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해 정토 불교대학은 온라인으로 바뀌어 운영되고 있었다. 덕분에 당시 남양주에 살던 나는 큰 불편 없이 수업에 참석할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 주의 법문 영상을 각자 보고 7-8명으로 이뤄진 조원들이 줌에서 만났다. 법문은 어떻게 보았는지, 그 주의 과제는 어떻게 했는지를 나누는 방식으로 수업은 진행되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다.
두 번째 오프 모임였던가.
2023년 5월 15일, 서초동에 있는 정토법당에 불교대학 도반들이 모였다. 오늘은 108배를 한다고 했다.
수업 진행을 도와주시는 한 분이 절 시범을 보이고, 108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꽤 넓은 법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절이 시작되었다.
무려 백번이 넘는 횟수에 약간의 걱정이 앞섰고, 생각 없이 입고 온 청바지는 쓸리고 무거웠다. 슬슬 열이 오르고 땀이 났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엎드리고 일어나는 그 장면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숭고함이 있었다. 무엇 때문에 이 힘듦을 다 함께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있는지도 몰랐던 불심이 절로 솟았다.
나의 첫 108배였다.
불교에서는 흔히 말하는 ‘천성’조차 형성된 것이기에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그대로 살아도 되겠지만, 내 삶을 계속 힘들게 만든다면 수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시작은 나를 아는 것이고 나를 알려면 적어도 100일은 필요하다. 카르마라고도 하는 나의 습관, 업식을 바꾸려면 1000일은 수행해야 한다. (나아가 세상을 바꾸려면 10000일!) 정토회에서는 이 수행을 함께 하자는 의미로 백일 입재식, 천일 결사 등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절은 부처님에게 소원을 빌거나 잘못을 용서해 달라는 식의 행위가 아니다. 업식에 끌려갔을 때 다음 날 나를 가장 낮추는 동작을 하며 '아, 내가 또 내 습관대로 해버렸구나' 점검하고 참회하는 수행인 것이다. 다시 놓치면 또 참회한다. 매일 하다 보면 놓치는 횟수가 점점 줄어든다. 그렇게 내 의식이 바뀌어 간다.
법륜스님이 말씀하시는 108배의 의미와 1000일의 수행은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명상으로 나를 바꾸는 것은 초심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집중하려 해도 수시로 망념이 찾아들어 의심이 일기 때문이다.(처음엔 좋은 안내자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엎드리고 일어난다' 이렇게나 물리적으로 명료한 절은 내가 그토록 찾았던 '체득'에 가장 가까운 것이었다.
나는 세상까지 바꿀 능력은 없지만 나 자신은 꼭 바꾸고 싶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괴로움 없이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나를 바꾸는 수행이 시작되었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그나마 내가 알고 있는 지혜중 하나는 처음부터 너무 원대하게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뭐든 습관이 되려면 적어도 21일, 3주는 해야 한다고 어느 책에서 읽었다. 일단 습관으로 만들어보고자 3주를 목표로 삼았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첫 108배는 땀은 좀 났지만 생각보다 할 만했다. 하지만 힘든 건 다음 날부터였는데 허벅지를 쑤시는 근육통 때문에 똑바로 걷기가 어려웠다. 더 힘든 건 그 다리로 또 절을 해야 한다는 것. 심지어 그다음 날도.
다리가 무겁고 아프니 첫 발심이 약해질 법도 했다. 하지만 폭닥하고 크-은 절방석을 구비하니 그 힘으로 며칠 또 해냈다. 애쓰는 바 없이 하라는 스님의 말씀에 또 며칠. 그렇게 3주를 채우고 한 달이 지났다.
당시 와인바에서 밤늦게까지 일했던 나는 무리가 되지 않도록 수행시간을 5시 50분으로 맞췄다.(지금은 5시 반) 보통 수행을 할 때 5시에 시작하지만 나는 완벽하게 해내는 방법보다 내가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매주 수요일,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