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로맨스릴호러액션활극의 장르 속으로
불편한 것을 찾아 나서다 보니 불현듯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을 왜 이렇게 열심히 해내려고, 기어코 해내려고 애쓰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잠시 제3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로 했다.
나는 언제나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이야기가 재밌고 이야기만이 내가 가진 상상력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야기는 늘 허깨비 같아서 잘 다듬어 한 편의 소설로 엮을라치면 스스로 타버리는 지푸라기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계속해서 이야기를 찾으려 애썼지만 그것은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았다.
이야기가 대체 뭐길래?
이야기의 정체가 대체 뭐길래?
그렇게 실체 없는 이야기를 찾아 나서던 중
실체는 없지만 실체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꿈’을 꾸게 되었다. 나에게 꿈은 나만이 가진 독특한 이야기의 형태로 찾아왔다. 꿈이 너무 재미있어 꿈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했다.
다양한 장르와 각양각색의 출연진들이 대거 등장하는 꿈은 언제나 이상하지만 재미있었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맘껏 웃으며 즐거워했다. 꿈속의 나는 어땠냐고? 계속해서 망가지고 많은 게 부족하고 현기증나게 야비하다가도 사랑받지 못해 절망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살겠다고 발버둥쳤다. 현실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지만 매번 극적인 상황에 놓이는 내 모습은 듣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하고 동정표를 샀다.
예를 들면 이렇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 한참을 울다 보면 어느새 해일에 휩싸여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내가 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어 무한반복 공격하는 살인자에게 쫓기다가 반전처럼 내가 살인자임을 알게 되고, 끔찍한 사고를 당해 병원에 누워있는 나를 데리러 가족들이 총출동하여 기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낯선 세상으로 빨려 들어가고, 옛 연인을 다시 만나 그의 뺨을 때리자 그가 갑자기 배우처럼 잘생긴 다른 남자로 분해 내게 고백을 하는 등 현실과 묘하게 섞여 나를 괴롭히고 자극하고 못살게 굴다가도 위로하고 걱정하고 어루만지는 인물과 배경에 둘러싸인다.
꿈은 이야기가 되어 날개를 편다.
현실에서 일어날 법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옷을 입고 나에게로 온다.
꿈처럼 살면 재밌을까?
꿈같은 이야기는 꿈에만 있을까?
영화 <인셉션>에서처럼 꿈을 추출하여 조작도 하고 살아도 볼 수 있을까?
꿈처럼 내 삶이 한 편의 이야기가 된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
삶 속에서 이야기를 찾고 그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나를 못살게 굴어야 했다.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나를 괴롭히는 삶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키니까. 부족함을 채우려고 발버둥 치고 반발자국이라도 나아가려고 용쓰고 넘어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격려를 보낼 수 있는 입장에서는 완전한 조건을 갖췄으니까.
삶이 이야기가 된다는 건 나에게도 이득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지루하고 그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속에서 이야기를 찾고자 하면 무언가 하나는 이야깃거리가 되어 삶의 이면을 보여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만들면 그것 자체로 이야기가 된다.
평범한 사람에게 ‘불편함 한 스푼’을 먹여주니 매일매일이 고되고 당혹스럽고 벗어나고 싶어 발버둥 치는 이야기로 가득해진다. 스스로를 괴롭혀 이야기 덩어리로 만드니 제3의 눈이 보기엔 아주 흥미진진하다. 어떻게 더 괴롭힐지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불편한 삶을 사는 지금의 난 한 편의 이야기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는 중이다. 꿈은 더 활개를 치고 코믹호러액션활극이 됐다가 로맨스릴러가 됐다가 정체불명의 장르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