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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존,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결정

리더메이커 노트


결정하기 어렵다고 주저하고만 있다가 결국 죽을 것인가?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 당신이 화염에 휩싸여 불타고 있는 대형 선박 갑판 위에 서 있다고 하자.'로 시작한다.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첫 시작부터 독자를 강렬하게 유혹한다. 글로 적힌 장면을 생생하게 머릿속으로 그리게 하니 말이다. 이지성 작가의 책 <에이트>를 펼치자마자 나오는 이야기다. 


 모든 리더십의 기본은 따르게 하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살아남게 하지 못하는 자는 그 누구도 따르게 할 수 없다. 그래서 첫 번째 노트는 자신의 생존에 관한 내용이다.


케이스 #1 나는 살아남아야 한다.


 학생들에게 어떤 특정 상황에 처해있게 상상하도록 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칠판에 그림을 그린다. 그리고 책에서 작가가 묻는 질문을 그대로 해준다. 놀랍게도 이 몇 문장과 그림만으로도 학생들은 강의실 안에서 갑작스럽게 불이 난 석유시추선 갑판 위에 올려진다. 이것이 강의실에서 리더 만들기 가 가능한 이유다.


 "불타는 갑판 위에서 우왕좌왕하다가 불에 타서 고통스럽게 죽을 것인가? 아니면 갑판 아래 바다로 용기 있게 뛰어들겠는가?"

  


학생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면 대체로 "아... 뭐.. 어떻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그래.. 방금 넌 질식해서 죽었어."

"그냥 뛰어들면 바다 표면에 부딪혀서 정신을 잃고 익사하거나 빨리 구조되지 못하면 저체온증으로 결국 죽게 되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빠른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차라리 그냥 갑판에 있었으면 살 수 있었는데 괜히 뛰어내려서 죽게 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할 수 있다. 학생들 중 일부는 이런 상황에서 죽게 되는 이유를 검색하기 시작한다.

장난기 섞인 말투로 대답해 준다.

"그래, 맞아. 그런데 너도 고민만 하다 안 뛰어내려서 질식해서 죽게 돼"  


 1988년 7월, 앤디 모칸은 폭발사고가 난 석유시추선 갑판 위에 있었다. 순식간에 배 전체로 불길이 번졌다. 갑판에서도 새빨간 불꽃과 검은 연기가 타올랐다. 앤디 모칸은 차가운 북해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그는 구조되었다. 그러나 석유시추선에 있던 168명은 모두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했다. 



통찰력 있는 결정을 하기 위한 훈련


몇 가지 이야기를 적은 리더메이커 노트를 꺼내 들었다. 어려운 결정을 미루지 않고 해야만 할 때 통찰력 있는 결정을 하는 사람이 리더다. 이런 진지한 생각은 짧지만 임팩트 있는 스토리로 학생들의 머릿속에 각인시켜야 한다.


케이스 #2 다른 사람을 죽이지 않는 결정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담긴 사례로도 유명해진 트롤리 딜레마다. 유명하니 다들 알 것이라고 여기고 '트롤리 딜레마'이 여섯 글자만 말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이 전부 알만한 내용이 아니라면 콘텐츠의 중심내용은 꼭 말하는 편이다. 5분은 생각보다 길다. 물론 그림도 이 곁들이면 좋다. 


 트롤리는 선로를 따라 달려오고 있다. 선로에는 다섯 사람이 묶여 있다. 당신은 선로 밖에 서 있고 선로 전환기를 당길 수 있다. 선로 전환기를 당기면 다섯 사람을 구할 수 있지만 다른 선로에 있는 다른 한 사람이 죽게 된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의외로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 경우가 많았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면 대체로 "아... 뭐.. 어떻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그래.. 방금 5명은 죽었어."

처음 생각해 본 끔찍한 결정인만큼 잠시 정적이 흐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

"그런데 너희는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하는 자리에 오를 사람들이야... 준비해야 해."


이 딜레마에 흥미를 느낀 학생은 뒤늦게 답한다. 

"저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에 입각해 어쩔 수 없지만 1명을 희생하고 5명을 구하겠습니다." 

이에 대한 토론으로 시간을 많이 사용할 수 없는 만큼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볼 것을 권유하고 마무리 짓는다. 간혹 "교관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묻는데, 나는 늘 이렇게 대답한다. 


"그들이 꼭 살기를 원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누군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를 없애 버린 것은 아닐까?"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된 학생들은 "오... 와우.." 하며 탄식한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스크린에 자살여행 뉴스 페이지를 띄운다.

앞서 말한 대로 약간의 궤변을 섞어 마이너 한 의견으로 아이스브레이킹을 마친다.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이유


시스템, 체크리스트, 컨트롤 타워라는 용어들이 난무한다. 윈도 O/S 가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이다. 이런 류의 시스템이 아니라면 결국 사람이 하는 일. 담당자가 최고의 전문가인데 잘 알지도 못하는 자가 직급이 높다고 결정하려고 들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게 된다. 제대로 결정하지 못하고 주저하거나 대충 찍듯 결정하면서 일을 망칠게 뻔하다. 다음 사례는 학생들이 훗날 최고 결정권자가 되었을 때 처리할 수도 없는 일들을 다 자기가 결정해야 하는 것처럼 착각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노트다.


케이스 #3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결정


 다음은 라일리 소령에 관한 사례다. 이 이야기는 제임스 클리어의 책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조나 레너의 <뇌는 어떻게 결정하는가>에서도 소개한다.

 

 1991년 2월 24일 새벽 5시경,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던 당시. 영국 해군 소령 마이클 라일리는 레이더 화면을 감시하고 있었다. 영국의 그러 스터호는 다국적군이 이라크군이 배치된 지역을 폭격하는 동안 다국적군 함대를 호위하는 임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레이더 화면에서 해안선을 따라 날아가는 비행물체를 포착했다. 이 신호는 빠르게 미국 전함 미주리호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상황이 급박해졌다. 함장을 포함하여 모든 승무원이 라일리 소령의 입만 주시했다. 도대체 이 신호는 무엇일까?  


 미군의 A-6 전투기이거나 이라크군의 실크웜 미사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두 신호는 비슷했다. 하지만 확실히 어느 것인지 구분하는 것은 어려웠다. 라일리 소령이 요격 명령을 결정을 주저하는 동안에도 신호는 빠르게 미주리호를 향했다. 기다려주지 않았다.

 교신해 보면 되지 않을까? 보통의 경우라면 미군 전투기라면 피아식별장치로 확인할 수도 있고 통신하여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은밀하게 공격 중인 상황이다. 적이 감지할 수 있는 장비는 작동시키지 않고 작전을 수행하고 있어 불가능했다. 


 물론 이 신호가 라일리 소령이 탑승하고 있던 영국의 클러스터호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일리 소령이 요격명령을 내렸는데 A-6 전투기가 맞다면 그는 아군을 전사시키게 될 것이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A-6 전투기라고 생각하고 요격하지 않았는데 실크웜 미사일이 맞다면 미주리호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눈앞에서 침몰하고 수많은 사상자를 낼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트롤리 딜레마 사례에서 선로 밖에 있던 당신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미 함장도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미사일 발사 준비를 마친 채 모두 당신. 라일리 소령을 쳐다본다.


이 이야기 또한 처음 듣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앞의 사례처럼 학생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물으면 대체로 "아... 뭐.. 어떻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은 늘 같다. "그래.. 방금 미주리호는 미사일에 맞았고 침몰해서 모두 전사했어."


 여전히 어려운 결정이다. 그렇지만 주저하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자. 빠르게 결정해 보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실제 사례는 이렇다.


 라일리 소령은 발사명령을 내렸다. 두 발의 시 다트(Sea Dart)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몇 초가 지나 폭음이 들렸고 신호는 사라졌다. 미주리호를 불과 600미터 앞두고 있었다. 모두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확인결과 격추된 것은 이라크군의 실크웜 미사일로 밝혀졌다. 함장부터 너나 할 것 없이 승무원 전원이 소리를 질러댔다. 라일리 소령은 수백 명을 살린 영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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