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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업무의 중요성

블라인드에 취합만 하는 스텝에 대한 불만들을 보고

by 구형라디오

회사에는 연구, 개발, 제조, 품질, 지원, 인사 등 수많은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실, 팀, 그룹, 파트, 섹션 단위로 얽히고설켜 움직인다. 그런데 이 복잡한 구조 속에서 대표나 경영진의 지시, 소위 ‘숙제’가 떨어지면, 조직은 바빠진다.


**기획, **전략, 사업지원 등 이런 이름이 붙은 부서들이 숙제를 각 실로 하달한다. 우리는 이런 조직은 스텝 조직이라 하고 각 하위 조직에도 스텝 역할을 하는 담당자들이 존재한다. 실 스텝은 팀으로, 팀 스텝은 그룹으로, 그룹 스텝은 다시 아래로 숙제를 준다. 이 과정에서 애매한 지시(감탄, 하소연)와 어수선한 회의 분위기 때문에 회의록 작성에 작성자의 생각이 첨가된다. 결국 숙제는 엉뚱하게 왜곡되고, 원래 목적은 흐릿해지기 일쑤다.

섹션과 파트의 담당자들은 땀 흘리며 실험하고 데이터를 뽑아 자료의 초안을 만든다. 여러 파트가 힘을 합쳐야 숙제 하나를 할 수 있다.


이걸 취합하면서부터 문제는 더 커진다. 리더의 의도를 멋대로 상상하며 자료를 뒤틀고, 팀장, 실장의 리뷰를 거치며 자료는 끝없이 재작성된다. 리뷰를 위한 리뷰가 끝도 없다. 올라갈수록 최초의 의도와는 점점 멀어지기도 한다. 임원들은 뭔가 멋진 조언을 던지거나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것처럼 굴기 일쑤다. 그 결과, 현업 담당자들은 터무니없는 수정 작업에 치여 헉헉댄다.


여기서 스텝의 역할은 정말이지 절박할 정도로 중요하다. 스텝은 숙제를 전달하고 일정을 챙기는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리더가 정한 마감에 맞춰 자료를 완성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일정만 쥐어짜는 스텝은 리더의 눈에 들기 어렵다. 그래서 어떤 스텝은 리더가 원할 법한 방향을 멋대로 짐작해 자료를 뒤트는데, 이게 잘 맞아떨어지면 영웅이지만,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시쳇말로 똥볼을 차면 시간만 날리고 자료는 엉망이 된다.

현업에선 스텝을 욕한다. “현실도 모르고 일정만 쪼아대!”, “숙제를 부풀려서 터뜨려놔!”, “리더가 방향도 안 주고 ‘일단 다 가져와’만 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임원이 바깥일을 챙긴다면, 스텝은 조직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다리’다. 현업의 고충을 리더에게 생생히 전하고, 리더의 의도를 명확히 현업에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밸런스가 좋은 스텝을 딱 한 명 봤다. 그 사람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며 모두를 살렸다. 하지만 상당수의 스텝은 리더의 ‘딸랑이’나 비서 역할에 그친다. 정말이지, 스텝을 뽑을 때는 리더와 부서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골라야 한다. 아무나 뽑아 쓰는 순간, 모두가 고통받는다. 제발, 신중히 뽑아서 이 악순환을 끊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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