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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날로그 남샘 Feb 08. 2022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비

감정은 '의지'와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살면서 경험하는 불안, 실망과 같은 불편한 감정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한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자비’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소개합니다. 


<경험적 연습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자비>


 1. 눈을 감습니다.


 2. 친구와 다투었을 때,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해서 내가 실망스럽게 느껴질 때, 혹은 이유 없이 마음이 무겁거나 가라앉을 때가 있을 때가 있었었나요?


 3. 내가 작아지고 볼품없이 느껴지거나 다른 사람한테는 사소할 것 같은 고민들로 힘들었던 적이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4. 그런 생각이 든 사람은 조용히 손을 듭니다.


 5.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아이들이 솔직해질 수 있도록 어떤 일로 손을 들었는지는 물어보지 않는다고 미리 안내합니다. 눈을 감은 아이들은 자신이 작아지는 순간, 혹은 원치 않는 생각이나 감정을 경험한 기억을 떠올리며 손을 듭니다. 손을 바로 드는 아이도 있고, 눈치를 보며 손을 조금만 드는 친구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손을 듭니다.

  더 이상 손을 드는 친구가 없으면, 아이들에게 눈을 뜨라고 합니다. 주변을 둘러본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손이 올라와 있는 것에 놀랍니다. 앞을 본 아이들은 한 번 더 놀랍니다. 선생님도 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솔직하게 손을 든 선생님은 어른들도 학생들과 같은 감정으로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물론, 다른 사람이 나와 같이 힘들다고 해서 내가 가진 문제가 해결되진 않습니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불안과 실망을 겪었다고 해서 내가 경험한 불안과 실망이 작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아무 고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 친구들과 선생님도 내가 경험한 불편한 감정을 똑같이 만났다는 사실에 위로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 불안, 실망, 그리고 좌절과 같은 감정들을 모두가 경험한다는 깨달음은 나만 그런 경험을 하는 것 같은 ‘소외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움츠러들고 작아지는 순간 느끼는 무력감, 수치심, 불안, 그리고 실망과 같은 감정은 누구나 경험합니다. 객관적인 아픔의 정도는 다를 수 있겠지만, 주관적인 괴로움은 모두에게 찾아오고 똑같이 아픕니다.

  고통스러운 경험은 우리를 아프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를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끊임없이 찾아오는 그 순간의 경험을 되새기는 나 자신의 무능력한 모습을 자책하는 데 있습니다. 솔직하게 손을 든 친구들과 선생님의 모습에서 그런 감정들을 경험하는 것이 나 혼자만이 아님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 참고 도서: 이선영. (꼭 알고 싶은) 수용-전념 치료의 모든 것. 서울: 소울메이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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