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을 좋아한다. (사실 사랑에 더 가까움....) 하지만 혼자선 잘 마시지 않는다. 맛있는 와인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마시는 걸 더 선호해 늘 약속이 많았다. 오늘 고른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입에 넣고 우물우물,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술이 술을 부르고 어느새 빈병이 늘어간다.
(당연하게도) 술 마신 다음 날의 수행은 고역일 때가 많았다. 고된 아침을 보낸 경험치가 쌓이자 술자리 말미가 되면 슬슬 눈치를 보며 적당한 타이밍이다 싶을 때 말을 꺼낸다. 자리를 길고, 깊게 가져가는 걸 좋아했던 사람인지라 못내 아쉽지만.
'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해서'
그러면 거의 비슷한 대화가 이어진다.
“몇 시에 일어나는데요?”
“절을 한다고요?”
“왜 하는 건데요?”
"뭐가 좋아졌어요?"
매일 아침 108배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워하며 대단하다 말하지만 공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내가 해서 좋았으니 자연스레 권해보기도 하지만 본인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108배, 영업 난이도 극강.
하지만 명상은 좀 달랐다.
스티브 잡스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같은 세계적인 인물들이 명상을 한다는 이야기가 매스컴을 통해 알려져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관심을 보인다.
집중력이 좋아진다거나 성공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식으로 이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생각이 너무 많거나 마음이 힘들어서 명상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의 초반 수행의 중심축은 108배이고 명상은 보조적인 역할에 가까웠다. 명상이든 절이든 깨달음을 위한 수단이라지만, 훈련이 필요한 초심자가 명상만으로 수행을 이어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내가 그랬다. 컨디션에 따라 졸기도 하고 망상으로 끝나는 날도 많았으니까.
그래서 나중에 시작한 108배가 적어도 나한텐 더 효과적이라 느껴졌다. 좋고 싫고를 떠나 몸을 움직이며 분명하게 수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으니까.
법륜스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매일 20분씩 108배를 하는 사람과 명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을 하는 사람이 자신을 자각하고 바뀔 확률이 더 높다고.
물론 이것은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당연히 상황과 조건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000일이 넘게 수행을 이어오다 보니 어떤 날은 명상이 도움이 되었고 어떤 날은 108배가 확실했다.
절대적으로 고정된 방법은 없었다. 그때그때 맞는 수행이 있을 뿐. 불교에서 말하는 ‘무유정법’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수행을 지속하다 보니 편안해지고 스스로 편해지니 다른 사람에게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마음 같아서는 108배를 권하고 싶지만 앞서 말했듯 영업 난이도가 무척이나 높아, 명상은 어떨까.... 생각했었다. 내가 수행하면서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다면? 나의 수행이 나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진리란 지금도 좋고 나중도 좋고, 나도 좋고 남도 좋은 것이라 한다. 내가 대단한 진리를 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매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동기부여를 할 수 있진 않을까?
이렇게 힘들었는데요,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명상지도자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러 명상단체가 모여 만든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2급을 시작으로 1급, 트레이너, 디렉터까지 커리큘럼이 이어져 있다.
첫 시작인 1,2급은 공통 수업 36시간을 이수하고 지속적으로 수행을 함께할 단체를 선택해 100시간 이상의 수련을 해야 한다.
사이트를 들락대며 보는데 마음에 모락모락 무언가 피어났다.
나만 살고자 했던 마음이 함께 살자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매주 수요일, 발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