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는 대표적인 관료제 조직이다. 학생군사교육단과 같은 양성기관 역시 관료제 조직답게 초급 관리자를 양성하여 거대한 시스템에 매년 정해진 시기에 내보낸다. 어느 순간 팸플릿과 구호에도 그들은 리더를 표시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리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리더라는 말이 너무나 자주 쓰이는 만큼 깊이 있게 생각한 적이 별로 없을 것이다. 사전적 의미정도는 다들 알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매우 이질감이 가득하다고 느끼게 되는 소요를 제기받게 된다. 바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 '즉시 임무수행할 수 있는 지휘자'라는 두 가지 콘셉트이다.
이질감이 많이 느껴진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와 '즉시 임무수행 할 수 있는 지휘자'는 뇌를 반으로 자를 수 없듯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어려운 콘셉트이기 때문이다. 뇌는 창의적인 동시에 논리적이다. 어느 쪽을 비중 있게 두느냐? 에 따라 다른 아웃풋을 낼 것이다.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이라는 말이 도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교육을 통해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쪽은 직무지식을 교육하고 장비를 다룰 수 있게 훈련하여 즉시 임무수행 가능한 지휘자를 만드는 쪽이다.
군대를 한 명의 사람과 같은 유기체로 보자. 누가 브레인일까? 지휘관 한 명? 아니다. 지휘통제실이다. 여기에는 지휘관과 참모가 있고 그 둘이 역할을 나누되 한 사람의 뇌처럼 결정하는 구조다. 참모 중의 누군가도 매우 창의적일 수 있지만 저마다 창의력을 뽐내면 결정이 어렵게 되고 혼선이 심해지니 지휘관이 창의력의 영역을 맡도록 해둔 제도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이다.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참모들은 극심한 조수 간만의 차, 월미도가 장애물로 작용, 한정된 접안지역 등등 사실에 입각하여 정보를 제공하고 작전의 성공과 실패를 논리적으로 분석한다. 그들은 대체로 이 작전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예측했다. 대안으로 군산, 남포, 원산, 평택을 제안하였다. 매우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의 결과가 분명하다.
그러나 지휘부의 'Art. 아트' 담당 맥아더 장군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참모들이 제안하는 군산, 남포, 원산, 평택 들은 설령 성공하더라도 작전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지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이성적 판단이 말하듯 상륙 자체는 성공할 수 있는 지역이 맞다. 그러나 그 지역에 상륙에 성공했다고 해서 북한군의 보급선을 끊고 양분시킬 수 없다면? 가장 중요한 상륙 작전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결국 작전은 실패할 것이라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따라서 상륙을 성공하기 어렵더라도 상륙에 성공했을 때 작전도 성공할 수 있는 지역으로 결정하는 것이 더욱 나은 선택이라고 제안했다.
매우 창의적이지 않은가? 지지멸멸하게 각자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시간 끌며 주저하다가 죽게 되는 일도 없다. 이런 류의 의사결정 논의가 가능하기 위한 장치가 바로 지휘관과 참모의 의사결정체계인데 꽤 수준 높은 사람으로 성장했을 때 이런 류의 논의, 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리더메이커 노트를 작성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 문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는 우뇌 쪽이고 즉시 임무수행할 수 있는 지휘자. 즉 관리자는 좌뇌 쪽이라는 점이다. 한정된 시간 내에서 양쪽 모두에 특화될 수 있는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면 답은 간단하다.
창의력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 쉬운가? 아니 어렵다.
기존의 관리자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를 감당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관리자를 양성하는 방향으로 교육 프로그램이 설계된다. 사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리더 양성프로그램이 있다면 엄청난 가격을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
2006년 스티븐 잡스는 애플의 사내 교육기관으로 애플 유니버시티를 세웠는데 이 기관의 미션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조직적 평범함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저항하는 것이다. 그들은 평범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을 뽑지 않는다. 앞으로 설명하겠지만 애플, 넷플릭스,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A Player의 가치를 경험하였기에 최고 수준의 인재만 채용한다.
패티 맥코드 패티맥코드컨설팅 대표는 넷플릭스에서 14년 동안 최고인사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로 일하며 헤이스팅스 회장과 넷플릭스 인재 관리 지침을 구축한 인물이다. 넷플릭스 컬처 데크의 세부 내용을 정리했다. 넷플릭스 인재채용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각 포지션을 A급 인재로 채운다. 급하다고 B급, C급을 채용하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야구단을 떠올리면 딱 맞다.
A급 직원에게 있어 최고의 보상은 결국 A급 동료라는 것. 그들은 서로 협력하며 탁월하게 일하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보상이고 즐거움이다. 넷플릭스의 인재 관리 핵심은 결국 ‘최고가 되거나 나가거나(Best or Nothing)’
애플이나 구글, 넷플릭스에서 말하는 말하는 최고의 인재는 상위 3% 이내의 인재들이다. 어쩌면 그 이하일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에서 일해 온 주요 인사들이 내놓은 서적들은 대체로 비슷한 얘기를 한다. 요약해서 정리하면 다음의 3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A player라고 불리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끌어 모은다.
둘째, 불필요한 일에 치이지 않게 차단해 주고 탁월한 성과를 낼 것을 신뢰하며 기다린다.
셋째, 최고의 인재들이 추구하는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며 일하는 진정한 자유로움을 보장해 준다.
자 이제 이 회사들이 아닌 기업의 문화, 인재 채용 트렌드는 어떻다는 것일까? 이미 알고 있는 대로 위 3가지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눈치챘으리라. 한편 왜 주류시장에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같은 문화로 탈바꿈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실리콘밸리로 인재 쏠림이 생긴 현상을 설명하는 방법을 찾았다. 바로 캐즘이론이다. '캐즘'은 혁신적인 제품을 수용하는 성향의 초기시장에서 받아들여진 제품들 중에 주류 시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거나 정체되는 현상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컨설턴트인 제프리 무어가 연이어지지 않고 단절된 단층을 의미하는 지질학 용어인 캐즘으로 설명했다. 초기 시장을 형성하는 계층에게는 흥미롭게 받아들여지는 제품들이 주류시장을 구성하는 계층에게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산에 오르다 캐즘 때문에 건너지 못한 것에 비유했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인재 채용 트렌드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캐즘이론에 연결하면 이런 그림이 나온다.
혁신의 확산주기 가장 선두에 배치되는 혁신가 집단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A player들이 몰려있다. 여기에 애플,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과 같은 실리콘밸리 최정상 리드그룹 기업이 자리를 틀었다. 인재들은 이직을 하더라도 그 내에서 움직인다. 주류시장에 해당하는 섹션으로 건너 올 생각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A Player 들은 사내정치, 관료제로 대변되는 기존 기업문화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천재성이 존중받을 수 있는 기업을 선택하며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리드그룹이 형성되었다. 이들은 메타인지가 높고 사소한 이유로도 규정 위반의 우려가 적다.
반면 A player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전 보다 더 인재 확보에 어려운 상황이 처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들은 여전히 기존의 기업문화를 고수하고 있다. 직장 상사들은 회사에 일하러 왔다기보다 대우받으러 온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를 취한다. 직접부문에서도 일선의 말단직원들이 영업으로 실적을 내는 구조라 간접부문과 관리직들은 무임승차해도 회사는 돌아간다. 실적 압박이 해소되니 빈둥대거나 사내정치로 입지를 공고히 한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돈다.
그러나 그 내에서도 묵묵히 진짜 일을 하던 사람이 서서히 정년 퇴사하고 인구감소로 신입사원들이 이 계층을 선택하지 않기 시작하면 침몰하는 배 처지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뉴스에서 지원자가 대폭 감소하고 퇴사자가 많아진 조직을 찾으면 된다.
기존의 기업문화를 고수하는 이유는 캐즘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성향이 혁신의 확산이론에서 말하는 후기 다수자, 지각 수용자들이기 때문이다. 혁신의 확산이론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1934년 아이오와주 그린 카운티에서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부는 259명이었다. 병충해에 강하게 개량된 새로운 옥수수 품종이 나왔을 때 위험부담을 안고 이 품종을 선택한 농부는 불과 6%, 16명이었다. 1935년에는 21명, 그다음 해에는 61명이 재배했다. 1941년에 이르러서야 단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품종으로 바꿨다.
로저스는 농부들이 개량된 옥수수 품종을 받아들이는 데 걸리는 시기의 차이에 주목했다. 위험부담 분명했던 초기에 도전한 농부, 어느 정도 검증된 이후에서야 받아들이는 농부와 그럼에도 받아들이지 않는 농부가 발생하는 이유에 관심을 가졌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였던 그는 새로운 혁신이 사회 시스템 내에서 구성원들의 성향에 따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한 채널을 이용하여 확산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세계 최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비결을 책으로 출간하고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상은 놀라울 일이 아니다. 농부들이 개량된 옥수수 품종을 받아들이는데도 무려 7년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