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 a Second Brain (BASB)
Building a Seond Brain (BASB)으로 유명한 티아고 포르테(Tiago Forte)의 책이 6월에 출간됐다. 책의 제목은 동일하게 'Building a Second Brain'이다. 아직 번역서는 없다. 이 글은 책에 나오는 두 번째 뇌 만들기의 핵심 개념인 CODE의 마지막 단계인 출력하기(Express)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최대한 원서의 개념을 충실히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개인적인 감정이나 사견이 들어가 있다. 가능하면 원서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현재 '두 번째 뇌(Second Brain)'나 '제텔카스텐(Zettelkasten)' 관련 책은 영어 원서라도 많지 않다. 가장 유명한 숀케 아렌스(Sonke Ahrens)의 'How to Take Smart Notes'(국내 번역서 제목 '제텔카스텐')와 데이비드 캐더비(David Kadavy)의 Digital Zettelkasten 두 권 정도다.
국내에는 '제텔카스텐(숀케 아렌스/김수진 역)'과 이를 바탕으로 옵시디언의 활용법을 추가한 '하우 투 제텔카스텐(제레미 강 저)' 두 권이 전부다. 이렇게 국내외를 막론하고, 두 번째 뇌에 관한 책이 두 권 정도인 상황에서 티아고 포르테의 책이 출간되어 많은 지식 근로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티아고의 5주짜리 온라인 코스인 Building a Seond Brain (BASB)의 가격은 에센셜 에디션이 $1,500불, 프리미엄 에디션은 $3,000불이나 해서 참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출간된 그의 책을 통해서나마 생산성 전문가이자 '두 번째 뇌 만들기' 열풍을 불어온 그의 통찰을 배워보자.
책은 티아고가 두 번째 뇌를 만들게 된 터닝포인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대학 3학년 때 뚜렷한 이유 없이 목 뒤에 작은 통증이 시작되지만 의사들은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한다. 티아고는 병원 진료실에 앉아 기다리는 동안 노트를 꺼내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환자 기록을 정리하고, 자기 몸 상태를 기록하고 연구하며 통증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그가 기록하는 것의 힘을 깨닫게 된 계기다.
나도 힘들고 우울한 시기에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하며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었는데, 티아고의 이야기를 읽으며 글쓰기의 힘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1,500불짜리 이 개념은 도구가 아닌 행동과 습관에 먼저 초점을 두고 있다. 아래와 같이 CODE라는 약자로 구성된 4가지 보편적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자.
창의적인 제품은 항상 빛나고 새롭습니다. 창조적인 프로세스는 오래되고 변하지 않습니다.
– 실바노 아리에티
두 번째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온라인 기사에서 장보기 목록에 이르기까지 투두(To-Do) 리스트 앱, 웹 클리퍼, 노트쓰기 앱 등과 같은 신뢰할 수 있는 도구로 마음에 드는 것을 수집할 장소가 필요하다. 이 시스템은 어떤 노트쓰기 앱으로 해도 크게 상관없다. 하지만, 가능하면 백링크(backlinks)를 지원하여 노트를 연결할 수 있는 4세대 노트 앱을 사용하길 권장한다.
※ 참고: 두 번째 뇌 만들기를 위한 노트 앱
수집에는 다양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운전하고 있다면 음성 녹음이 될 수도 있고, 웹 서핑을 하고 있다면 포켓(Pocket), 인스타페이퍼(Instapaper), 레인드랍(Raindrop) 등과 같은 웹 클리퍼, 혹은 구글 킵(Google Keep)으로 빠르게 작성한 짧은 메모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주변에 콘텐츠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 블로그, 카페, 신문, 유튜브, SNS 등 온갖 정보가 난무한다. 내가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티아고 포르테는 이 결정을 더 쉽게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에게서 영감을 받은 "12가지 가장 좋아하는 문제"를 이용한 방법이다. 파인만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전략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휴면 상태에 놓이게 되지만, 좋아하는 문제 수십 가지를 마음속에 끊임없이 제시해야 합니다. 새로운 트릭이나 새로운 결과를 듣거나 읽을 때마다 12가지 문제 각각에 대해 테스트하여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십시오.
이따금 히트 칠 것이고 사람들은 "그가 그것을 어떻게 했죠? 그는 천재임이 틀림없어요!”라고 말할 겁니다."
다시 말해, 파인만의 접근 방식은 '12개의 미해결 질문 목록'을 갖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나왔을 때, 그는 각 질문에 대해 그것을 테스트해 문제에 새로운 견해를 주는지 확인했다.
파인만의 물리학적 발견을 이끈 흥미로운 사례가 있다. 학생 식당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 저녁 식사 접시를 던졌다. 파인만은 떨어지며 회전하는 접시를 보며 회전과 요동하는 비율이 2:1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발견을 동료 교수이자 멘토에게 말했을 때, "파인만, 이건 어떤 중요성이 있지?"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중요한 건 없어요. 난 어떤 것이 중요한지 상관하지 않아요. 그게 재미있지 않았나요?"
그는 직관과 호기심을 따랐다. 결국, 이 사건은 그가 노벨상을 받을 수 있도록 이끌었다.
자신에게 물어보아라. "내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질문은 무엇인가?"
여기에는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좋게 만들 방법은 무엇인가?"와 같은 포괄적인 질문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하면 매일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을까?"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어떻게 더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와 같은 관계에 관한 질문이 될 수 있다. 12개의 질문이 많다고 생각되면 자신에게 중요한 몇 가지로 줄여도 좋다.
아래는 티아고가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 질문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과거에 덜 살고 현재에 더 많이 살 수 있을까요?"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동시에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요?"
목표는 질문에 완전한 답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질문을 나의 북극성으로 생각하고 배움에 활용하는 것이다. 필자는 파인만과 같은 천재가 아니라 12개의 질문은 너무 많게 느껴진다. 세 가지 정도의 질문이면 될 것 같다.
자, 이제 두 번째 뇌(Second Brain)가 원하는 질문의 종류를 정했다면, 가장 유용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문제는 항상 너무 적게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이 저장한다는 사실이다. 아래와 같은 방법으로 오직 엑기스만 뽑아내는 훈련을 하라.
책의 전체 장을 저장하지 말고 특정 구절만 저장하라.
인터뷰의 전체 대본을 저장하지 말고 가장 인상 깊은 인용구 몇 개만 저장하라.
전체 웹사이트를 저장하지 말고 가장 흥미로운 세션 몇 개만 저장하라.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조작가 로뎅에 관한 일화가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로뎅의 진시회가 열리고 있을 때 열성적인 한 관람객이 로뎅에게 질문을 했다.
"로뎅 선생님,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은 하기가 어렵지 않으신가요?"
로뎅은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부인, 그저 대리석을 한 덩어리 갖다 놓고는 원하지 않는 부분만 조금씩 파내면 됩니다. 그러니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 일입니까?"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은 말한다.
"나는 아무것도 발명하지 않습니다. 나는 파낸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더할 것이 아니라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지식의 진흙더미에 묻혀있는 보석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비유로 LYT(Linking Your Thinking)의 닉 마일로(Nick Milo)는 소음(noise) 속에서 신호(signal)를 찾아야 한다고 표현한다.
티아고는 보석 혹은 신호를 찾아내기 위해 지식을 수집할 때, 아래 네 가지 질문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질문에 대한 답은 구글링 할 수 있지만 감정을 구글링 할 수 없다고 티아고는 말한다. 영감을 주는 명언, 사진, 아이디어, 이야기 모음을 보관하라. 새로운 관점, 동기 부여가 필요할 때마다 살펴보라.
필자는 가끔 블로그에 올려놓은 독서노트를 읽거나, 감명받은 명언을 내 생각으로 해석해서 블로그에 올린다.
티아고는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찾는 사진, 그림 등을 폴더에 보관한다. 이미지를 수집하면서 미래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티아고는 가족과 친구가 보낸 문자 메시지를 저장한다고 한다. 보관해야 할 가장 귀중한 정보 중 하나는 '개인 정보'다. 자신의 생각, 회고, 추억 등.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말을 떠올리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은 우리에게 쉽게 생기는 현상이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보편적 현상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은 이를 더 악화시킨다.
티아고는 유명한 정보 이론가인 클라우디 새넌(Claude Shannon)의 '정보(information)'에 대한 정의를 언급한다. "당신이 놀라지 않았다면 어떤 수준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티아고가 네 가지 질문을 통해 어떤 정보를 선택해야 할지를 제시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 나의 마음을 터치하고 영혼을 울리는 콘텐츠를 고르라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수집할 당시에는 미래에 어떤 쓸모가 있을지 몰랐지만, 나중에 유용하게 활용한 사례가 많다. 우리의 직관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도 있다. 왜 그것에 공명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는 없다.
책을 읽거나 정보를 수집할 때, '감정'을 연결하면 좋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한 문장을 미래의 내가 인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워하거나, 지금 수집하는 정보를 블로그에 올렸을 때 유용하게 쓸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그것으로 족하다.
수집하는 것은 쉽다. 수집 후 정리하고 구조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트가 쌓일수록 더 복잡해진다. 수집하기와 정리하기를 별개의 단계로 구분하는 중요한 이유다.
티아고는 PARA라는 시스템을 사용하여 콘텐츠를 4가지 범주로 분류한다.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질문하며 탑다운 방식으로 노트를 저장할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에 이것이 가장 유용할까?
없는 경우, 어떤 분야에 이것이 가장 유용할까?
없는 경우, 이것은 어느 자원(resources)에 속하나?
없는 경우, 아카이브(archives)에 보관한다.
티아고는 폴더와 같이 고정된 형태가 아닌, 프로젝트와 같이 실행 가능한(actionable) 기준으로 정리하길 권한다. PARA를 음식을 만드는 부엌에 비유할 수 있다.
아카이브(Archives)는 나중에 필요할 때 요리에 쓰는 재료를 보관하는 냉동고, 자원(Resources)은 당장 요리에 쓰이지는 않지만, 음식 만드는데 필요한 식재료 보관소, 영역(Areas)은 요리에 곧바로 사용될 수 있는 재료를 보관하는 냉장고, 프로젝트(Projects)는 당장 요리 준비하는 데 쓰이는 냄비나 프라잉 팬이라 할 수 있다.
아이디어를 정리할 때, 어디서 왔는지에 따라 정리하는 대신,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정리하는 것이 좋다. 지식이 진정 가치가 있는지는 깔끔하게 정리되고 태그가 잘 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그것이 당신이나 누군가에게 무언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다.
PARA는 파일 정리 시스템이 아니다.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생산 시스템이다. 메모나 파일이 있는 완벽한 장소를 찾으려 하지 마라. 전체 시스템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에 맞춰 같이 변화하고 움직여야 한다. 두 번째 뇌는 프로젝트와 목표가 변경됨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즉, 완벽해지거나 끝내야 한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P (Projects, 프로젝트): 기한이 있는 목표와 연결된 일련의 작업.
예: 회사(웹 개발 프로젝트, 콘퍼런스 PPT 작성, 프로젝트 스케줄 작성 등), 개인(영어 학원 수강, 독서 모임, 휴가 계획 등), 사이드 프로젝트(블로그, 유튜브, 온라인 코스 만들기 등)
A (Areas, 영역): 시간이 지남에 따라 유지되어야 하는 표준이 있는 활동 영역. 장기간 소요.
예: 활동이나 장소(집, 요리, 여행, 자동차 등), 사람(친구, 배우자, 자녀 등), 책임(건강, 자기계발, 관계, 재정 등), 회사의 부서나 역할(마케팅, 개발, 제품 개발 / 관리자, 공급자 등)
R (Resources, 자원): 지속적인 관심 주제(topics) 또는 테마(themes). 프로젝트나 영역에 속하지 않은 어떤 것도 될 수 있음. 연구(research) 혹은 연구 자료(research materials)로 생각해도 됨.
예: 관심 있는 분야(디자인, 인문학, 와인 등), 주제(습관, 노트쓰기, 프로젝트 관리, 다이어트 등), 참고 정보(여행, 주식, 제품 등), 취미(커피, 영화, 음악, 만화 등)
A (Archives, 아카이브): 다른 세 범주의 비활성 항목.
예: 완료되거나 취소된 프로젝트,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는 영역(area), 더 이상 상관없는 자원(resources) 등
지식을 얻으려면 매일 뭔가를 더하라. 지혜를 얻으려면 매일 뭔가를 빼라.
— 고대 중국 철학자, 노자
메모를 캡처하고 저장하면 일반적으로 많은 정보가 수집되지만, 메모를 많이 보관할수록 의미를 즉시 파악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요약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래 설명하는 '점진적인 요약(Progressive Summary)' 기법을 통해 메모의 핵심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감동하고 인상에 남는 구절을 하이라이트 하듯이 정보를 수집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정수(Essence)를 뽑아내야 한다. 수집하고 정리하는 활동보다 정제하는 활동이 더 중요하다
노트쓰기는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같다. 엄청 바쁠 미래의 당신이 지금 쓰는 노트를 찾는다고 상상해보고 노트가 잘 발견되고 정제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점진적 요약은 수집한 원시 노트를 현재 프로젝트에 사용 가능한 자료로 정제하는 간단한 프로세스다. 아래와 같이 네 가지 계층으로 구분한다.
1단계: 수집한 노트 그 자체다.
2단계: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볼드체로 표시한다.
3단계: 볼드체로 표시한 것 중에서 한 번 더 하이라이트 한다.
4단계: 하이라이트 한 것을 요약(Summary)한다.
단계별 요약을 할 때, 일반적인 규칙은 전 단계에 비해 10~20% 이하로 하이라이트 하는 것이다.
회상할 때는 속도가 중요하다. 이 요약한 것을 검토하면 원본을 읽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주요 내용을 상기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는 볼드체 대신 2단계는 노란색 하이라이트, 3단계는 빨간색 하이라이트로 색상을 달리하고 있다.
티아고는 1945년에 만들어진 '피카소의 황소(Picasso's Bull)' 그림을 예로 든다.
위의 점진적 요약 기법처럼 피카소는 디테일한 황소 그림을 단순한 선 몇 개로 정제하는 과정을 거쳤다. 피카소의 정제 행위는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여 본질적인 것만 남게 하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아이폰과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피카소의 황소 연작과 비교했다. 피카소가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디테일을 제거했던 것처럼 애플의 디자인 철학도 단순함이다.
피카소의 마지막 11번 그림만 보면 단순한 몇 번의 쓱삭임으로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단순함을 이루기 위해서는 치열함이 요구된다. 집착과도 같은 치열함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컴퓨터 안에 들어가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단순함에 집착했다. 우리가 노트를 정제하는 과정에도 이런 치열함이 요구된다.
점진적 요약은 최대한 많이 기억하는 방법이 아니라 최대한 많이 잊어버리는 방법이다. 그냥 좋은 부분을 없애면 위대한 부분이 더 빛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세부 사항들이 사라지도록 할 수 있는 기술과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가 점진적 요약에 노력을 투입하는 목적은 오직 한 가지다. 미래의 나 자신이 노트를 쉽게 찾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함께 읽어보면 좋은 관련 글: 치열함에 대하여
Verum ipsum factum ("우리는 우리가 만드는 것만 압니다")
— 이탈리아 철학자, 지암바티스타 비코
중간 패킷에 대해서는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의 일곱 번째 원칙에서 다룬 바 있다. 중간 패킷은 일종의 '모듈'과 같은 개념으로 레고 조각으로 비유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의아했던 점은 중간 패킷에 관한 내용이 왜 표현하기(Express) 단계에 있느냐였다. 수집하기(Collect)나 정리하기(Organize) 단계에 들어가야 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중간 패킷은 일종의 표현하기 단계를 거친 출력(output)의 일종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하기(Express) 단계는 웹 같은 공유 플랫폼에 퍼블리싱하는 것만이 아닌, 검색을 통한 출력, 중간 패킷을 만드는 것,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는 것 등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을 지니고 있다.
중간 패킷을 만드는 장점 중 하나는 우리의 심리적인 장애물을 제거해 준다는 것이다. 필자는 너무나 큰 프로젝트나 일이 생기면 마감일 직전까지 미루기 일쑤다. 이런 부담스러운 일에 대한 솔루션이 바로 이 중간 패킷이다. 우리의 첫 번째 뇌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이 필요하다.
현대인은 시간과 집중력이 부족하다. 보고서, 글, 파워포인트 등 우리가 하는 일에서 처음부터 뭔가를 만드는 대신 '중간 패킷'을 생산하여 이것을 '자산(asset)'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중간 패킷을 재사용하면 보다 창의적인 사고에 주의를 집중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종류의 중간 패킷의 예가 있다.
정제된 노트
: 읽고 정리한 책이나 기사를 통해 내용의 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예: 정제하기(Distill) 단계에서 배운 '점진적 요약' 기술 사용).
발췌
: 과거 프로젝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미래 프로젝트에 사용할 수 있는 자료나 아이디어.
진행 중 생성된 자료
: 과거 프로젝트에서 생성된 문서, 그래픽, 안건, 계획 등.
최종 산출물
: 새로운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는 과거 프로젝트의 산출물.
다른 사람이 만든 문서
: 팀원, 계약자, 컨설턴트, 고객 등이 만든 지식 자산을 참고하여 내 작업에 통합할 수 있다.
중간 패킷은 당신이 하는 모든 것을 원자 단위(atomic units)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다. '작게 생각'하면 지적 콘텐츠가 얼마나 실행 가능한지, 상상한 대로 정확히 사용될지 걱정하지 않고 이 중간 패킷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두 번째 뇌는 이 중간 패킷들의 저장소다. 노트쓰기 앱을 통해 한 곳으로 수집하고 검색으로 찾을 수 있게 만든다. PARA 시스템을 이용해 정리하여 빠르게 접근하고 검색할 수 있게 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창의적 자산을 빠르게 활용하여 새로운 것으로 결합하는 능력은 개인 커리어와 비즈니스의 성장, 또한 우리 삶 전체의 질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표현하기(Express)' 단계는 필요한 것을 검색하는 능력을 연습하고 연마하는 단계이기도 하다. 티아고는 아래 4가지 검색 방법에 관해 설명한다.
1. 검색(Search)
2. 브라우징(Browsing)
3. 태그(Tags)
4. 세렌디피티(Serendipity)
최근 노트 앱들이 제공하는 강력한 검색 기능을 이용하거나, PARA 시스템으로 정리한 폴더를 브라우징 하거나, 태그를 단 노트를 검색하는 방법은 노트쓰기 앱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기능일 것이다. 마지막 '세렌디피티'에 대해서만 정리해본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한국어로 번역하면 '우연한 발견'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데, 정확하게 그 의미가 와닿지 않아 그냥 세렌디피티로 적었다. 이 단어를 보면 필자는 가장 먼저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 2001)'가 떠오른다. 존 쿠삭과 케이트 베켄세일이 주연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데, 영화를 본 후 이 단어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각인되었다.
제텔카스텐(Zettelkasten)에서도 노트 간의 연결을 통해 뜻밖의 아이디어를 얻고 새로운 노트를 만드는 방법이 나오는데, 두 번째 뇌를 만드는 것도 아래와 같은 세렌디피티 검색 방법으로 이런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이전 검색 방법을 확장하여 넓게 검색한다.
검색하려는 기준과 일치하는 특정 폴더만 검색하지 말고 유사한 프로젝트, 관련 영역, 다른 종류의 리소스 등 관련 범주로 검색 영역을 넓혀 검색한다.
둘째, 시각적 패턴을 통해 우연성을 증폭시킨다.
우리 두뇌는 시각 정보에 민감하다. 단어를 읽는 것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여 눈 깜짝할 사이에 직관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최근에 등장하는 '5세대 시각화 노트 쓰기 앱'들은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여 쏟아져 나오고 있다.
셋째,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세렌디피티의 주요 요소다.
다른 사람에게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그 반응은 예측할 수 없다. 피드백이 옳거나 그른 것은 아니지만, 그 피드백을 어느 쪽이든 사용할 수 있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측면이나 몰랐던 정보를 알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은 나의 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다.
창의성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은 보통 혼자 고독한 작업을 하는 예술가에 대한 이미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영향을 차단하고 홀로 멋진 걸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다. 하지만, 이런 관념은 창의성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방식이다.
음악가라면 레코드를 믹싱할 사운드 엔지니어가 필요하고, 배우라면 감독이 필요하고, 책을 쓰는 작가도 편집자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창의성을 위해서는 자신을 아이디어의 유일한 창시자가 아니라 네트워크식 집단 지성의 큐레이터로 봐야 한다. 우리는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함으로써 그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모든 메모와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한 후에는 배운 내용을 세상과 공유하는 것을 고려하라. 세상에 공개하지 않고 정보를 축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의 첫 번째 원칙인 '창의성을 빌려오자(Borrowed Creavitity)'를 기억하라. 두 번째 뇌를 만드는 것은 성장하고 진화하며 새로운 경험을 할 때마다 더 높은 수준의 의식에 도달하는 지능적인 유기체인 뉴런(neuron)의 연결과 같다.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의 여덟 번째 원칙이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이디어는 행동으로 옮기기 전까지는 생각일 뿐이다. 생각은 덧없이 사라진다. 생각을 표현하고 지식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할 때 진정 인생이 바뀌기 시작한다. 가장 작은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표현하기(Express) 단계는 여러분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해 준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집만 하고 요약하는 것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세상에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합해 더 확장된 '두 번째 뇌'를 만들 수 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생성 효과(Generation Effect)'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생성 효과란 인간이 수동적으로 주어진 정보보다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정보를 더 쉽게 기억하는 효과다. 연구자들은 사람이 말하기, 쓰기와 같이 능동적으로 단어를 생성할 때 읽기에 비해 뇌의 더 많은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책을 읽으면서 본질적인 개념은 '두 번째 뇌를 만드는 10가지 원칙'에 바탕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원칙을 기반으로 CODE라는 단계와 PARA라는 정리 시스템을 더하여 '두 번째 뇌'를 만드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많은 사람이 C.O.D.E 단계 중 C.O. 2개의 단계는 이미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롬 리서치, 옵시디언과 같은 4세대 노트 앱을 통해 D.E. 단계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사고를 입력(input)이 아닌 출력(output) 중심으로 전환하여 '창조적 사고'를 하는 걸 의미한다. 생각이 글쓰기만을 낳는 것이 아니다. 반대로, 글쓰기를 하면 생각도 확장된다.
다른 사람이 창조한 것에서 우리는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만의 '창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 참고: 티아고 포르테가 추천하는 툴과 앱 목록
How to Build a Second Brain - Tiago Forte Style — Keep Productive
The PARA Method: A Universal System for Organizing Digital Information - Forte La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