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 왜 하니? 우리가 SWOT을 안 하는 이유

1997년 논문, SWOT 이제 리콜해야 할 때

우리는 SWOT을 안 한다.

그랬습니다.

제가 일했던 전략부에서 SWOT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SWOT을 사용하지 않도록 한 건 부장님, 치프(Chief)의 마음이겠지만

왜 안 하는지는 궁금했죠.

선임연구원들은 물어보면

"원래 안 했어. 굳이 할 필요를 못 느끼는데? 왜 해? 해야 돼? "

라고 할게 뻔했고, 정말 그랬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회사들은 SWOT을 왜 쓰고 있을까?

혹시 다들 그렇게 해야 하는 프로세스라서 단지 그냥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강. 약점 분석


방어작전을 할 때 장애물은 적의 공격을 저지, 지연시킬 수 있는 효과를 가진다. 그런데 아군이 공격작전을 해야 할 때 아군이 설치했던 장애물은 아군의 공격을 저지,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장애물은 신중하게 설치해야 한다.


군대의 기획 절차 중 '강. 약점 분석'이라는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적의 강점과 약점, 아군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여 적의 강점은 회피하고 약점을 공략하기 위함이죠.

SWOT 분석처럼 2X2 매트릭스는 아닙니다.

호기와 위협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기는 하나 강점과 약점 키워드와 떨어뜨려서 정리합니다.

그렇지만 강점과 약점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사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SWOT의 효용가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뢰, 철조망 같은 장애물입니다.

적이 강을 건너 진격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나뿐인 다리의 양쪽에 지뢰를 설치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적이 그 다리를 건너기 위해서는 건너편의 지뢰도 제거해야 하고 다리, 건너고 나서 또 지뢰를 개척해야 한다.

여간 어렵고 성가신 일이 아니죠.

이런 장애물은 아군에게 강점일까요? 약점일까요?

SWOT에 적합하게 더 풀어서 말하자면

장애물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움이 되는 강점일까요? 해가 되는 약점일까요?

장애물 설치를 아군의 강점으로 보는 기획자는 '방어작전 간 적보다 유리한 장소를 선점하여 적을 유인할 수 있도록 장애물을 설치하여 적을 저지, 격퇴할 수 있음'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장애물은 공격작전을 할 때 아군에게도 방해가 된다는 점에서 약점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격적인 기획자의 경우 '아군이 설치 한 장애물로 인해 앞으로 나갈 수 없으므로 이를 개척 후 공격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치된 장애물은 약점이다.'라고 적습니다.

물론 방어작전과 공격작전이라는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대두됩니다.

그렇다면 방어작전에서 공격작전으로 변화하는 것은 내부 환경으로 보아야 할까요?

외부환경으로 보아야 할까요?

통상 방어작전을 위해 장애물을 설치했다가 호기, 기회를 발견하면 공격작전으로 전환합니다.

따라서 하나의 SWOT 매트릭스로는 담을 수 없습니다.

방어작전 때 SWOT과 공격작전 때 SWOT을 각각 만들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방어작전 때 장애물은 목표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기에 강점, S에 나열되고

공격작전 때 장애물은 목표 달성에 해가 되기 때문에 약점, W에 나열됩니다.


이렇듯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강점과 약점이 서로 상반되게 평가되는 것이 장애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변화를 동시에 감안해야 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SWOT은 얼마나 활용가치가 있을까요?


경영전략 논쟁사 표지 *츨처 : 교보문고


SWOT 분석, 리콜의 시기


미타나고지의 책 <경영전략 논쟁사> 에서는 SWOT 매트릭스가 단지 정리도구에 불과할 뿐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1997년, <SWOT 분석, 이제 리콜을 해야 할 때> 라는 충격적인 논문이 발표되었다며 소개합니다.

테리 힐 Terry Hill, 로이 웨스트브룩 Roy Westbrook에 따르면, SWOT 분석을 이용하는 20여 개의 회사를 조사한 결과 SWOT 분석 결과를 전략을 정하는 데 사용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SWOT 분석이 단순히 긴 목록을 만들어서 일반적이고 무의미한 해석을 할 뿐, 우선순위도 정하지 못하고 문제점도 검증하지 못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 또한 SWOT매트릭스는 본래 정리를 위한 도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문제점을 검증하고 대안을 추려내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이며

SWOT을 TOWS로 조합하면 활용가치가 있지만 그 목적은 방책(방안)의 선택 폭을 넓히는 것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랬습니다.

제가 일했던 전략부에서 SWOT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는 이유를 찾기 위한 여행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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