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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라!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2

by 다시봄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끼게 하라.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여겨라.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여자가 당신에게 반하도록 만드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 비결을 알려주겠다.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고, 단지 여자와 대화할 때 그녀에 관해서 이야기하라. 이 기술은 남자에게도 효과가 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는 상대방이 주인공이 되도록 이야기하라. 그러면 상대는 몇 시간이고 귀를 기울일 것이다.





나는 항상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이상형의 요소로 꼽아왔다.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통하는 게 일 순위였다.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어색하게 대화가 끊기지 않고 취향이나 가치관이 비슷하여 거리낌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가 통한다는 건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걸 알게 됐다.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그가 주인공이 되도록 이끌어주는 태도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려면 인내와 애정이 필요하다.



결혼에 실패한 후 이성을 멀리하고 혼자 지내는 내게 주위에서 미팅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다시 다른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도 했지만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의 억지 만남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지인의 느닷없는 소개로 한 남자를 만났는데,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최악의 상대였다.

남자를 떠나서 그런 사람이라면 친구로도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소개한 지인이 자리를 떠나고 나와 단둘이 남게 된 그 남자는 아직 마음을 열지도 않은 내게 다짜고짜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지루한 썰을 풀었다.

불행한 가족사로 시작된 서사는 불우한 어린 시절, 공부와는 담쌓고 산 학창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업 후 취업한 대기업에서의 성과, 사랑하는 여자에게 상처받은 이야기, 그 후 시작된 등산으로 인생이 달라져 얼마나 많은 산을 다녔는지, 이제는 인정받는 등반가가 되었다며 자기 자랑을 늘어놨다. 30분을 자기에 대한 이야기만 하다가 잠시 내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가로채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걸 반복했다.

대화가 아니라 브리핑이었고 자신이 얼마나 불행했고 지금은 그걸 극복해 내 얼마나 잘난 사람이 됐는지를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다른 사람이 하는 얘기를 잘 들어주는 편인 나도 한 시간쯤 지나자 지루하고 짜증이 났다.

그의 말에 호응하고 리액션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나에 대해서 궁금한 게 없나? 관심이 있긴 한 건가? 자기 얘기하려고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한 건가?’라는 생각뿐이었다.

무려 세 시간을 자기 이야기만 한 그는 헤어지면서 “즐거웠다”, ”주말에 또 보자 “고 했다.

예의상으로라도 그러자고 할 수 있었지만 난 단호히 거절했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

소개해 준 지인에게 그 만남이 어땠는지 말했더니 “그 사람이 너한테 잘 보이고 싶었나 보다”라고 했다. ‘나한테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 자기 얘기에 심취했다고?’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진짜 내 마음을 사로잡고 싶었으면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했어야 했다. 자신이 아니라 나에 대해 세 시간을 들어줬어야 했다. 아니, 삼십분만이라도 나를 존중했다면 달랐을 것이다.



그 남자를 만난 이후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어떠해야 하는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남녀를 떠나서 상대방과 대화할 때는 내가 주인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나를 완전히 배제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친구나 가족, 회사 동료를 만나 대화할 때 그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로 이런 질문을 한다.


“요즘 많이 힘들지?”

“그때 그 일은 어떻게 됐어?”

“오늘은 컨디션 괜찮아?”


이렇게 물으면 모두 경계를 풀고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리액션으로 상대방을 부추겨 이야기를 끌어내고, 상대방은 끊임없이 자기 속내를 비춘다. 상대방을 주인공이 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면 상대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되고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그리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이끈 나는 뿌듯하고 상대와 더 친밀해진다.





상대방이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끼게 하라.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여겨라.


상대방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를 주인공으로 만들어라.

그가 자신을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라.

그러면 그 사람도 나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진심으로!






[지금 연재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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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갑니다]

수 [오늘보다 행복한 날은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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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2]

토 [영감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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