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매일 108배를 하며 달라진 것들

by 아나타

108배를 시작하고 두 달쯤 지났을 때였나.

바지를 입는데 허리가 헐렁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 뒤태가 달라졌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지하철에서 올라올 때 계단을 두 칸씩 딛어도 숨이 차지 않았다. 허벅지가 단단해지면서 체력도 좋아졌다.


108배를 하면 모든 게 좋아진다고 말하고 싶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접촉에 취약한 피부라 거친 옷도 잘 못 입는데 절을 할 때 방석에 이마가 계속 닿다 보니 뭐가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결국 이마가 닿지 않도록 자세를 바꿔야 했다.

손목도 꽤 오랫동안 시큰거렸다. 내려갈 때 손바닥을 먼저 짚으면 체중이 손목에 실리고, 올라올 때도 바닥을 밀면서 일어나면 손목을 쓰게 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손목에 힘을 덜 주고 허벅지를 더 쓰는 식으로 동작을 바꾸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내가 매일 108배를 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무릎은 괜찮아요?”

무릎이 시큰한 날은 아직도 있다. 전날 컨디션이나 속도의 문제일 때가 많은데 나에게 맞는 속도를 찾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한배 한배 서두르지 않는다. 108배를 다하는 데는 약 25분이 걸린다.

평소 운동을 할 때도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신경 쓴다. 런지나 스쿼트를 해도 고관절을 사용해 엉덩이를 쓰는 식으로. 러닝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다.

의외로 발목은 강해지는 것 같다.


신체적인 변화는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있는 면이 모두 있다. 하지만 나의 태도와 마음의 변화는 조금 다른 이야기다. 수행의 이득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고개를 끄덕인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


무엇보다 하기 싫은 일의 문턱이 낮아졌다. 매일 같은 시간, 이른 아침에 일어나 절을 하고 명상을 하다 보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할까 말까 생각하지 않고, 망설임 없이 해버리는 힘. 그 반복으로 길러진 힘은 다른 일을 할 때도 몸과 마음을 훨씬 가볍게 움직이도록 해 준다.


아마 가장 큰 변화는 내가 나를 믿게 되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스로를 비난하고 몰아붙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의 나는 나를 꽤 기특하게 여긴다. 꼭 뭔가를 크게 해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좀 더 신뢰하게 되었다. (내일의 내가 하겠지!)


그리고 생각으로 가득 차 있던 머릿속이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조용해지니 어떤 생각이 올라오고 감정이 일어나는지 더 잘 알아차리게 된다.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관찰한다.

지금 마음이 어때? 이 마음은 어디서 시작된 거지? 왜 그런 거지?

어떤 것도 무시하지 않는다.

아, 지금 긴장이 올라오네. 혹은 화가 나는구나.

그렇게 알아차리고 나면 생각과 감정에 거리감이 생기고 그게 나인 것처럼 굴지 않는다. 덜 휩쓸리고 덜 휘둘린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는 절실하게 이런 상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결심을 하고 생각을 고쳐 먹는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이 변화가 얼마나 귀한지 잘 알기에, 매일 5시 반에 일어나 108배를 하고 명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몸이 적응하면서 허리 사이즈는 다시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점점 더 고요하고 예리해진다.



* 매주 수요일, 발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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