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분석맨 Aug 27. 2022

왜 제텔카스텐은 효과가 없을까?

천자 쓰기의 효과

최근 노트 쓰기 덕후들 세계에선 제텔카스텐(Zettelkasten)이 핫한 주제다. 제텔카스텐은 독일 사회학자인 니클라스 루만 교수의 메모법이다. 매일 6개의 메모로 70권의 책과 400여 건의 논문을 발표했다. 사람들은 그의 업적이 제텔카스텐('메모 상자'란 뜻) 메모법에서 나왔기에 열광하고 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제텔카스텐을 몇 개월 사용해보거나 혹은 수십, 수백 개의 메모만 만들고 효과가 없다며 힘들어한다. 어떤 이는 디지털로 해서 그러니 루만 교수처럼 종이로 해야 한다며 A6 크기의 인덱스 카드를 사서 종이 제텔카스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좀처럼 효과를 보기 힘들다. 왜 그럴까?


루만 교수가 쓴 '메모 상자(Slip Box)와의 커뮤니케이션'이란 글을 보면, 제텔카스텐은 비교를 통해 다양성이 증가하고, 메모 간의 연결 가능성을 늘려야 한다. 노트 간의 연결 가능성을 늘리고, 비교하고, 임의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노트가 쌓여야 한다. 루만 교수는 제텔카스텐이 임계 질량(critical mass)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몇 년'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 계산해보면, 2년간 매일 6개 메모 x 365일 = 4,380개, 3년이면 6,570개 분량의 메모다. 루만 교수는 90,000개의 메모를 쌓았다고 한다. 그런데 우린 고작 1,000장의 메모도 쌓지 않고 효과가 없다며 이 방법, 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필자도 그중에 하나다. 어떻게 하면 수천 개 이상의 메모를 쌓기 전에도  효과를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러다 종이 제텔카스텐을 하는 사람이 떠올랐다. 루만 교수는 A6 크기의 인덱스 카드를 사용했는데, 그럼 "디지털 노트 앱에서도 글 쓰는 양을 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노트 앱으로 쓰고 있는 옵시디언(Obsidian)에 PaperCut이라는 플러그인을 설치했다. 이 플러그인을 설치하고 1,200자로 한계를 설정하며 천자 쓰기를 하고 있다. 1,200자로 설정한 이유는 약간의 버퍼를 준 것이고 실제론 80~90% 수준에서 마무리한다. 1,200자 이상 넘어가면 타이핑하는 글자가 잘리며 더 이상 써지지 않는다. 


이렇게 천자 쓰기로 글을 쓰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 효과가 좋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미루고 미루다 2주일 넘어서 겨우 쓰는 때도 있었는데 천자로 부담이 줄어드니 더 쉽게 쓰게 된다. '두 번째 뇌 만들기(Building a Second Brain)'의 티아고 포르테도 레고 블록처럼 중간 패킷(Intermediate Packets)을 만들라고 했다.


작게 생각하면 우리 뇌는 심리적 장애물이 제거되어 더 쉽게 할 수 있다. 이 글도 천자 쓰기의 훈련의 아웃풋이다. 제텔카스텐으로 효과를 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지만, 메모와 글쓰기 양을 제한하면 작은 성공을 늘리고 임계 질량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산성 극대화를 위해 완료주의자 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