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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앤롸이언 Mar 23. 2020

처음 보는 새가 집에 들어왔다

동물에게 사랑 받는 남편

세바스찬과 한 컷

어릴 적부터 동물이 좋았다. 정확히는 개를 좋아했다. 손 내밀면 손바닥을 핥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배를 벌러덩 보여주는. 큰 개, 작은 개 가리지 않았다. 대사관에 살 때는 커다란 정원이 있었다. 서울에도 꿩이 있던 시절이라 새가 많았다.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를 먹으러 온 것 같았다. 오요요~ 소리를 내며 손을 내밀고 가만히 있다보면 새들이 다가왔다. 그렇게 몇 시간씩 놀았던 거 같다.


아내는 나를 만나기 전까지 동물과 친했던 기억이 없는 사람이었다. 개고양이를 키워본 적도 없으니까. 그러다 나를 만나고는 온갖 동물과 친한 척하는 내가 신기한가 보다. 언젠가 한 번은 신촌 창천초 근처에서 참새를 주은 적이 있다. 아직 어려 날다 떨어진 것 같았다. 불안에 몸을 떨고, 짹짹짹 울던 아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한 번, 두 번, 세 번. 꿈뻑꿈뻑거리던 참새가 잠이 들었다. 아마 그때 와이프는 내가 진짜 드루이드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나저나 제일 좋아하는 새가 참새인데 호주에서는 볼 수가 없다. 너무 아쉽다. 작고 오동통한데다 까맣고 하얗고 갈색빛 줄이 기가 막히게 예쁘게 그려진 참새. 밸런스가 참 예쁜 새다. 뭐든지 거대한 이곳은 내 팔뚝만한 새들이 날아온다. 얼마 전에는 모히칸 머리를 한 것 같은 앵무새 가 나무를 차지 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악 고라니처럼 우는 놈들은 좀 싫었다. 나가라고 나무를 흔들었더니 더 으아아아아아아아악 울어댔다. 집안의 수호자 마루도 무서웠는지 들어왔고. 몇 시간 있다 가서 다행이었다.


한국에서 내 앵기는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아팠다. 목줄한 개는 산책과 쓰다듬이 부족했고, 길에서 만난 고양이는 먹을 것과 사랑이 부족했다. 모두 결핍이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열었나보다. 여기 오기 전까지 살던 동네 뒷산에 매일 같이 출근하며 고양이들 먹이를 줬다. 동네 분들이 좋아서 먹이를 챙겨주던 곳이었다. 잠 들면 가끔 그곳이 보인다. 뚠뚠이, 점박이, 줄무늬, 노랑이 삼형제.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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