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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Feb 03. 2022

우리는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답으로 풀리지 않는다.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도 힘들지만 그 감정을 피하기 위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탓하게 합니다. 그 행동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음을 알아도 계속하는 건 우리가 어리석거나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다만 그 행동을 했을 때, 잠깐이지만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우리는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똑같은 행동을 합니다. 갑작스럽게 중요한 일이 생겨서 급하게 업무를 추진해야 할 때, 현명한 행동은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일을 시작해야 하는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하소연부터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입니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수다이기 때문입니다. 수다를 떨 때는 잠시 잊고 있었던 불안이 이야기가 끝나고 더 커져있는 것을 경험한 적은 있지 않나요? 이처럼 수다가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음을 알고 있음에도 일이 생길 때마다 하소연부터 하고 싶은 이유는 그 수다가 잠깐이지만 불안을 잊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할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이미 그 사람은 알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피하는데 익숙해지면,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할 때 정답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자책하기 쉽습니다. 좌절, 우울, 불안과 같은 감정에 힘들어하는 자신을 의지가 약하거나 능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판단하고 스스로를 탓하게 됩니다.

  불편한 감정의 빈도나 강도를 낮추려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통스럽다면, 그 감정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공통의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는 불안, 우울, 좌절, 실망과 같은 불편한 감정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고 하면서 실패했을 때 이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데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문제를 풀 수 있는 익숙한 정답이 아니라, 문제를 천천히 읽을 때 경험할 수 있는 낯선 시간입니다. 낯선 시간은 문제가 주는 불편한 감정과 충분히 머무를 수 있도록 도와줘서 익숙한 정답 대신 다른 선택을 해볼 수 있는 여유를 줍니다. 그 선택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나에게 주는 메시지를 알아차리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 참고 도서: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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