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0.26
환희 씨와 리아를 떠나보낸 2020년에는 우리 가족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믿기지 않았다. ‘이 모든 게 거짓말 아닐까’ 생각하다 보니 나중에는 당신이 내 곁에 살았다는 사실조차 거짓말 같더라. 그때부터 정신 나간 것처럼 당신이 이 생에 살아 있었다는 흔적들을 찾아 헤맸다. 당신이 좋아하던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당신이 남긴 글을 찾아 읽었다. 그것들과 함께일 때면 당신이 여전히 내 곁에 사는 것 같았다.
우리 이야기를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일환이었다. 우리가 이토록 멋진 사랑을 했다는 것, 이만큼 반짝이던 사람이 내 짝꿍이었다는 걸 기록으로 박제하고 싶었다. 그 글들을 참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었다. 그 힘으로 애도의 길을 건넜다.
출판사들로부터 내 일기들을 책으로 엮어 출간했으면 좋겠다는 멋진 제안들을 종종 받기도 했다. 그때마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기록들이 남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는가. 나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없다고 생각했다. 불행의 포르노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국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이유는 당시에 누군가 내게 해준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왜 사람들이 제 글을 읽을까요? 이건 그냥 일기일 뿐인데요”라는 내 물음에 말을 고르다가 “저는 위로받았어요”라고 대답해주었던 한 사람. 지금은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이 대답을 기다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 글이 불행의 나열이 아니라는 안도, 나도 내가 받은 위로를 누군가에게도 건넬 수 있겠다는 자신감.
그럼에도 요동치는 마음 때문에 원고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었다. 내 글로만 이루어진 애도 일기를 출판하자는 편집자의 제안에 역으로 제안을 보냈다. 이환희가 남긴 글이 A4 용지로 2094쪽, 원고지 6661매다, 그 글을 내 글과 함께 엮어보겠다, 내 글이 아닌 우리의 글을 쓰고 싶다. 내 욕심은 받아들여졌고, 그 결과물이 이것이다. 환희 씨가 남긴 조각 글이 워낙 많고, 쓴 시기도 문체도 다 달라서 유기적으로 엮기가 쉽지 않았는데, 남들에게는 어떻게 읽힐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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