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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

 사건이 꼬일 때는 최초진술에 답이 있다.


 초기 리더십 연구는 '위대한 사람 (Great man)'에 대한 것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에 관한 이야기'가 곧 '역사'라고 여길 만큼 심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직접 보아왔기 때문. 보통의 사람들이 보기에도, 당시 권력자들에게도 '위대한 사람'은 확실히 차별화된 인물이었다.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능력이 필요하면 그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능력은 그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이고 재능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리스마(Charisma)는 재능, 축복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하였다. 

    

항상 초도진술이 정확하다.

 누가 리더인가?라고 하면 떠올리는 대부분의 인물들은 나폴레옹, 처칠,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과 같이 위인전에 나오는 위대한 사람들이다. 당연히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위대한 사람이 되게 만들었는가? 에 대해 궁금해했고 학자들은 연구한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는 위인이론, 특성이론, 행동이론, 상황이론, 상호작용이론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등장했다. 각 이론들은 한계를 드러내면서 이를 보완하는 다른 이론들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카리스마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거래적 리더십, 셀프리더십, 서번트 리더십, 팔로워십 등등 계속 등장한다. 리더 메이커 프로그램을 구상하다 보니 리더십 이론을 다시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리더십, 정작 보이지 않는 리더


 그런데 문득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완전히 팥 없는 팥빵이었다. 리더십에 대한 연구를 하면 할수록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클라우제비츠가 말한 대로 불확실성과 모호함을 상징하는 '전장의 안개'가 가득 차 있는 느낌이었다. 리더십은 타고나는 것이라는 특성이론에 비해 '리더십은 개발될 수 있다.'는 행동이론의 등장으로 리더 메이커 프로그램을 론칭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이름부터가 리더십 이론이다 보니 '리더'를 개발하고 강화하는 개념보다 '리더십'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지나치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인간의 눈에 맹점이 존재해 실제로는 있지만 상이 맺히지 않는다. 맹점 때문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처럼 '리더'는 보이지 않고 리더십만 보고 있었다.       

분명 리더는 있다. 다만 보이진 않을 뿐 


그런데 도대체 '리더'는 누구?


 리더가 너무 많다. 팀장도 리더, 부장도 리더, 사장도 리더, C.E.O도 리더, 목사님도 리더, 대통령도 리더다. 자신의 직책 이름에 매니저라고 적혀있는대도 불구하고 리더다. 직책명이 C.E.O라서 그렇게 부르는데도 리더다. 그러고 보니 초기연구에서도 비슷하다. 나 또한 나폴레옹, 처칠, 마하트마 간디, 마틴 루터 킹 을 리더라고 했다. 그들의 직업은 군인, 정치인, 종교지도자 들이지 않은가? 

 '리더'에 너무나 많은 직종을 끌어들였다. 혹시 리더십의 세계관은 온 세상을 리더와 팔로워로 구분하는 이분법인가? 서번트리더십까지 등장하는 순간 이 분야의 세계관이 정말 난해해 보였다. 과연 나만 그런 것일까? 


 "리더는 실제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말로 때우는 사람."

 이 내용은 캔 더 Candor의 CEO 킴 스콧이 애플, 구글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그는 직장 상사를 보스라고 부른다. 리더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부분이 인상 깊어서 인상 깊어서 소개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사를 Boss라고 부르는데 대해 좋게 여기지 않는다. 왠지 강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관리자 manager라고 하면 관료제를 떠올리며 감시자로 비유한다. 리더 leader라고 하면 자기 과시적인 인상을 주는 듯하고 실제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말로 때우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그중에서 나는 ‘상사 Boss’를 제일 선호한다.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전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의 말이다. 우리는 지금 당장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봐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공부, 지금하고 있는 일이 대상이다. '리더와 리더십'이 무엇인지, '리더와 리더십'에 대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역사를 리드하던 위대한 사람들은 어디로 갔나?


 리더는 역사를 리드하던 위대한 사람이다.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던 인플루언서들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장 작업실 반장과 생산자, 사무실의 팀장과 팀원, 부서장, CEO로 스케일이 완전히 쪼그라들었다. 역사라는 큰 무대에서 조그마한 사무실로 한정되어 버렸다.

앞서 그렸던 위대한 사람과 관련된 그림에서 하나씩 지워나가 보니 우리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리더십 이론의 전개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학자들은 과학이라는 기준에 따라 관찰 가능한 공간에 모아놓고 변인을 통제하며 실험했다. 그러다 보니 역사의 무대에 오르던 리더의 우주가 사라졌다. 스케일이 쪼그라들었다. 


 심지어 비즈니스 매거진 <인사이더> 편집장 출신의 짐 에드워즈의 책 <리더십 게임>은 5명의 법칙을 말한다. 정확히는 리더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4.6명으로 한정한다. 물론 이런 통계개념에서 나오는 소수점 0.6명이라는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도 곁들인다. 어찌 되었든 <포춘>과 <포브스>는 4.6명이 팀의 생산성을 높이는 최적의 인원이라고 보도한 내용,  1972년 매사추세츠 대학교 심리학 교수 아이번 D. 스타이너는 5인 팀에 1명을 더하는 순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구성원이 늘어날수록 팀 실적이 실제로 나빠진다는 사실, 하버드 심리학 교수 J. 리처드 해크먼 역시 최적의 팀 구성원 수는 4.6명이라는 연구를 발표에 따라 4.6명이라는 수치가 꽤 깊숙이 자리 잡아 있음을 알려준다.


 이런 이유라면 5명 법칙보다는 차라리 4명으로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식당에서 밥을 같이 먹을 때도 5명부터는 불편하니 말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리더, 리드에 대한 혼선을 정리해 보자.


 리더는 리드하는 사람이다. 어떤 관계에 '리드'가 보이면 '리더'로 보는 것. 정작 당사자는 '관리' 하고 있다고 여기는 데 '관리'받는 사람은 그를 리더라고 생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보의 수준으로 몇 년 지냈다고 해서 경력이 높아진다고 여기는 건 착각이다. 그의 수준은 여전히 초보다. 영어공부를 한지 몇 년 되었으나 토익 시험으로 체크했을 때 성적의 변화가 별로 없는 상태와 같다. 토익성적을 높여주는데 특화된 영어학원은 이들을 '관리'한다.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향성이 생기면서 강사는 학생들에게 리더가 된다. 컨설팅 업체가 장사를 잘 못하는 폐업위기 사장들에게 컨설팅해 주는 것도 실상은 관리인데 낮은 매출을 높여주는 방향성이 생기면서 당사자들은 리드로 인식하는 경우다. 그렇지만 토익 강사나 컨설턴트들이 리더이지만 리더가 아닌 이유는 그들 외에도 그 정도 수준의 관리자는 충분히 많아서다.  


 리더는 무엇이 다를까? 그 역시 자신에게 너무나 익숙한 활동을 한다. 즉 자신의 세계관에서는 '관리'를 하는데 세상은 열광하는 것. 그만의 '유니크함'과 '가치 있는 포지션'을 가진 것이다. 바로 전략이다. 1996년 마이클포터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는데 그 시작은 '운영의 효과'와 '전략'이 다름을 구분한 것.  

 

A사는 같은 비용으로 B사나 C사에 비해 수익이 낮다. 수익이 낮은 이유가 몇 가지 관리개선으로 향상될 수 있는데 몰라서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B사 출신 능력자는 A사를 관리해 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위치까지 올 수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이때 A사 입장에서는 B사 출신 능력자를 영입하고 싶어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익숙한 방식대로 관리하는데 A사의 직원들의 관점에서는 개선되는 방향성에 따라 그를 리더라고 여기게 된다. 그러나 B사 출신 능력자는 업계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이미 B사 외에도 더 높은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계의 정점에 있는 C사를 변화시키는 것은 다른 얘기가 된다. 상대적일 수 있겠다. 한국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았던 히딩크 감독이나 베트남 축구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박항서 감독은 자신들이 늘 하던 관리방식을 발휘하는 관리자였는데 한국이나 베트남에서는 그를 리더로 보는 것. 

 세계적인 수준에서 바라보면 관리와 리드가 이해될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짜낼 마른 수건은 없다고 생각했던 위치를 끌어올리는 사람이 리더가 되고 역사에 기록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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