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척하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고 싶었는데 회사에 다니며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지금까지 여러 직종의 일을 해오면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직접적으로 부딪혀본 적 없는데 뒤늦게 회사에 다니며 신종 캐릭터를 만나 마음고생이 크다.
입사가 무난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비집고 들어간 자리에 있던 대리가 부서이동을 하게 된 거다. 그때부터 나를 눈엣가시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에게 난 그냥 ‘중고 신입’이 아니라 ‘내 자리 뺏은 년’이었나 보다. 그 사실을 입사 9개월만인 어제 부장을 통해 들었다.
입사 이틀째부터 대리와 부딪혔다. 말끝마다 무시하고 구박하고 짜증을 냈다.
“하, 참…”
“그것도 몰라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누구랑 말해야 돼? 답답해서 진짜…”
“찾아보면 다 나오는데 하나하나 다 물어보면 난 언제 일해요?”
입사 초 모르는 게 많았을 때는 뭐라고 하던 고개를 숙였는데 시간이 지나 일이 익숙해진 지금도 여전히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일을 방해한다면서 접근도 못하게 한다.
존재 자체가 싫어서 그런 거라니까 피해 주면 되지만 상대를 해야 업무가 이루어지는데 그걸 못하게 하니 나야말로 답답해서 돌아버리겠다.
며칠 동안 확인해 달라고 여러 번 부탁했던 일을 자기 일 바쁘다며 미루던 대리가 고객사 납품일이었던 어제 납품을 못하게 됐다고 통보했다. 전날까지도 한마디 없다가 당일에 못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돼서 이유를 물었더니 “그게 그렇게 쉽게 되는 줄 알아요?” 한다.
발끝에서부터 스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머리끝에 올라왔을 때 엉뚱한 데서 또 한 방이 터졌다. 대리와 같은 부서의 직원이 퇴사를 하겠다고 찾아온 거다. 그동안 여러 번 충돌이 있었던 건 알고 있었는데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그 직원과는 동병상련이었기에 더 마음이 상했다.
벌써 네 명이나 퇴사했다.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 그 일로 퇴근 직전 부장과 얘기했다. 부장은 대리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성격이 모나고 성질이 사나워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하지만 일은 잘한다.”
일을 잘한다는 게 동료 관계도 포함되는 게 아니었나? 동료들이 그의 말에 상처받고 하나둘 떠나도 일만 잘하면 그를 그대로 두어야 할까?
“살갑게는 못해도 가시 돋친 말이라도 고쳤으면 좋겠는데…”
“그건 못하겠대요.”
“그럼 결국 본인은 변할 생각이 없고 다른 사람이 와서 맞추라는 거잖아요.”
이 말에는 부장도 답을 못했다. 결국 일만 잘하면 살아남는 게 회사라는 곳인가?
어떻게든 회사에서 일의 의미를 찾아보려고 애썼는데 모든 게 무의미해진다. 회사도 사람이 사는 곳인데 사람 냄새가 아니라 기계 냄새만 난다면 그곳에서 난 뭘 얻어야 할까? 내가 구박당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한 사람으로 인해 직원들의 퇴사율이 높아진다면 회사로서도 손해 아닌가?
“외로워서 그래요. 마음이 약해서 자주 울어요.”
부장이 대리를 대변하는 마지막 말이다. 이 말에 나도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진다. 겉으로 센 척하는 사람들이 안으로는 곪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작은 체구에 예민해 보이는 눈매, 누가 봐도 작아 보이는 그가 자기만의 무기로 꺼낸 카드가 ‘센 척’인 거다. 하아…
오늘 출근을 해도 대리는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센 척을 흘리며 다닐 거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기는 바꿀 생각이 없는, 알고 보면 마음이 약하지만 센 척하는, 나를 가시눈으로 보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의미와 무의미 사이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지금, 일과 사람 사이에서 흔들리는 지금, 나는 일보다는 사람을 선택하기로 했다. 똑같이 짜증내고 똑같이 가시눈으로 보는 걸 거두고 그에게 친절하기로… 내 장기들이 썩어나갈까 걱정은 되지만 그가 변할 생각이 없다고 하니 내가 변하는 수밖에.
오늘부터 정신 수양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