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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Feb 02. 2022

불편한 감정은 문제가 아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기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감정들에서 벗어나거나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 감정들로 고통스럽다면, 그 감정들을 다뤄왔던 방법들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우리는 그 감정들을 해결하고 나서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이 믿음에 따라 불안, 우울, 좌절, 실망, 회의, 수치심, 부끄러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만나면, 통제하거나 벗어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 감정들을 마주칠 때마다 힘들어하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 아무 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다른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소외감을 느끼고, 무능력하고 한심한 자신을 탓하며 더 깊은 고통의 늪에 빠졌습니다.

  감정을 통제하거나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가 실패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감정들을 다시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가슴이 막막해지는 불안과 우울, 공들여 노력한 것이 실패했을 때 경험하는 좌절과 실망, 그 실패를 다른 사람이 알았을 때 느껴지는 수치심과 부끄러움, 그리고 다시 힘을 내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회의감과 같은 감정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불편한 감정을 통제하거나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익숙해진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감정을 경험하고 난 후, 그 감정들을 경험할 법할 상황들을 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합니다. 불편한 감정에서 벗어나거나 통제하려고 할수록 그 감정들을 더 강하게 경험하게 되고, 감정을 의지와 노력의 대상으로 여길수록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게 결함이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면 우리는 힘든 감정들을 피할 수 있는 안전한 영역으로 삶의 테두리를 제한합니다.

  어떤 일이나 관계에 실패했을 때 고통스러운 건 우리가 그만큼 그것을 중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들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면, 다시 마주치고 싶지 않을 만큼 실망할 일도 좌절할 일도 없습니다. 가치를 둔 일 또는 관계에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자연스럽다고 해서 그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 아프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지금까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거나 통제하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오히려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해왔다는 사실입니다.


* 참고 도서: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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