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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나스타시아 Apr 13. 2020

남이 시키는 것 말고, 내 일을 내가 만드는 법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회사에 적을 두고 있으면서도 가끔씩 두려워졌다. 어느 회사나 피라미드 구조이므로 위로 올라갈수록 남은 자리 수는 줄어드는데, 심지어 그 자리에 여성은 손에 꼽는데, 내가 회사에 남을 수 있을까. 언제까지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나도 앞날을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잔류냐 창업이냐. 갈림길에서 많은 선배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마주했다. 그 흔들림을 곁에서 지켜보았음에도  나는 그 갈림길을 마주할 준비는 하지 못했다.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저자는 겉으로는 큰 고민 없이 출판사를 세운 것처럼 보인다. 본인의 창업기를 그저 새로 장만한 한옥집이 좋은데, 그 한옥집을 벗어나지 않고 할 만한 일을 찾다가 우연히 차린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나아갈 길을 모르겠거든 지나온 길을 돌아보라”는 발화 미상의 말을 따라 본인이 만들어온 책의 길을 더듬어보는 그에게 출판사 창업은 어떻게 보면 정해진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다. 정해진 수순이었다면 좀더 면밀하게 준비할 수는 없었을까. 그의 말대로 “백 년 전부터 출판사 대표였던 것처럼  또는 오백 년 전부터 미리 계획하고 준비했던 사람처럼” 말이다.
 
책 제목대로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이지만 출판사 차리는 실무에 관한 이야기는 소수다. 그저 자신의 서툰 창업기를 가감없이 공개한다. 이현화 작가의 혜화1117 창업 분투기 정도로 읽힌다. 
 
이런 식으로밖에 써지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인은 백 년 전부터 출판사 대표인 것처럼 굴지 못했지만, 낯선 길을 더듬어 올 당신만큼은 본인처럼 서툴지 말라고. 자신의 좌충우돌을 디딤돌 삼아 나아가라고. 내 서툶을 공개할 테니, 이 길만은 피하라고.

책의 기획의도와 내용이 어긋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 아니었을까. 남이 주는 월급에 따른 일이 아닌 자신만의 일을 하려면 그 안에 자기인식과 개성이 담겨야 한다. 그리고 그 자기인식과 개성은 당연히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그런 상황에서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이라는 하나의 바이블로 만들어질 수 없었기에 어긋남이 생겼을 것 같다.
 


얼마 전, 이직을 준비하는 내게 주변 지인들이 “출판사 차릴 생각은 없어요?” 묻곤 했다. 그때마다 미흡한 나를 들키고 싶지 않아서 조금 움츠러든 목소리로 대충 얼버무렸다.
 
“월급이 좋아요”, “제 분야는 너무 마이너해서 망할걸요.”

이제는 그런 건성인 대답은 자제해야겠다. 저자처럼 나 역시 나만의 무언가를 벼려내어 백 년 전부터 계획한 사람처럼 그렇게 준비한 뒤에 “기다려주세요”라는 멋진 대답을 내놓아야지. 이제부터라도 나만의 일을 꾸려나가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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