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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arling Jun 14. 2019

자연이 북부녀에게 속삭이는 말 한마디

#013 열세 번째 이야기

포르투갈 남부 바닷가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느리다. 어쩌면 내가 급하지 않아서일지도....
아침부터 급하게 어디를 갈 필요가 없어서 아침식사도 여유로울 수 있고, 밤에도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없고, 굳이 몇 시에는 자야 해!라는 법칙이 없기에, 조금 더 편하게 아이들의 필요에 따라 어떤 날은 조금 더 늦게, 어떤 날은 조금 더 이르게 잠자리에 드는 융통성이 생긴다.


그리고 여기 사람들 자체가 뭐든 천천히, 어쩔 때에는 속이 터지듯 느리기도 하지만, 그들이 갖는 여유는 돈이 없는 가난한 나라에서 더욱더 자주 볼 수가 있다. 이는, 그들에게는 경제적 부가 의미하는 것이 행복과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돈을 벌기 위해서 악착같이 일하거나, 모든 시간을 이놈의 돈을 벌기 위해서 쓰거나, 이놈의 돈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또 이놈의 돈을 다시 쓰거나, 이를 악물고 미친 경주마처럼 뒤도 안 돌아보고 내달리지는 않는다. 이들에게 있어서 돈이란 그냥 많아도 좋지만, 조금 적어도 이 때문에 비참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내가 사는 집은 거실에서 훤히 바닷가가 보이는, 집에서 나와 10미터만 걸으면 모래를 밟을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이렇게 매일같이 바다를 바라보고 살게 되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자연스럽게 명상과 요가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렇게 포르투갈 남부 바닷가에서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의 삶과는 다르게, 굳이 몇 시에 일어나야 하고, 몇 시까지 어디에 가야 한다는 정해진 시간표가 없기에, 자연의 흐름과 함께 자연 시간표대로 하루를 보낸다. 아침에 혹여라도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분다면, 굿이 아침 일찍부터 밖에 나가야 한다는 전투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오후에는 밝은 햇님이 반짝여주니까. 그럼으로써 아침을 느긋한 아침식사로 시작해서 하루 시작을 느긋하게 할 수 있다.



아이를 낳은 첫해부터 꽤 오랫동안 바닷가에 왔을 때는, 무조건 날씨가 어떠하든 아침부터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에 바람이 불든 해가 뜨든 마음을 재촉해서 밖으로 나갔다면, 지금은 조금의 마음의 여유가 나를 덜 바쁘고 덜 촉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오랜 시간의 시행착오 끝에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이것은


이렇든 저렇든 아이들은 보통 밖에서 최소한 5-6시간을 뛰어놀면서 보내니까



이 근본을 찾아본다면, 이탈리아에서는 숲 속 유치원이나 공원, 호수, 산을 가기 위해서는(집 앞의 공원을 재외 하고서는) 일단, 모두 자동차를 타고 움직여야 하고,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표가 짜여져 있어서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서는 어김없이 다시 집이나 도서관처럼 닫힌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날씨가 좋던 나쁘든 간에 날씨와 상관없이 무조건 아침부터 밖에 나가기 위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모든 전투복을 차려입고 매일같이 나갔던 것이다. 물론 밀라노 근교에 살기에 겨울을 지내는 우리로써는, 이렇게 정신적으로도 중무장을 하지 않고서는 비가 오는 날이나, 바람이 휭휭 부는 영상 1도의 날씨나, 눈이 오는 날씨에 5-6시간을 밖에서 보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런 중무장된 정신상태로  유럽 남부의 바닷가에 다시 돌아와서 지내다 보면, 이미 신이 내려주신 날씨의 혜택이 여기 사는 이들에게는 굳이 이런 전투복 자체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좋은 날씨를 신에게서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처럼 중무장을 잔뜩 하고 온 북부녀 엄마들에게 유익한 것은, 약간만 힘을 빼고 무장을 해제하면, 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자연이 주는 선물을 온몸으로 받을 수 있게 해 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혹여라도 비가 오는 날이면 비옷과 장화를 신고 실컷 비를 맞고 물 웅덩이에서 점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며, 혹여라도 내 몸이 날아갈 듯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바람맞이 재킷을 걸치고 연을 가지고 나가서 하늘에 연을 띄울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날씨가 아니더라도 살짝 두꺼운 재킷 하나면 하루종인 바닷가에서 뛰놀 수가 있다.



날씨가 좋을 때면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나의 아이들은 바닷가에 몸을 던져 버리니까..... 중무장을 풀어놓고, 이 북부녀 엄마는 마음껏 늦장을 부리며 어떤 날은 오후 4-5시에 나가기도 한다. 그래도 최소한 8-9시까지 바닷가에서 낮게 저무는 해와 함께 저녁 피크닉을 하며 여유 있게 아이들과 책을 볼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자연은 이 북부녀에게 조금은 힘을 빼고 가도 괜찮다고,

자연의 흐름대로 함께 흘러가라고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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