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인재 채용 트렌드는 캐즘을 기준으로 양분되었다. 최고 수준의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과 여전히 기존의 채용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으로 나뉜다. 매우 상징적으로 대비되는 두 책이 있는데 하나는 <규칙 없음>이고 하나는 <썩은 사과>이다. 그리고 나는 이 두 법인이 한쪽이 상징적인 애플이라면 다른 한쪽은 썩은 애플이라고 여기고 그렸다.
기존 기업의 인재 선발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까? 그들이 원하는 인재는 어떨까? 내가 속한 조직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추상적이지만 그 한마디에 거의 모든 것이 녹아있는 요청을 한다.
"'좋은 사람'이야?"또는 "괜찮은 사람으로 부탁해"
"좋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 어떤 사람을 말씀하시는 거죠?"
"뭐 문제 안 일으키고 사회생활 잘할 수 있는 사람.. 말하는 거지. 일은 가르쳐서 시키면 돼."
이런 요청을 하는 사람들은 나쁘게 말해서 부려먹기 편하고 자신에게 깍듯한 사람을 찾는다.
“재능 있는 사람들은 회사를 떠났고, 결국은 어중이떠중이들만 남았어요.”
조직개발 컨설턴트로 활약하는 미첼쿠지와 엘리자베스 홀로웨이의 책 <당신과 조직을 미치게 만드는 썩은 사과>에서 그들이 한 인터뷰 내용 중 하나다. 저자들은 조직 내 썩은 사과를 인식하고 퇴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썩은 사과 하나가 상자 속 다른 사과를 썩게 하듯, 문제적 인물 하나가 조직이나 공동체 전체를 망친다는 의미다. 포춘 500대 기업에서 일하는 리더 400여 명과 광범위한 인터뷰 및 설문조사, 2년 동안의 연구를 통해 썩은 사과의 독성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직급과 관계없이 조직을 좀 먹는 존재의 유형이다.
권력을 무기로 부하직원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는 상사
말단 직원의 공을 가로채는 상사
새내 정치에 촉각을 세우고 중상모략을 일삼는 과장
이 책은 직장이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상사가 싫어서 퇴사하는 것이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밝혀냈다고 보면 된다. 창의적이고 유능한 인재들은 사내정치를 혐오한다. 소히 말하는 라인에 기대 무임승차하려고 하는 이들이 득실대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이렇게 말한다.
"업무능력은 종이 한 장 차이야. 윗사람에게 깍듯이 고분고분하게 해서 인정받아야 "
재능 있는 사람은 회사를 떠나고 무임승차자들만 남는 이유다.
이들은 끊임없이 불화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갈등이 끊이지 않게 조장한다. 그만큼 유별난 행동유형을 가지고 있다.
첫째, 창피주기. 교묘한 모욕과 갑질의 일종이다. 표적이 된 사람들에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 미묘한 학대를 가한다.
둘째, 소극적 적대 행위. 오로지 자신만이 옳다. 자신의 의견,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이 관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신의 파벌을 만들고 줄을 세워 영역을 구축한다. 구축된 영역을 지키고 확장시키기 위해 사내정치를 일삼는다.
셋째, 방해 행위다. 구성원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다른 사람들의 일, 협력업무에 끼어들어 간섭하고 방해한다. 자신이 가진 지위와 권력을 남용하여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적대시한다.
조직 내 썩은 사과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워싱턴 대학교의 연구팀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4명이 한 팀을 이뤄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실험이다. 이 내용은 어떻게, 언제, 왜 썩은 사과가 사과 통 전체를 상하게 만드는가 : 부정적인 그룹 구성원 및 기능 장애 그룹이라는 논문으로 발표한다. 어떻게 썩은 사과 하나가 4명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팀과 부정적이고 참여도가 낮은 구성원이 섞인 팀이 보여주는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비교하여 평가하였다. 부정적인 직원이 섞인 팀이 예상대로 4명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팀에 비해 성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이 실험에서 흥미로운 점은 4명 모두 부정적인 팀의 성과와 부정적인 팀원이 2명 포함된 팀의 성과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자신의 책 "미친놈 제로 조직 (The No Asshole Rule)"에서 부정성 제거의 중요함을 강조했다. 효과적인 팀,조직을 만드는 데는 긍정성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성을 제거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실험은 부정적인 팀에 긍정적인 직원을 더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에 대한 결정 지표가 될 수 있다. 리더메이커 노트시간에 던지는 질문 중의 하나는 이렇다.
"소대에는 3개의 분대가 있는데 A분대의 문제적 인물이 생겼다. 이 인물을 A분대에 계속 있게 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B분대에 보내는 것은 어떤가? 또는 다른 소대로 보내는 것은 어떤가?"이다.
조직 내 썩은 사과 한 명이 주는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그렇다 이지만 그 이후의 대답은 유보적이다.
앞서 소개한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인 팀에 부정적인 직원을 추가하는 것은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만 부정적인 팀에 긍정적인 직원을 추가하는 것은 큰 의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문제적 인물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다른 부대가 기존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문제적 부대로 하락할 수 있다. 이 시간을 함께한 학생들은 훗날 리더의 지위에서 결정해야 하는 순간 문제적 인물이 자신의 부대로 오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리더메이커 노트 시간에 썩은 사과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에게서 '저런 상사를 만나지 않았으면 한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그 말을 하는 학생을 지목하여 썩은 사과가 될 유력한 후보라고 지명해 준다.
전역한 후에 찾아온 학생이 대기업에 취업해 찾아온 적 있었다. 유독 깐족거리고 말실수가 많던 학생이었는데 어떻게 제일 빨리 취업했을까 의아했었다. 웬걸 학생 때와는 완전히 다른 진중하면서도 쾌활함이 뿜어 나는 인재라는 게 느껴지는 언행이 돋보일 정도였다.
'그때 교관님이 저를 콕 집어서 말씀하신 적 있었는데, 그때 무언가가 확 왔습니다. 덕분에 주의하게 되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습니다.'라며 감사함을 전하고 싶어서 찾아왔다는 것. 어디까지나 어떤 계기는 본인이 만드는 것이지 내가 의도한 변화는 아니다.
리더메이커 노트 시간에 해야 할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학생들이 리더가 되기는커녕 썩은 사과가 되지 않게 저지하고 차단하는 것.
앞의 연구를 아는 리더였을까? 문제적 인물을 결단코 자신의 부대로 받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만큼 팀 문화, 팀 웍을 존중하고자 했고 어쩔 수 없이 팀원으로 포함시키는 상황이 되지 않게 여유를 두기로 했으니 말이다. DMZ 작전을 하는 GP라는 곳이 있다. 성 같이 만들어 둔 콘크리트 구조물로 방호된 곳에 1개 소대를 배치한다. 비무장지대에 고립될 수 있는 만큼, 적과 대치하여 작전을 하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팀원을 구성해서 올린다. 그러다 보니 팀원을 선별하면서 남겨지게 되는 병사들이 생긴다. 이들은 다른 소대가 철수하고 재투입할 때 다시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앞전 소대에서는 결단코 데려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문제적 인물에 대해 다음 소대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우선순위를 높여 선발하는 점이다. 물론 두 번째 합류기회도 놓치고 세 번째 소대를 기다리는 병사도 있었다. 희한한 건 결국 그 또한 빠르게 합류한다는 점. 그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렇게 훌륭한 병사를 왜 안 데려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상황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다. 이 녀석들아.'
리더 메이커 노트 시간에 이 이야기를 들려준다. 리더 메이커 노트 시간은 리더가 될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답하게 하면서 통찰력을 가지게 하는 시간이다. 리더가 될 학생들이 썩은 사과가 되지 않도록 하려다 부정적 인물은 제거가 답이다라는 단순한 명제만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스토리를 들려준다. 썩은 사과가 생기면 기업에서는 보너스를 두둑이 주면서 기분 좋게 해고할 수 있다. 그로 인해 파생될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손실보다 그게 더 적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의무복무인 군대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는 것. 내보낼 곳이 없다. 물론 현역복무부적합 처리 제도를 통해 전역시킬 수 있기도 하지만 입영할 수 없는 요건의 사람이 입대한 경우이거나 복무 중 그런 요건이 되었을 때에 해당하는 만큼 특수한 경우다.
자. 첫 번째 소대에서 외면받았던 그들은 왜 두 번째 세 번째 소대에서는 높은 우선순위로 합류할 수 있었을까?
학생들의 대답은 여러 가지다. '불쌍해서', '주둔지에 잔류하는 동안 노련해져서', '짬 차서', '오기가 생겨서 열심히 해서' 시간을 많이 쓸 수 없는 만큼 정리한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니야.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거든 다들 이렇게 말했어. 저희랑 정말 잘 맞습니다."
매년 그렇지만 다들 의아해한다. '무슨 소리지?' 싶을 테다. 설명이 필요하다.
"음.. 그러니까 이건 종교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돼. 처음에 같이 전입 온 병사 3명이 각각 기독교, 천주교, 불교 신자라고 보자. 1소대는 기독교 신자들이었던 거야. 같이 온 3명 중 바로 합류한 병사는 같은 기독교. 왜 나머지 2명은 안 받겠다고 했을까? 천주교 신자인 병사 2와 불교 신자인 병사 3과는 문화가 맞지 않은 거야."
학생들은
"그러다 보니, 세 번째 병사를 처음 본 소대에서는 아니 이렇게 훌륭한 병사를 왜 안 데려간 건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 거지."
나는 이 노트가 학생들에게 인사이트. 통찰력을 주는 대표적인 노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