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할 것

반려동물과의 이별 준비

by 아나스타시아

리아의 CT 결과, 비만세포종이라는 병명을 받았다. 리아의 여생이, 내가 준비할 시간이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에 수의사 선생님은 ‘지금 발병했다는 기준하에 3~6개월이라 하셨다. 리아가 안 좋아진 지 3개월은 되었으니, 언제 떠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또다시 눈물이 비죽 새어나왔으나 이내 허물어지는 마음을 다잡았다. 우선 리아 퇴원부터 시켜야 했다.


입원실에서 만난 리아는 나를 보자마자 앙 하고 울더니 무릎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울지 말자던 다짐은 다시 허물어졌고, 리아를 안고 한참 소매를 훔쳤다. 수의사 선생님 말에 따르면 고양이는 반려인의 마음을 잘 읽는다고 한다. 반려인의 기분에 따라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낄 수 있단다. 그러니 리아 앞에서 절대 울지 말라 하셨는데, 그 한마디조차 지키지 못하고 나는 오늘도 한심하다.


병원에서 나를 보자마자 무릎 위로 파고든 리아


집에 가는 내내 이동장 속 리아 콧등을 만져주며 말을 걸었다. 사랑한다는 다정한 말로 시작했지만 자꾸만 미안하다는 사과가 새어나왔다. 수의사 선생님은 리아가 가지고 태어난 습성과 질환 탓에 암이 생긴 것이지 보호자 탓이 아니라 하셨지만, 내가 주는 사료와 환경 안에서만 살아온 10년인데 과연 내 탓이 없었겠는가. 리아가 나를 원망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자꾸만 사과하고 싶었다.


지나간 일은 되돌릴 수 없고, 운다고 헤어짐이 유예되지 않음을 안다. 그저 우리는 주어진 시간 동안 리아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우선은 당장 이달에 잡힌 저녁 약속을 전부 취소했다. 함께하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주말에는 반려인과 함께 동네 뒷산에 올랐다. 앞쪽이 트여 있고 건너편 북한산도 한눈에 들어오는 괜찮은 장소를 미리 물색해두었다. 그날이 오면 이쯤에 묻어주면 좋겠다는 반려인에게 리아를 뿌려주자고 고집을 부렸다. 그간 집안에만 갇혀 지냈는데, 죽어서도 땅에 갇히게 하고 싶지 않다. 울타리도 없고 벽도 없는 드넓은 곳에서 리아가 좋아하는 바람 냄새, 흙냄새 맡으며 실컷 돌아다니게 하고 싶다. 반려인은 묵묵히 동의해주었다. 헤어짐의 아픔을 온전히 함께할 동료가 있어 고마웠다.


죽음을 기다리는 나날에도 행복한 순간은 종종 다가왔다. 하루는 집 한쪽 벽에 기대어 가족사진을 찍었다. 반려인은 면도를 하고, 나는 머리를 빗고, 리아는 빨간색 티를 입었다. 타이머 10초를 기다려주지 않는 웅이 때문에 넷이 찍는 사진은 실패했지만, 리아와 함께하는 사진은 몇 컷 건졌다. 엉망인 사진들 덕분에 우리는 오랜만에 힘껏 웃었다.


한때는 반려동물을 잃고 다시는 못 키우겠다는 고백을 들으면 속으로 의아해했다. 그 말이 내게는 마치 이별이 두려워 다시는 연애하고 싶지 않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연애가 주는 기쁨이 얼마나 큰데, 언제 찾아올지 모를 이별 때문에 시작도 안 한단 말인가.


지금은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한 그 순간의 나를 혐오한다. 이별이 두려운 이유는 그간 쌓아올린 사랑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 아이가 간다고 해서 다른 아이로 그 구멍이 대체되지 않는다. 그 구멍은 그대로 내 마음속 한구석에 빈자리로 남는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한 아이가 가면 이내 그 자리에 다른 아이를 들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웅이 리아와 비슷한 털색에, 웅이처럼 어미를 잃었거나 리아처럼 보호소에서 구조되어 인연을 찾는 아이에게 새 식구를 선물하는 것이 먼저 간 반려동물의 죽음을 좀더 뜻깊게 만드는 행동이라 생각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리아가 간 뒤에도 다른 인연을 만들 수 있을지, 그 아이를 보면서 너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지 상상되지 않는다. 네가 죽은 뒤에도 우리는 너를 그리워할 것이다. 반려동물이 죽으면 건너간다는 무지개다리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볼 것이다. 그럼에도 네가 그리우면 뒷산에 올라 바람을 맞으며 네가 지금 어디쯤 있을지 떠올려보고, 함께 웃으면서 찍었던 가족사진을 가만가만 들여다볼 것이다. 그렇게 대체되지 않는 너는 계속 내 안에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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