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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집시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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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n 28. 2020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이별

#012 열두 번째 이야기

“약속 땅” 이 아닌 “우리의 땅” 을 찾아 나서기로 정한 뒤, 우리들은 솔직하게 모두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만약 우리가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 기간 동안만 함께 지낼 생각으로 있었다면, 어쩌면 상황이 다르지 않았을까? 반문도 해 보았다. 하지만, 초반에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함께 어우러져 놀고, 파라다이스와 같은 자연환경들과 여러 동물들이 어우러져 지내며 이들은 커뮤니티를 형성해 볼 시도를 했다. 그리고 그 과정 안에 우리 가족들도 함께 커뮤니티를 시도하기 위해서 바다가 훤히 보이는 집도 정리하고 이들과 합류하였다. 어느 누구도 결과적으로 어떤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특히, 이 5 가족들에게 자신의 집 문을 열어준 Nadia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가족들과 뜻을 함께 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었다. 누구와 함께 남을 것이고 누구와는 다른 길을 가겠지 라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다 같이 시작한 공동생활이었었다. 하지만 3달가량 함께 지내오면서 그녀가 지향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이로써, 모두가 함께 이야기 할 자리를 마련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던 차,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Jonny와 Ines의 캠핑카에 연결된 1000리터가량 되는 저장 탱크의 물이 하루 아침에 사라지고 말았다.  이 물을 가지고 오기 위해서 Jonny, Giorgio와 Tomas는 각자의 1000리터 저장 탱크를 채우기 위해 이틀에 걸쳐서 3000리터의 물들을 시냇물에서 직접 퍼왔었다. 앞의 글에서도 언급했듯이(“달라지는 너와 나” https://brunch.co.kr/@anachoi/96 참조), 이곳에서 “물” 이란 힘들여서 공급해 와야 하는 아주 귀한 존재이기에 어느 누구도 함부로 물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1000리터나 되는 저장 탱크의 물이 하루 아침에 비어졌단 말인가? 연유인 즉슨, 며칠간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가운데 3마리의 말들이 물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했고, 이로 인해 말들이 Jonny와 Ines의 저장 탱크의 수도를 물어뜯어서 물을 실컷 마시고 나머지 물들이 밤 동안 땅에다 흘러 나가게 해 버린 것이다!   


Nadia가 동물들을 자유롭게 키우는 방식은 만약 혼자 산다면 어쩌면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피해를 봐도 본인만 볼 뿐.) 6 가족들이 함께 살아가는 가운데 모든 동물들이 “자유” 라는 이름 아래에 여기저기 흩어져서 지냈다. 예를 들면, 닭들은 알들을 여기저기에 낳아서 알을 가지고 오는 게 불가능하거나, 3주간 보지 못한 사이에 어느 풀 숲 밑에서 20개가량의 알들을 품고 있는 암탉을 발견하기도 했다. 암탉에 비해 수탉의 숫자가 너무 많아져서 암탉들이 고통스러워 하기도 했다. 거위 2마리들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거위들의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아이들은 도망 다니거나 작은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자신이 가고 싶은 곳까지 동행해주기를 원했다. 그러다가 Nadia의 딸인 Lua가 거위 중 하나에게 공격을 심하게 당해서 팔목에 크게 상처를 입었었고, 그 사건으로 인해 Nadia는 거위들을 입양해 줄 곳을 찾기 시작했다. 결국 3주 뒤에서야 거위들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6월에 들어서면서 몇 주 동안 꽤 날씨가 더웠었다. 그럼으로써 3마리 말들은 그늘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섰고, 가끔 이들은 이웃집의 다른 말들이 지내는 곳까지 가 버리거나, 아이들 프로젝트를 위해 마련해 놓은 “집 Casetta”에 들어와 쉬다가 선물로 똥을 남겨두고 가기도 했다. 우리의 집시의 집에 들어와 그 날 사온 멜론과 과일들을 싹쓸이해 버리거나, Jonny와 Ines의 저장탱크를 건드렸듯이 우리 집시의 집의 저장 탱크의 호수를 건드려 집시 집의 부엌의 수도와 연결되는 펌프를 고장 내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는 것일까? 동물들에게 잘못이 있는 게 아니라, 이 동물들을 키우는 주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었다.  


이미 Jonny가 만들어 놓은 자전거 세탁기를 3번이나 같은 방식으로 고장 냄으로써, 이래저래 작은 일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들이 Jonny와 Nadia 사이에 오간 상태였었다. 그런 차에, 말들이 비워버린 1000리터의 물 사건은 어떤 신호나 경종 같은 것이었다. 약 한 달 뒤면 프랑스로 일하러 가야 하는 Jonny가 아내인 Ines와 4명의 아이들을 이 곳에 남겨두고 간다는 것에 의문을 가졌고, 이들은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 내렸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함께 커뮤니티를 지속하면서 우리에게 맞는 땅을 찾고 있던 나머지 4 가족들 또한 긴급회의를 열게 되었다. 다른 가족들이야 캠핑카로 움직이므로 혹여 라도 다른 땅을 렌트 할 수 없다면 아무 데라도 구석진 곳에 주차를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집시의 집은 카라반으로 포르투갈에서는 집과 마찬가지로 분류되어서 아무 곳에나 주차를 할 수 없었다. 하물며, 이미 나의 이탈리안 남편 지오르지오 Giorgio가 레스토랑을 열어서 일을 시작한 상태였으므로, 이런 카오스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고, 일어나지도 말았어야만 했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지금 상황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느냐 하는 것이었다.

 

우리의 긴급회의에서 가장 급선무란 렌트 할 땅을 구하는 것이지만, 내가 가장 묻고 싶었던 질문은, 지속해서 함께 커뮤니티를 이어가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인지, 여전히 함께 공동으로 땅을 살 생각이 있는 것인지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상황에서는 모두가 여기저기 흩어져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일로도 커뮤니티가 쉽게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모든 가족들이 당연히 계속해서 함께 공동체를 이어갈 생각임을 밝혔다. (캘리포니아로 곧 떠나야 할 Julia 가족을 제외하고) 그럼으로써, 우리는 급하게 렌트 할 땅을 구해야 할 형편이었다. 지오르지오 Giorgio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옮겨야 한다면,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가까운 곳으로 구할 것을 제안했고, 모두가 동의했다. 그럼으로써 다행히 우리는 어렵게 남편의 레스토랑에서 20분 거리의 작은 마을 가까이에 있는 땅을 렌트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다른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Nadia에게 하려고 했던 회의는(이미 이래저래 개인적으로 입을 띄어서 그녀 또한 알고 있던 사실이기는 했다.) 조만 간에 떠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건네야 하게 되었다. 이 회의에서 우리는 진솔하게 이야기들을 풀어 나갔고, 함께 커뮤니티를 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이 결코, 그녀와 친구가 될 수 없거나, 그녀를 싫어해서 떠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이래저래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건 이곳에서 우리가 시도한 공동생활 속 안에는 커다란 웃음과 행복과 나눔 들이 있었다. 이 회의에서 우리는 함께 눈시울을 적시고, 또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았다. 함께 같은 꿈을 꾸는 것이 아니지만, 살아가는 우리의 인생길에서 어느 한 시점을 함께했고, 이제는 떠날 때가 온 것이다.


안녕, Nadia. 안녕 나의 파라다이스 숲 Odemira.


Odemira 시내에 강을 끼고 이어져 있는 산책로에서, Odemira, 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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