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학생과 의사, 작가가 사는 집
우리집에는 세 가지 직업의 사람들이 살아.
우선 나 먼저, 나는 학생이야. 학생이 어떻게 직업이냐고? 적어도 15년을 학생으로 지내는데 당연히 직업이지! 프리스쿨에서 시작해서 유치원, 지금 초등학교까지 무려 6년째 학생으로 살고 있잖아. 내 일등 직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학생이' 맞아. 그런데 너희들 엄마, 아빠도 이렇게 말하니?
“학생이 직업일 때가 가장 좋은 거야.”
나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학교가 싫고 학생이 싫은 것은 아니야. 하지만 나는 주말이랑 방학이 제일 좋고, 친구들과 노는 것, 맛있는 것 먹고 비디오 게임하는 것이 가장 즐겁거든. 아직 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날이 멀고 멀었으니 불평해봐야 소용없을 거야. 우리가 학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당분간 피할 수 없는 운명일 테니까. 그런데 나는 두 개의 직업이 더 있어. 모델도 하고 그림작가이기도 하거든. 그러니까 직업이 총 세 개야. 이건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만 말하는 비밀이기도 해.
우리 아빠는 의사야.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지.
“아야피플한테 다녀올게!”
아야피플은 내가 아기 때 만든 단어야.
새로운 단어 발명 과정: 아야(Pain: 아픔) + 피플(People: 사람)=아픈 사람
어렸을 때부터 아빠를 따라 병원에 많이 가봤지만, 병원 카페테리아에 사탕과 콜라를 마시러 가는 것은 몰라도 내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것은 진짜진짜진짜 싫어해. 물론 주사도 싫고, 병원 냄새도 별로지. 당연히 의사도 싫어. 무서워! 하지만 동시에 잘 알고 있어. 아빠가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야. 아빠 같은 사람들이 없다면, 세상은 아야피플로 넘쳐나고 병을 고치지 못해 죽는 사람들이 생길지도 몰라. 그러면 큰일이잖아. 아주 어렸을 때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거든? 그런데 지금은 노, 절대 아니야.
“꺄아아아아아!!! 피!!!!!”
난 내가 넘어져서 흘리는 피도 싫어해. 피는 너무 충격적이라 보는 순간 내 뒷머리를 간지럽게 해. 그런 내가 의사가 되는 것은 아마도 불가능할 거야.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야. 엄마랑 나는 피를 보면 목청 떨어지게 소리를 지른다니까! 우리가 소리를 지르면 아빠는 이렇게 말해.
"피보다 너희들 소리 지르는 게 나는 더 무섭다."라고!
우리 엄마는 글을 쓰는 작가야. 그림책 이야기를 만들고, 외국어 그림책을 한국말로 바꾸는 번역가이기도 해. 그리고 어른들을 위한 두꺼운 책도 쓰지. 엄마는 한국에서 유명한 사람이야. 한국에서 지낼 때 엄마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이모들이 많거든. 엄마가 엄마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나는 사인회도 여러 번 가봤어. 내가 아기였을 때는 사람들이 갑자기 다가와서 인사를 하면 많이 울었었대. 하지만 지금은 나도 놀라지 않고 인사를 나눠. 악수도 하지. 유명한 것은 조금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아.
이제 내 마지막 직업, 내가 생각하는 제일 중요한 나의 직업에 대해 말해줄게. 내 또 다른 비밀 직업은 바로 일러스트레이터야. 그림을 그리는 그림작가를 영어로 일러스트레이터(Illustrators)라고 불러. 들어봤지? 에잇, 말도 안 된다고? 믿기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 하지만 정말이야! 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하지?