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보고서를 받았다!

자. 화. 상. 프로젝트 참여 후기(?)

by 다시봄

심층심리분석 보고서가 도착했다.

아래는 나의 심리를 심층 분석한 요약본이다.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뒤를 돌아보게 된다.



착해서 손해 보는 게 싫었고 독특하지 못한 게 못마땅했고 일탈하지 못하는 바른생활이 답답했었다. 작가가 되기에 나는 너무 평범했고 남들과 다른 한 방(개성이든 능력이든 환경이든)이 없는 밋밋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했었다.


성직자가 되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남을 배려하고 나를 낮추고 누구와도 잘 섞여 지내는 강점을 가졌으니 갈팡질팡하는 이들에게 올바른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고 가난한 사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삶! 만일 신의 부르심이 있었다면 지금쯤 작은 수도원의 수녀로 살아가고 있었을 테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분의 음성을 듣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다행인 점은 규율에 맞게 살아야 하는 그 길이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나에게 적합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고, 불행인 점은 평범할 거면 더 평범했어야 했는데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남다른 작가가 되고 싶다는 이상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늘 채워지지 않는 샘처럼 목말라한다.


보고서를 받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되짚어 봤다.


결혼

결혼은 현실이 되지 않았다. 시댁과 친정, 내 새끼란 단어가 어색하다. 남편도 마찬가지. 어느새 중년이 됐지만 비혼인 내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연애

남자는 과연 내게 반쪽일까? 모르겠다. 각자의 삶을 살며 서로를 존중해 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다시 이성을 만나는 일이 가능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연애는 하고 싶으나 제한이 많은 게 문제다.

직업

처음부터 내게 허락된(내가 허락한) 직업은 작가뿐이었다. 첫 직업이 작가였고 지금은 작가 지망생에 불과하지만… 회사원인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하지만 회사원이 되고 나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아내고 역할을 규정짓고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친구

친구는 가늘고 길게! 자주 만나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기보다는 가끔 만나서 그간의 삶에 대해 포괄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 친구들은 나를 만나 소소한 수다를 떨고 싶어 하지만 내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거절한다. 아마 나를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 올까 봐 그 상황을 원천 봉쇄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족

가족은 거울이다. 그런데 들여다보질 않았다. 추억이 가장 많고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들이지만 돌이켜보면 중요한 순간에 나는 없었다. 스스로에게 몰두하느라 가족에겐 소홀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요즘은 일주일에 하루는 무조건 가족과 함께 한다. 나들이를 가고 커피를 마시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신다. 자주, 많이 들여다보니 꽃보다 예쁘다.

여행

여행은 쉼이다. 집에서의 쉼과는 다르다. 새로운 세상과 사람을 만나는 일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가둬놨던 나를 활짝 펼치고 모든 걸 수용하겠다는 자세로 여행에 임한다. 그래서 여행은 기쁨이다. 몸은 피곤해도 마음은 더 단단해지는 꼭 필요한 형태의 쉼이다.




보고서 속의 나는 낯설기보다는 친근하고, 나무람보다는 다독임이 필요해 보인다.

조금 더 나와 가까워졌다고 해야 할까? 나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행동에 당황했던 기억이 많은데, 역시나 보고서 속의 나는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보이는 나와 숨겨진 나의 거리, 얼마나 될까?
보이고 싶은 나와 본래 나의 격차는?


그 간격과 거리와 시간차가 얼마이든 이제 나는 보고서 속의 ‘나’가 아닌 만져지고 느껴지고 보여지는 ‘나’로 살아갈 것이다. 간격과 거리와 시간차가 없는 그런 때가 온다면 감사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부족한 나로, 채움이 필요한 나로, 친해지길 원하는 나로 살아갈 것이다.




와디즈 펀딩 중 노박사 레오님의 <. . .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며칠 전 심층심리분석 보고서를 받았다.

내 마음의 일부에 불과한 보고서이겠지만 읽는 내내 내가 모르던 나와 만났고, 내가 알던 나를 더 깊이 이해했고, 나와 연관된 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그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실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모든 것에서 의미 찾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없이 의미부여가 된 프로젝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