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봄 Aug 25. 2022

내 나이 이제 겨우 한살

아이의 삶을 응원하며!

누군가의 아이를 맡아서 데리고 다녔다.

한 살도 안된 작은 아이였다. 똘망똘망 잘생긴 아이를  포대기 비슷한 가방에 넣어 안고 다니니 너도나도 봐주겠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난 어떤 의무감으로 그 아이를 꽉 끌어안았다. 그렇게 반나절 내내 한 번도 품에서 내려놓지 않자 아이가 내게 안긴 채로 오줌을 쌌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근처 식당 주인은 아이를 맡아줄 테니 씻고 밥을 좀 먹으라고 한다. 그제야 아이를 내려놓고 밥을 먹었다. 비록 맨밥에 물을 말아 김치 반찬 하나만 놓고 먹었지만 꿀맛이었다. 밥 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다시 아이를 건네받았다. 아이는 그 사이 더 예뻐져 있었다. 식당을 나가려는데 한쪽에서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이 보였다. 품 안의 아이가 말했다.


“매운탕 먹고 싶어.”

“매워서 안돼.”

“안 매워. 나 매운탕 먹고 싶어어어! 사줘!!”


아이의 외침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줄까? 아니야. 제대로 된 요리를 해주자. 아주 맛있고 매운 걸로.’ 하고...


분명 한 살도 안된 아기였는데 갑자기 말을 할 줄 알게 되었고, 반항을 하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 대접받을 권리가 있다고 아이의 존재를 인정하는 내가 있다!




또 꿈 이야기다. 꿈속의 아이. 이 말도 안 되는 꿈을 통해 그동안의 삶을 반추해본다.


지난 1년여의 삶이 어땠더라?


4년 동안 공부해 온 드라마를 접고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에세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썼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써도 괜찮은가 의심을 품으면서도 계속 썼다. 에세이를 쓴 지 반년만에 심리학 수업을 들었고 심리학적 관점은 글을 쓰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심리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그랬다기보다는 배움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심오한 삶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그게 뭔지 명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서서히 삶에 스며들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는 한 살이 되지 않았다.

아직 어른에게 많이 의지해야 할 나이지만 자기주장이 있고 자아 성찰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걷겠다고 품에서 뛰쳐나갈지도 모른다. 넘어지고 다치는 것쯤은 걸을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한 당연한 대가라는 듯!


심리학을 통해 배운 사람 마음의 작용과 세상 이치의 흐름을 글로 써내려는 나의 의지는 돌이 안 된 아이와 같다. 아는 것보다는 모르는 게 훨씬 많은! 하지만 아이는 얼른 걷고 싶어 한다. 한 살이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나는 아이를 놓아줄 것이다. 뒤에서 든든하게 라면 아니, 맛난 음식을 해 먹이며 지원해줄 것이다. 뛰고 싶다고 하면 튼튼한 운동화를 사 줄 것이다. 그렇게 지켜보고 응원할 것이다!


마음을 의식하고 통제하는 일은 어렵다.

그렇다 해도 깨어있기로 결심하고 실천에 옮기려 애쓰면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행하기보다는 '마음을 담아' 행동할 수 있다. 삶 구석구석에 마음을 담으려 노력하겠지만 나의 프라임 세포(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말하는)는 작가 세포이니 글을 쓰는 동안은 더더욱 '마음'의 작용을 의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한다.




긴 방학이 끝나고 곧 2학기가 시작된다.

10년만에 대학 강의를 들을 때보다 겨우 2개월만에 듣게 되는 강의가 더 낯설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게 늘 아깝고 아쉽지만 다시 바빠질 생각을 하니 아찔해서일까?


심리학을 공부하며 회사를 다니고 을 쓰는 삶!

3위일체의 삶을 위해 난 또 어떤 새로운 노력을 해야 할지…

오래 산 것 같은데도 아직 삶은 새롭고 놀라울 정도로 앞을 내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늘 긴장되고 조급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기에 더 잘 살고자 하는 노력들이 값지게 느껴진다.



아이는 앞을 내다보고 싶어하지도, 과거에 얽매이지도 않고 철저히 현재를 살아간다. 아이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매거진의 이전글 22학번 (중고)새내기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