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나스타시아 Jan 02. 2023

22년의 소회, 23년의 다짐

2021년의 내가 무기력했다면 2022년의 나는 폭주했다. 매사에 조급했고 성급했으며 초조했다. 그 감정들 때문에 한곳에 가만히 있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그 모든 마음을 그러모아 축구에 쏟아부었고, 일정 부분 소득이 있었다. 동시에 많은 것을 잃었다. 어쩌면 축구 빼고 모두 다. 


정신없이 놀 때는 몰랐는데, 최근에서야 이건 괜찮은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2021년의 나보다는 진일보했지만, 이런 삶은 너무 연약하다. 몸을 함부로 쓰다가 부상을 당했고, 3주간 운동을 할 수 없었다. 하체를 다치면 상체 운동을 하고, 상체를 다치면 하체 운동을 하면 되는데 골반 부상일 때는 위쪽도 아래쪽도 할 수 없어. 그래서 그냥 가만히 앉아 책만 봤다. 그때 이 삶의 취약성을 깨달은 것이다. 이토록 작은 부상 하나로 삶의 모든 것을 잃은 기분이 든다면, 그거 꽤 잘못된 거잖아?



이후로 삶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꽤 노력했다. 맛집 투어가 가장 쉬웠다. 맛있는 음식은 입도 즐겁지만 무엇보다 나를 아끼는 기분이 든다. 왜 사람들이 한 끼라도 그럴듯하게 먹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았다. 지금은 누가 추천해주는 음식점은 무조건 저장한다. 그러다가 언젠가 그 근처를 가게 되면 추천해준 사람이 떠올라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장점도 있다. 2023년에도 맛집 투어는 계속하게 될 것 같다.


새로운 도전도 하나 더했다. 수영을 등록했다. 물론 수영은 축구를 잘하기 위한 수단이긴 하지만, 수영 선배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은근 들뜨더라고. 어제는 영화 ‘아바타’를 봤는데, 물속에서 물고기마냥 헤엄치는 주인공들 보면서 나도 낼모레 수영장 가면 저렇게 할 수 있을 것 같고 막 그랬다. (물론 할 수 없다.)



최근에 지인 하나가 말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러니까 지은 씨도 이제는 새 남자 만나서 얼른 결혼해.” 평소 같으면 어르신이고 뭐고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같은 말을 날카로운 화살처럼 쏘아붙였을 텐데, 의외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새 남자 만날 수도 있지. 뭐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눈이 너무 높은 게 문제긴 한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 또한 2021년보다 진일보한 지점이다.


2022년의 나는 2021년보다 나은 사람이었으니까, 2023년은 좀더 괜찮아지겠지. 아니지, 어쩌면 다시 무너질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내 올라설 거야. 작년에 해봤으니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