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낯선 단어들을 이겨내고 있는 너
출산 3일째. 처음으로 유축을 하려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유축기 앞에 앉았다. 그런데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아 다시 데스크로 가서 간호사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곧 간호사선생님이 내 방으로 와서 모유저장팩 사용법이며 유축기 조작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주었고, 뒤이어 실습(!)이 이어졌다. 아무리 간호사라지만 생판 남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고 앉아 유축을 하고 있자니 참으로 민망했다. 난생처음 겪는 부위의 통증에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모모가 이걸 먹고 얼른 다 회복될 수만 있다면야. 나는 정말 열심히 유축을 했다. 그리고 한 방울이라도 흘릴세라 굉장히 조심스럽게 모유저장팩으로 옮겨 담고 냉동고에 넣었다. 뿌듯했다. 엄마로서 처음 느끼는 뿌듯함이었다. 모모의 코와 입으로 삽관이 되어있어서 아직은 모유를 먹을 수는 없지만, 우리 모모가 입으로 먹을 수 있는 그날이 올 때를 기다리며 엄마는 열심히 냉동고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병원 점심을 후딱 먹고 모모아빠와 나설 채비를 했다. 오늘부터 점심, 저녁 면회를 모두 가기로 했다. 오늘도 역시나 험난한 길이다. 어제는 처음이라 휠체어를 대여하는 것부터 우왕좌왕했었는데 그래도 한 번 해봤다고 오늘은 아주 조금 더 수월하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우리가 제일 먼저 왔다. 휠체어에서 의자로 옮겨 앉아 숨을 돌렸다. 잠시 후 연두색 가방을 든 부모들이 속속들이 도착했다. 정확하게 1시가 되자 신생아 중환자실의 문이 열리고 간호사가 면회 시작을 알렸다.
문이 열리면 제일 먼저 보이는 모모의 침대. 신생아 중환자실은 중증환아와 비교적 경증환아가 있는 방으로 두 개가 나뉘고, 중증환아만 모아놓은 곳에서도 기계장치가 많이 필요하고, 언제 위급상황이 올지 몰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환아와 비교적 안정된 상태에 들어선 환아의 자리가 나뉘어 있다. 모모의 자리가 바로 전자의 경우였다.
어제까지 모모에게 꽂힌 호스는 모두 여덟 개, 그런데 오늘은 일곱 개가 되어있다. 호스의 개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왠지 모모의 상태가 조금 호전되었다는 뜻일 것 같아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기는 걱정보다 잘 버텨주고 있어요. 빈혈기가 있어서 지금 수혈 중이고요. 어제 폐삽관은 제거했고 입과 코에 호스가 있어서 아직은 젖병 무는 건 불가능한데, 가능한 시점부터 최대한 빨리 모유를 먹게 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그저께 실시한 뇌척수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다행히 뇌수막염은 아니고요, 뇌초음파 결과 머리 부분에 아직 혈액이 고여있어서 이건 아기 상태가 조금 더 호전되면 MRI를 찍어봐야 할 것 같아요. 남은 문제는 폐동맥고혈압인데…”
‘폐동맥고혈압’
태어나서 처음 듣는 단어였다. 사실 모모가 신생아중환자실에 들어간 후부터 계속 낯선 단어들과의 싸움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질소치료를 한다, 아기 침대가 일정 간격으로 들썩이고 있는 게 바로 그 질소치료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그런 것이다, 는 말은 들은 기억이 났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이라는 단어는 잘 기억되지도 않았고, 다시 들었을 때에도 그저 ‘폐 쪽 혈압이 조금 높다’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혈압은 약물을 써서 낮추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나는 이게 얼마나 무서운 병명인지 몰랐다.
*사진출처 Unsplash
*사진은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이미지일 뿐, 모모는 인큐베이터에 있지는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