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여전히 그 감정들을 경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용-전념 치료(Acceptance-Commitment Therapy)에서는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불안과 우울과 같은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불안, 우울, 좌절과 같은 불편한 감정은 ‘문제’가 아니라 ‘메시지’입니다. 지금 이 순간 필요한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시그널’입니다. 이것이 수많은 세대를 거쳐 벗어나거나 통제하기 위해 그토록 애써왔던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변화가 강력하게 필요한 순간에는 불안, 우울과 같은 불편한 감정들이 더 절박하게 우리를 찾아옵니다. 따라서 불편한 감정이 떠오르고 또 그것들로 힘들어하는 건 내가 의지가 약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불편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변화가 필요할 때 마음이 하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감정을 대하는 올바른 방법은 없애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데 있습니다.
불편한 감정, 생각, 그리고 기억을 경험하는 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고, 그것들에게서 벗어나거나 통제하기 위해 썼던 시간과 힘을 눈앞에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쓸 수 있다면, 나의 일부분과 싸우느라 눈치 채지 못한 지금 이 순간의 변화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은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반복해왔던 행동 말고 지금 이 순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그 선택은 마음에 떠오른 불편한 감정을 피하거나 없애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입니다.
* 참고 도서: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