고 있는데, 동생들도 이런 저를 그러려니 하는 듯하고. 어머니도 그다지 크게 스트레스를 주시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번씩 엄한 잔소리 있는 말들로 상처를 주고는 합니다. 레퍼토리가 있답니다.



그래도 가족이기에 각자의 부분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다투기도 하고 그러다 말을 아예 하지 않기도 

하고 그런 나날들도 있는 거지요.









지난 주말 어머니 따라서 해광사 가서 

방생하는  담은 사진


나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이다.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는 내가 참 좋다.

이하 중략 천천히 읽어보세요.


뻔한 이야기들이 어느 날에는 나에게 강렬하게 꽂히는 날이 있더라고요.


저는 너무 자신을 사랑하는  문제라면 문제일지도 모르는 자기애가 과한 사람   명이라...ㅎㅎ









돌아가신 아버지와는 서로 같은 성향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좋아하는 마음이 더 커서인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사이였는데 어머니와는 여전히 그게 어렵고 잘 되지 않습니다.


제가 자식이니까 맞춰드려야지 하는 마음부터가  생기지도 않고 남들 하는 효도를 못하면 그런 거라도 해야 하는  아니니라고 생각만 하고 절대 행동에 옮기지 않는 

그런 부조리한 자세를 계속 취하는 것이지요.







사진은 양산 미타암 가는 길에 처음 타 본 리프트


미타암 가는 길은 산행하는 느낌으로 가파른 산을 올라가야 하는데 이런 리프트가 있어서 물건 나를 때 편하고 조금 빠르게 올라갈 수도 있다.








암튼 또 사설이 길었는데, 어머니의 종교인으로서의 부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에 다른 딸들도 조카들 데리고 절에도 가고 스님들한테 인사도 드리고 하는 것이지요.


저의 경우도 어머니 덕분에 알게 된 스님들이 몇 분 계십니다.


  선프라자 유연정사에 계시는 스님의 그림 전시회에 같이 가기도 하고 _ (  비구니 스님과는 인연이 있는지 부산시립미술관, 송정 KUMUDA 등에서도 우연히 마주친 사이이지요. )









통도사 서운암 주지스님으로 계시던 

동진 스님 ( 지금은 미타암에 계시는 ) 

따로 2번이나 뵈었습니다.


캐나다 가기 전이니까 2012년도 뵙고 한참 지나서 이번에도 미타암에서 뵈었습니다. 이번에도 도자기 그릇도 한아름 선물 받아오고 ( 물론 어머니의 공덕으로 전달된 돈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만. ) 귀한 차도 마시고 오고 좋은 이야기도 듣고 오고 했답니다.

그러다가 저도 친구 덕분에 아는 스님이 있어서 양산에  김에 같이 월명암 행암 스님을 소개해드렸는데 암자도 너무 맘에 들어하시고 아예 본인도 출가를 하시고 싶다고 하시더라는...







 그렇게 비워야 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내내 채우고 는 걸까요?


어머니는 세상을  가지신 듯하다가도 

 무언가가 가지고 싶으신가 봅니다.


" 너는  남자도 없느냐? 사위 둘 있으면 돼지)

  너는  집도 없냐? ( 엄마 집에서 좀 더 지내면 안되나요? ?

  왜 아직도 캥거루처럼 나한테 붙어있냐? "

등등


그런 말들을 하시면서 저를 탓하시다가도  안타까운지... 한숨 쉬는 듯한 모습을 

뵈면 여전히 죄송합니다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이런  하나 있어도 되지 않나? 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는 거죠?


그래도 옆에 있으니까 TV 켜고 주무셔도 꺼드리고. 이불도 덮어드리고. 하는 거 아니냐? 그리고 가끔 이렇게 절에도 따라나서고. 운전도 하고. ㅎㅎㅎ









통도사 따라나선 날.

춥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거라 저도  

주변 둘러보면서 힐링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종교 이야기로 불편하신 분이 있더라도 양해를 구합니다.

그저 산책 코스 중 하나로 통도사에 안 가보신 분이 있다면 꼭 가보시기를 추천합니다.


홍매화도 이쁘게 피는 곳으로 유명합니다만. 그 시기에 가 본 적은 없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는 꼭 양산 통도사 앞이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매년 그렇게 4년 동안 부지런히 봄이면 이곳을 향했습니다만. 그때와 지금은 다르고

신입생 때의 기억은 아직도 강렬한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몽글몽글. 동기들과 담력 테스트하느라 저 깊은 산속에도 들어갔었는데 그때의 그곳이 여기라니요.

그리고 템플스테이를 처음 해 본 곳도 여기 통도사였습니다. 네이버 블로거로 활동 한참 하던 시기에 왔는데

올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안아주는 곳입니다.







가족 이야기에서 학창 시절, 세월을 관통하는 저와 절에 관한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2022년 어느 해 보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운동도 일주일에 3번 이상 하고 있고, 일주일에 3~4일은 되도록이면 5km 이상 걸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글도 되도록이면 매일 발행하지 않더라도 매일 쓰려고 애쓰고 있으며 일본어는 매일 연습하고 듣고 보고 있으며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페인어를 시작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혼밥을 할 지라도 새로운 곳에 가서 한 끼를 먹어보려고 애쓰고 ( 거의 동선 내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

계속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으며 SNS에 버리는 시간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되도록이면 일찍 자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는 않고, 되도록이면 일찍 깨고 싶지 않은데 몸이 먼저 깨어서

곤란하지만 이 또한 나아질 거라 봅니다.


어머니처럼 절에 집중하면서 돈과 시간을 투자하여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고, 그 시간에 동참해서라도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딸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삶을 살아내고 계십니까?


매일 무언가를 반복하여서 꾸준하게 한다면 그것은 분명히 삶에서의 어떤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에게 무엇이 있으신가요? 부디 그것을 찾아내어 삶이라는 귀중한 시간에 그것에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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